울리 슈틸리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9월 열리는 라오스(3일, 홈, 화성), 레바논(8일, 원정, 베이루트)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 2·3차전을 통해 부임 1년차를 맞는다. 아시안컵 준우승과 동아시안컵 우승으로 성과를 낸 슈틸리케 감독은 이제 월드컵 예선 통과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2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1년 간 지켜보며 활용한 선수들로 성과를 냈고 대표팀의 골격은 완성이 됐다”고 말했다. 대표팀의 주력이 될 선수들에 대한 파악은 끝났다는 얘기였다. 이번 소집에도 기성용, 손흥민, 이청용, 구자철 등 주요 유럽파에 이정협, 김영권, 장현수, 이재성 같은 K리그와 주변 리그에서 뛰며 슈틸리케 감독의 신뢰를 받는 선수들이 대표팀의 뼈대를 이뤘다. 여기에 석현준, 황의조, 권순태, 김동준이 가세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11명은 아시안컵 멤버고, 7명은 동아시안컵 멤버다. 우리가 잘 파악하고 있는 선수 위주다. 여기에 소속팀에서 잘 하고 있는 새 선수를 일부 불러 평가하겠다”며 앞으로의 대표팀 운영은 골격을 유지하면서 약간의 변화를 가져가는 방향으로 나가겠다는 뜻을 보였다.
그렇다면 대표팀의 경쟁력은 골격의 튼튼함에서 나온다. 이번 소집을 앞두고 드는 약간의 불안감은 그 골격의 중심인 유럽파들의 불안한 시즌 출발이다. 2주 전부터 유럽축구는 새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이 선호하는 핵심 선수들은 썩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기성용은 작은 부상을 입었고, 손흥민은 분데스리가와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잇달아 부진했다. 이청용과 구자철은 험난한 주전 경쟁 가운데에 서 있었다. 이런 변수를 슈틸리케 감독은 어떻게 극복해낼까가 소집 명단 발표 기자회견의 주요 포인트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유럽파에 대한 절대신뢰를 보냈다. 대표팀 소집이 오히려 그들이 현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길 바라는 눈치였다. 그런 와중에 대표팀 내의 K리거 비중은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어느 때보다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반대로 J리그와 중동에서 뛰는 선수들은 대표팀에서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1년차를 맞는 대표팀의 또 어떤 화두를 띠었을까?
:: 9월 월드컵 예선 2연전 대표팀 소집 명단
▶GK: 김승규(울산현대), 권순태(전북현대), 김동준(연세대)
▶DF: 임창우(울산현대),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곽태휘(알힐랄), 김기희(전북현대), 김영권(광저우에버그란데), 홍철(수원삼성), 김진수(호펜하임), 장현수(광저 R&F)
▶MF: 이재성(전북현대),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청용(크리스탈팰리스), 권창훈(수원삼성), 박주호(마인츠05), 황의조(성남FC), 정우영(빗셀고베), 구자철(마인츠05), 김승대(포항스틸러스), 손흥민(바이엘04레버쿠젠)
▶FW: 석현준(비토리아FC), 이정협(상주상무)
■ 화두 1. 이정협만 남기고 재편된 최전방 공격
슈틸리케 감독에게 최전방 공격은 부임 후 끊이지 않는 고민이다. 지난 동아시안컵에서 중국, 일본, 북한을 경기 내용에서 압도했음에도 1승 2무로 그에 걸맞은 결과는 내지 못했다. 골 결정력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전에 슈틸리케 감독이 선택했던 유럽파 중에는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없었다. 때문에 그는 K리그와 J리그에 있는 선수자원을 놓고 검토했다. 동아시안컵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은 이정협, 김신욱, 이용재였다. 이용재는 지난 6월 소집과 달리 측면 공격수로 기용을 했고 이정협과 김신욱이 차례로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다. 마지막 북한전에 이정협이 선발로 나서며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자신이 직접 대표팀에 발탁한 이정협이 여전히 가장 마음에 드는 최전방 공격 자원이었다. 결국 김신욱과 이용재는 이번 소집에서 제외됐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석현준과 황의조다.
석현준은 2010년 이후 5년 만에 대표팀에 호출됐다. 이번 발탁으로 유럽파 중 유일한 스트라이커 자원이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시즌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에서 실적을 올린 석현준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전부터 주목했다. 이번이 선발에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적기라고 말한 배경은 두 가지 차원에서다. 첫번째는 팀의 골격이 완성됐으니 새 얼굴을 포함시키는 데 문제가 없는 것. 두번째는 동아시안컵에서 골 결정력 부족의 문제가 드러난 만큼 실험의 명분이 있다는 것. 슈틸리케 감독은 “황의조의 선발도 같은 차원에서다. 동아시안컵의 문제를 새 선수들로 보완할 생각이다. 훈련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출전 시간을 부여하겠다”며 발탁에 만족하지 말고 경쟁해줄 것을 당부했다.
황의조는 기복을 줄인 데 좋은 점수를 받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미 지난해 제주도 전지훈련 때 황의조를 발탁해 테스트한 적이 있었다. 당시 리그에서 한 시즌 동안 4골을 터트린 데 불과한 선수를 뽑은 것을 의아해 했던 사람들이 많았지만 황의조는 올 시즌 K리그에서 10골을 터트리며 톱 레벨의 골잡이로 급부상했다. 92년생인 황의조는 성인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힘과 체력을 기르며 아마 시절부터 주목 받은 골 결정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 경기 내용도 꾸준해 성남이 리그 3위를 달리는 데 주요 공신으로 평가받는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복이 사라졌다. 꾸준히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어서 발탁했다”고 말했다. 명단 상에서는 황의조를 미드필더 자원으로 분류했는데 최전방과 2선(측면) 고루 기용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4-2-3-1 포메이션을 쓰는 슈틸리케 감독은 최전방의 공격수에게 많은 움직임, 상대와의 경합, 배후 공간을 침투하는 움직임을 주문한다. 이정협이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가 된 것은 슈틸리케 감독의 요구에 맞춰진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경쟁자이자 도전자의 입장에 선 석현준과 황의조가 슈틸리케 감독의 취향에 부합하는 선수가 된다면 대표팀은 새로운 옵션을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앞서 대표팀을 거쳐 간 다른 선수들처럼 힘겨운 모습을 보일 경우엔 또 다른 테스트에 나서야 한다.
■ 화두 2. 부진한 출발의 유럽파를 감싸 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누가 질문을 하지도 않았는데 유럽파에 대해 언급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모두 발언에서 “아마 특정 선수를 왜 선발했냐고 질문할 거 같다”고 입을 열었다. 그가 짐작한 특정 선수는 기성용, 이청용이었다. 기성용은 첼시와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입었고 뉴캐슬과의 2라운드, 선덜랜드와의 3라운드에 결장했다. 이청용은 개막전에는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아스날과의 2라운드에 교체 출전해 15분 간 그라운드를 밟았고, 3라운드에는 명단에는 포함됐지만 출전하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성용의 부상은 확인했고 금요일 직접 통화를 했다. 심각한 부상이 아니고 이미 팀 훈련에 합류한 상태다. 이번 주 컵대회부터 다시 경기에 나선다. 이청용은 출전 시간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계속 명단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몸 상태에 문제는 없다. 이번 예선 2연전에서 상대가 밀집수비로 공간을 내주지 않을 것인만큼 측면에서 허물어줄 수 있는 자원이 필요했고 이청용에게 기대를 하고 있다”는 말로 미리 상세하게 설명을 했다.
사실 논란이 일 문제는 아니었다. 유럽파의 기량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것은 대다수가 인정하는 바기 때문이다. 다만 시즌 초반 부진 혹은 결장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는 존재한다. 이는 대표팀 내에서 유럽파의 비중이 큰 부분을 차지한 뒤부터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대표팀에서 절대적인 존재감을 보여줬던 박지성조차도 맨유 시절에는 꾸준히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시기가 있었다. 소속팀에서 유지하는 경기력과 감각이 대표팀에서도 적용되기 때문에 유럽파들의 출전에는 늘 촉각이 곤두선다. 기성용과 이청용 뿐만 아니라 구자철, 손흥민도 시즌 초반 출발이 썩 좋지 않다. 특히 이들 네 선수는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에서 공격력을 해소해 줄 핵심 선수로 늘 언급하기 때문에 더 신경이 쓰인다. 슈틸리케 감독은 “유럽 1부 리그에 있는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지 못할 때 과연 K리그와 다른 리그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 중 누구를 선발해야 하느냐는 논란이 있다”며 문제의 인식에는 동의를 했다. 그러나 그는 유럽파의 기본적인 자질과 기량에 더 신뢰를 보냈다. “감독으로서 선수들의 능력에는 항상 믿음을 갖고 있다. 예전에도 경기에 못 나서는 상황이었지만 대표팀에 와서는 믿음에 보답했다. 리스크는 있지만 이번에도 믿고 싶다”는 게 슈틸리케 감독의 얘기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을 “유럽파의 집”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소속팀에서 경기를 못 뛰어도 대표팀이 언제나 집이라고 생각하고 여기에서 편안하게 경기를 한 뒤 자신감을 갖고 복귀하길 바란다. 소속팀에 돌아가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도록 돕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유럽파는 아니지만 이재성과 권창훈의 사례를 얘기하며 대표팀이 상황을 반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권창훈은 동아시안컵에 발탁돼 대표팀에서 활약한 뒤 그 기세를 소속팀 수원으로 돌아가서도 잇고 있다. 최근 엄청난 득점력을 보여주며 부상병동인 팀의 기둥 역할을 하는 중이다. 이재성 역시 지난 3월 처음 대표팀에 발탁돼 맹활약을 했고 이전의 활동량과 움직임에 문전에서 더 위력 있는 선수로 거듭났다. 유럽파들의 시즌 초반 부진은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빚어진 일시적인 상황일 수 있다. 기성용, 손흥민, 구자철은 실제로 소속팀과 감독으로부터 강한 신뢰를 받는 선수들이다. 대표팀에서 여유를 찾고 경기력을 올려 돌아가고 나중에 그들이 대표팀에 와서 보답하는 선순환 과정이 이뤄지길 바라는 게 슈틸리케 감독의 생각이다.
하지만 유럽파에 대한 필요 이상의 배려에는 단호한 모습도 보였다. 이번 9월 열리는 2연전이 제법 거리가 먼 홈과 원정에서 열리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유럽파를 배려한 대표팀의 이원화 운영 전략의 필요성 얘기가 나왔다. 시차적응, 체력 소모를 감안해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라오스는 국내파 중심으로 치르고 유럽파를 레바논 원정에 집중시키자는 얘기였다. 이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은 시기 상조라며 원칙의 중요성과 목표 달성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예선을 겨우 1경기 했다. 승점을 쌓아놔야 통과한다. 상대가 아무리 약한 라오스라도 진지하게 임하겠다. 나중에 승점을 쌓고 기회가 된다면 그때 선수들의 상황을 분석해서 신중히 검토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경기에는 후원사들의 존재가 있다는 것도 솔직하게 인정했다. “기업들이 대한축구협회를 후원하는 건 최고의 선수들과 최상의 전력을 통한 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그런 복합적인 고려를 해야 한다”는 게 슈틸리게 감독의 얘기였다.
■ 화두 3. 점점 사라지는 J리거와 중동파
유럽파에 대한 믿음이 절대적인 것과는 반대로 J리그와 중동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점점 대표팀 내에서 비중이 줄고 있다. 이번 소집 명단을 분석하면 K리그 소속이 10명, 유럽에서 뛰는 선수가 8명, 중국 슈퍼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2명, 중동파가 1명, J리그가 1명, 그리고 대학생이 1명이다. K리거는 대표팀 내 비중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지난 1월 아시안컵 당시 K리거는 5명에 불과했지만 이번 소집에는 그 2배인 10명이 됐다. 지난 동아시안컵을 통해 김승대, 권창훈, 임창우가 슈틸리케 감독의 눈에 확실히 들었다. 황의조처럼 대표팀의 취약 포지션에 대안이 될 수 있는 떠오르는 젊은 선수들이 계속 배출되고 있다. 반면 J리거는 아시안컵 당시 3명, 지난 6월 소집 당시 4명이었지만 이번에는 정우영이 유일하다. 골키퍼 김진현이 부상으로 선발되지 못한 점도 있지만 김창수, 김민우, 이용재, 김민혁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표] 아시안컵 이후 K리거, J리거, 중동파 소집 비중 변화
소집 시기 |
K리거 |
J리거 |
중동파 |
비고 |
9월 라오스-레바논 |
10명 |
1명 |
1명 |
|
8월 동아시안컵 |
15명 |
6명 |
- |
유럽, 중동파 소집 불가 |
6월 UAE-미얀마 |
10명 |
4명 |
3명 |
유럽파 다수 빠짐 |
3월 우즈벡-뉴질랜드 |
8명 |
2명 |
3명 |
|
1월 아시안컵 |
5명 |
3명 |
6명 |
|
중동파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초기에는 유럽파만큼 높은 신뢰를 받았고 지난 아시안컵에는 6명이나 대표팀에 뽑혔다. 그러나 조영철, 이명주, 이근호가 소속팀에서의 부진, 슈틸리케 감독과의 스타일이 맞지 않는 이유로 차례로 제외됐다. 조영철과 이근호는 아예 이번 여름 K리그로 리턴하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큰 신뢰를 받았던 한국영과 남태희도 이번 소집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중동의 각 리그가 시즌 개막에 즈음하고 있어서 경기력이 최상이 아니란 것도 이유지만 그들의 위치에도 더 나은 대안을 발견하고 있다는 얘기도 가능하다. 결국 베테랑 곽태휘만이 중동파 중에서는 유일하게 이번 명단에 포함됐다.
더 젊고, 더 유능하고, 실제 경기에서 더 자기 능력을 검증하는 선수만이 슈틸리케 감독으로부터 지속적인 관심을 받는다는 얘기다. J리거와 중동파를 밀어낸 것은 이재성, 권창훈, 김승대, 임창우 같은 K리그의 젊은 선수들이다. 자연스럽게 대표팀은 더 젊어졌다. 이번 소집에도 90년 이후 출생자가 14명이다. 30대 선수는 곽태휘(81년생)와 권순태(84년생) 둘뿐이다. 2012 런던올림픽 멤버와 2014 인천아시안게임 멤버가 주축이 된 세대교체가 마무리됐다. 앞으로도 슈틸리케 감독은 경험과 리더십이 있는 곽태휘 정도로를 제외하면 87년생 박주호를 선수 선발의 마지노선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 화두 4. 대학생 첫 발탁, 배려와 긴장 사이
이번 명단 발표에서 예상이 가장 크게 뒤집어진 포지션은 골키퍼였다. 동아시안컵에서 주전으로 뛴 김승규만이 살아 남았고, 나머지 2명은 모두 교체됐다. 특히 연세대 소속인 대학생 골키퍼 김동준의 발탁은 눈길을 모았다. 슈틸리케 감독이 2부 리그 소속의 선수를 발탁하는 파격을 보였지만 아예 대학생을 뽑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능한 선수들이 고교 졸업 후 프로로 직행하는 일이 잦아진 2000년대 들어서도 이천수, 차두리, 박주영 정도를 제외하면 대학생 국가대표는 보기 어려운 일이었다. 김동준 이전에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마지막 대학생은 2010년 김보경(당시 홍익대 소속)으로 5년 7개월 만의 대학생 국가대표가 탄생했다. 김동준은 올림픽대표팀이 기대를 걸고 있는 골키퍼다. 지난 동아시안컵에서도 슈틸리케 감독은 3번 골키퍼로 올림픽대표팀의 구성윤을 선발한 적 있다. 즉, 이 선발은 올림픽대표팀을 위한 배려의 차원 성격이 짙다. 올림픽대표팀과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는 경험 많은 골키퍼가 부족해 늘 와일드카드를 꺼내야 했었다. 현재 올림픽대표팀의 감독이 신태용 코치라는 점에서 슈틸리케 감독과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었다.
이미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김동준의 플레이를 두 차례 관찰했던 슈틸리케 감독은 “구성윤과 마찬가지로 올림픽대표팀이 소집되지 않아서 뽑았다. 선수는 항상 경기에 출전하면서 배울 수 있다. 김봉수 코치가 젊은 골키퍼들을 보고 비교를 하면서 누가 차세대 골문을 책임 질 선수인지 미리 확인하기 위한 차원에서 발탁했다”고 말했다. 3번 골키퍼가 실제 경기에 나설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김동준에게 이번 선발은 새로운 경험을 하고 더 높은 레벨에 눈 뜰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진현의 부상과 정성룡의 군입대는 권순태에게 기회가 가는 계기가 됐다. 지난 시즌부터 리그 최고의 골키퍼로 군림한 권순태지만 대표팀에선 번번이 제외돼 많은 얘기가 나왔다. 김진현과 정성룡을 모두 뽑을 수 없는 상황이기에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에야말로 안 뽑을 이유가 없었다. 소속팀에서 계속 잘해 왔기에 발탁했다”고 말했다. 지난 동아시안컵에서는 이범영을 택했지만 소속팀 부산이 강등권에 있는 부진이 장기화 돼 리그 1위 팀 골키퍼를 뽑는 것이 분명 더 명분이 있었다. 권순태는 “전혀 기대를 안 하고 있어서 얼떨떨하다. 감사하다. 특별히 무엇을 하겠다기보다는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겠다”며 3년 6개월 만에 대표팀에 뽑힌 데 대한 소감을 밝혔다.
새롭게 구성된 슈틸리케 감독의 국가대표 23인은 오는 31일 정오 경기도 화성시 롤링힐스호텔에 모여 준비에 돌입한다. 소집 첫날 진행되는 훈련은 팬들에게 공개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