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팔신선(八神仙) 종리권(鍾離權)

종리권은 성이 종리(鍾離)이고 이름은 권(權)이며, 호는 운방(雲房) 또는 정양제군(正陽帝君)으로도 불린다. 종리권은 중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전설적인 팔선(八仙)의 한사람이다. 팔선은 종리권 외에도 하선고, 이철괴, 여동빈, 장과로, 한상자, 조국구, 남채화가 있다. 이들 중에 여동빈은 종리권으로부터 도를 전해 받은 사제지간이다.
종리권의 모습은 특이했다. 이마는 둥글고 툭 튀어나왔으며, 입은 사각형에 두툼하고, 눈은 크고 눈썹은 길었다고 한다. 《속문헌통고》에는『종리
종리권(鍾離權)
권은 함양(咸陽) 사람으로, 호가 화곡자(和谷子), 정양자(正陽子), 운방(雲房)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수염과 준수한 눈에다가 키가 8척이다.』라고 했다.
어떤 이들은 그가 서진(西晉)시대에 중랑장을 지낸 사람이라고 했지만, 정확하게 그가 어느 시대 사람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가 도를 얻게 된 과정은 다음과 같다. 종리권이 길을 잃고 혼자 말을 타고 가다가 깊은 산중에 도착했다. 마침 뇌성 번개가 심하게 치기에 날이 개일 때를 기다리니 어느 새 밤중이 되었다. 그는 당황해서 쉴 곳을 찾아 몇 리 길을 가다가 산등성이에 도착하니 작은 산골마을이 나타났다. 마을입구에서 배회하면서 어떻게 들어갈까 궁리하는데 갑자기 한 노인이 다가오면서 큰 소리로 물었다. 『종리권 장군입니까?』
종리권이『그렇습니다』고 말하며 마음속으로 놀라 「노인은 반드시 평범한 사람이 아닐 것이다.」고 생각했다. 노인은 종리권을 방안으로 안내해 들어갔다.
자리에 앉자 노인은 『사람들은 나를 동화(東華)선생이라고 부르오』라고 말했다. 종리권은 그가 득도한 진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산중에 은거하며 세상과 담을 쌓고 있는 그를 이렇게 우연히 만날지는 생각도 못했고, 지금 진인을 만난 것은 얻기 어려운 기회이니 세상을 버리고 입도하여 수행할 것을 결심했다. 종리권이 동화선생에게 자신의 결심을 말하자 동화선생은 『어려울 것이요. 내가 헤진 옷에 먹을 것도 없이 겨우 비바람만 피할 수 있는 곳에서 오랫동안 세상과 담을 쌓고 오로지 초목과 벗하여 지내는 것을 보시오. 당신은 부귀영화에 이미 젖어 있지요. 도를 배우는 사람은 진실을 추구하며, 칠정을 버리고 육욕을 버려야 하는데 쉽지가 않지요.』하니, 종리권이 『만약 장생을 얻는다면 정욕에 무슨 미련이 있겠습니까』 라고 했다.
그때부터 종리권은 그를 스승으로 모시고, 산에 머물면서 장생비결과 영보승법을 전수 받았다. 어느 날 동화선생이 종리권에게 『너는 이제 산에서 내려가라. 내단을 이루었으니, 외단을 구해 선인이 되어라. 산을 내려가서 공덕을 쌓고 선행을 하여 하늘의 부름을 기다려라.』고 했다.
종리권은 스승에게 하직인사를 하고 산천을 두루 유람하다가 마침내 종남산 학령에 도착해 이곳에서 동굴을 집으로 삼아 지내며, 벽에『학령동천』이라고 네 글자를 새겼다.
종남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장안성이 있다. 그는 불시에 장안시장에 가서 술을 마시고 산보를 하면서 인간의 번화함을 살피곤 했는데 항상 머리를 양방향으로 올려 묶고 몸에는 곡수(樹:떡갈나무)잎으로 짠 옷을 입고 나타났다.
어느 날 그가 장안성안 승천문 길옆의 술집에서 술을 몇 잔 마신 후 술기운이 돌자 주인에게 붓과 먹을 요구하여 벽에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가 시를 완성하고 『天下都散漢』(천하가 한에서 펴졌다)의 다섯 글자를 쓸 때 한 청년이 참지 못하고 『선생님이 운방선생 이십니까』하고 물었다. 이 청년이 바로 여동빈이었다. 그는 종리권에게 도를 가르쳐 주기를 청했다.
종리권은 인생, 세상사, 천리와 선도의 이론에 대하여 말하였다. 여동빈이 더욱 스승으로 모셔서 도를 배우기를 원하니 종리권은 『너는 속세와 인연은 끝났다. 종남산으로 와서 나를 찾아라』고 했다. 여동빈은 가지고 있던 재물을 모두 고향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종남산 학령으로 가서 종리권을 만났다.
종리권은 그에게 내단을 수련하는 법을 가르쳤다. 종리권은 구름을 타고 바람을 제어할 수 있었으며 움직임이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고 한다. 어느 때는 화산의 친구를 찾아가고 어느 때는 공동산의 화양진인을 방문하기도 했다. 어느 해 가을 종리권이 공동산에서 돌아와 여동빈과 함께 산속을 산책할 때 공중에 떠다니던 짙은 남색의 구름이 학령 정상으로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종리권이 이를 보고 『내일 나는 봉래(蓬萊)에 가 천지(天地)의 모임에 참가할 것이다.』하니 여동빈은 그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종리권은 헤어짐을 슬퍼하는 여동빈을 위로하며 『세상 사람들은 신선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나 신선의 품격을 갖춘 사람은 매우 적다. 환골단은 너의 마음속에 숨어있으니 너만이 지킬 수 있는 주인이다. 때가 되면 스스로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날 저녁 종리권은 그가 저술한 『영보승법』과를 여동빈에게 주었다.
다음날 아침, 아득한 곳에서 퉁소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이 동굴 밖으로 나가자, 무지개 빛 옷을 입은 두 동자와 백학이 한 마리 있었다. 종리권은 학의 등에 타고 사라져 버렸다.
종리권이 저술해 여동빈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진 《종려전도집(鍾呂傳道集)》에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큰 도란 이름도 없고 형체도 없다. 그러나 존재하지 않는 곳이 없다. 모든 사람이 지니고 있는 심령에 항상 존재하는데, 단지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오로지 만물의 도리를 다하고, 자신의 성(性)을 다하며, 리(理)와 성(性)을 다하여 명(命)에 이르고, 명(命)과 성(性)을 보전하여 도(道)에 합치되어야만 비로소 천지와 더불어 그 견고함을 같이 하고 그 장구함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종리권은 우리나라 신선 도인들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조선 중엽 한무외가 쓴《해동전도록(海東傳道錄)》을 보면 신라인 최승우(催承祐), 김가기(金可紀), 자혜(慈惠)가 중국으로 유학을 가서 신원지(申元之)를 만나고, 그로부터 종리권을 소개받았다. 종리권은 이들에게 《청화비문(靑華秘文)》, 《영보필법(靈寶畢法)》, 《금고입두(金誥入頭)》, 《악결내관(岳訣內觀)》, 《천둔연마법(天遁鍊磨法)》등의 도서(道書)를 주어 가르쳤고, 또 구결(口訣)을 전수해 3년이 지난 후 단법(丹法)을 이루게 하였다고 전해진다.
[출처] 종리권(鍾離權) (환생,심령,예언 및 마음의 양식) |작성자 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