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자 하거든’이란 뜻을 지닌 욕지(欲知)는 그 이름만으로도 여행 욕구를 샘솟게 한다. 바다 위 크고 작은 섬들이 그림처럼 떠 있고, 양지바른 언덕엔 해풍을 맞으며 감귤과 고구마가 잘도 자란다. 총 24km에 이르는 일주도로를 달리다 보면, 세 여인의 전설이 깃든 삼여도와 황홀한 자태의 기암괴석 등을 만날 수 있다.
통영 토박이 임영수에게 물어봐!
“욕지도는 통영시에서 뱃길로 32km 떨어진 통영 최남단에 위치한 섬입니다. 국내에서 48번째로 큰 섬이고, 연화열도에선 가장 크죠. 조선시대엔 통제영 수군들이 사슴 사냥을 하던 곳으로, 1880년경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습니다. 항구엔 멸치잡이 배들이 정박해 있고, 기후가 바뀌면서 최근엔 참치 양식도 가능해졌죠. KBS [1박2일]에 등장한 후 욕지도가 입소문이 났지만, 아직 소매물도, 외도 등 통영의 다른 섬들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편입니다.”
벼랑을 따라 걷는 해안 산책로, 욕지도 비렁길
이미지 목록
비렁길은 욕지도의 노적에서 혼곡 마을까지 이어지는 벼랑길이다. 비렁은 벼랑의 경상도 사투리. 욕지도 주민들이 예부터 이용해온 벼랑길을 다듬어 946m의 아찔한 해안 산책로를 만들었다. 에메랄드 빛 바다를 발아래 두고 조붓한 비렁길을 걸으면, 마치 푸른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바다와 숲이 어우러진 비렁길을 걷다 보면 갯바위에 부딪히는 파도소리, 새들의 재잘거림, 상쾌한 숲 속 공기에 몸과 마음이 깨끗해진다.
흔들흔들 스릴 만점, 출렁다리
이미지 목록
비렁길 트레킹의 하이라이트는 출렁다리. 깎아지른 듯한 수직 절벽 위에 설치된 출렁다리는 고소공포증이 있는 이라면,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작은 움직임에도 심하게 출렁인다. 다리 아래로는 천길 낭떠러지가 펼쳐지고, 거센 바닷바람과 함께 휘몰아치는 물줄기가 절경을 만든다. 여기저기서 비명을 꽥 지르는데, 다리 중간 지점을 지나면 기이한 모양의 기암괴석과 소박한 섬 풍경이 한눈에 펼쳐져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옥빛 바다는 바닥이 훤히 비칠 정도로 투명한 물빛을 자랑하고, 갯바위에서 유유자적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의 여유가 부럽기만하다. 다리를 건너자 엄청난 비경이 기다리고 있다. 자연이 조각해놓은 너른 마당바위와 탁 트인 바다 풍광에 누구라도 압도되고 만다.
반나절 코스로 다녀오기 좋은 주변 섬, 정겨운 어촌 섬 마을, 연대도
이미지 목록
통영을 기준으로 남서쪽에 위치한 연대도는 달아유람선으로 20분이면 닿아 당일치기로 훌쩍 다녀오기 좋다. 신석기시대의 조개더미 유적인 연대도패총이 발견됐을 만큼 섬의 역사가 오래되었다. ‘돌담이 아름다운 집’, ‘점빵집으로 불린 김채기 할머니댁’ 등 세상에 하나뿐인 문패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연대도와 서쪽에 있는 만지도를 잇는 98m의 출렁다리가 큰 볼거리. 폭 2m의 현수교로, 자동차는 진입할 수 없다.
찾아가는 법통영 달아항에서 배를 타고 20~25분 소요.
수면에 떠 있는 새 한 마리, 펠리칸 바위
부리가 긴 펠리칸이 바다를 향해 둥지를 틀고 앉아 있는 모습이다. 새천년기념공원에서 바라보면, 수면에 웅크리고 있는 펠리칸의 모습이 한눈에 잡힌다. 출렁다리는 펠리칸의 목 부분에 해당한다. 특히 이곳은 갯바위 낚시 포인트로도 유명해 전국 각지의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다.
낭만 가득한 섬 드라이브, 욕지 일주로
욕지도 여행은 욕지일주도로를 따라 이루어진다. 총 길이는 24km, 자부마을에서 시계 방향으로 섬을 한 바퀴 도는 것이 일반적이다. 도로 중간 중간에 나무 덱으로 된 쉼터가 설치돼 있는데, 남도의 섬 풍광을 감상하기 좋다. 차를 이용해 섬을 한 바퀴 여유 있게 돌면 두 시간 정도 걸린다. 차가 없다면, 빨간색 순환 버스를 이용해도 좋다. 버스는 욕지선착장에서 오전 6시 50분, 8시 30분, 11시, 오후 12시 30분, 2시 30분, 4시 30분에 출발한다.
기막힌 전망은 덤, 새천년기념공원
이미지 목록
출렁다리에서 차를 타고 10여 분 달리자 널찍한 공원이 나온다. 욕지도 정남쪽 일주도로변에 위치한 새천년기념공원은 차를 갓길에 세우고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쉬어가기 좋다. 2000년 1월 1일 욕지면 주민들의 염원을 담아 세운 기념탑이 있고, 그 옆엔 욕지도에 대한 긍지를 담은 비석이 나란히 놓여 있다. 욕지도 출신 김성우 작가의 수필집 [돌아가는 배]에서 발췌한 문장비도 눈에 띈다. 매년 1월 1일 해맞이 축제를 여는데, 수평선 너머로 장엄하게 떠오르는 태양이 장관을 이룬다. 날이 좋으면 대마도까지 내다볼 수 있다.
욕지도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
이미지 목록
고메를 아시나요? 미식을 뜻하는 프랑스어 고메(Gourmet)가 아니다. 욕지도 사람들은 고구마를 ‘고메’라고 한다. 욕지도 고구마는 비탈진 황토밭에서 풍부한 일조량과 바닷바람을 맞고 자라 당도가 높다. 집집마다 고구마를 얇게 썰어 마당에서 꾸덕꾸덕 말리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렇게 만든 고구마 말랭이를 ‘빼떼기’라고 부르고, 죽으로 끓이면 ‘빼떼기죽’이 된다. 가격은 5kg에 1만 원 정도. 택배 주문도 가능하다.
이미지 목록
바다 향 가득한 성게미역국 섬사람들은 미역국을 끓일 때 소고기가 아닌 해산물을 넣는다. 미역을 참기름에 달달 볶다가 간장, 소금, 성게 알을 넣고 푹 끓인 성게미역국은 기름지지 않은 깔끔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노란 성게 알은 입 안에서 살살 녹는데, 칼로리가 낮고 비타민, 철분이 풍부해 다이어트 식단으로도 그만이다. 욕지선착장 앞 ‘해녀 김금단 포차’에선 제대로 된 성게미역국을 맛볼 수 있다. 해녀 김금단 할머니가 직접 채취한 싱싱한 해산물로 만든 멍게비빔밥과 회덮밥, 보말죽 등 다양한 해산물 요리를 선보인다.
해녀 김금단 포차
전화번호010-3633-5136
욕지도 가는 뱃길, 통영 삼덕항
이미지 목록
통영여객선터미널이 아닌 삼덕항을 이용하면 20분 정도 더 빨리 욕지도에 닿을 수 있다. 삼덕항을 빠져나온 욕지영동고속호가 평온한 바다를 가르며 18노트의 속도로 나아간다. 몸체가 워낙 커서 움직임을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 대매물도, 소매물도, 추도, 사랑도, 연하도 등 통영 앞바다의 운치 있는 섬들을 볼 수 있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한 시간쯤 지나자 욕지 항구에 뱃머리가 닿는다. 삼덕항 출발 시각은 오전 6시 45분, 10시, 11시, 오후 1시, 2시, 3시 30분이며, 토·일요일엔 오전 8시 30분에 한 편이 더 추가 운항된다.
수면을 뚫고 불쑥 솟은 삼여도는 욕지 9경 중 최고로 꼽힌다. ‘세 여인’이라는 뜻의 삼여도(三礖島)는 900년 묵은 이무기로 변한 젊은 총각을 사랑한 용왕의 세 딸이 바위로 변한 전설이 깃들어 있다. 삼여도 뒤엔 출렁다리와 펠리칸 바위가, 오른쪽엔 상여도와 삼례도가 나란히 있고, 저 멀리 국도와 좌사리 제도가 어슴푸레 보인다.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산 세 선녀 이야기가 전해지는 울릉도의 삼선암과 형태나 전설이 비슷하다.
[여행박사 추천 상품] 비행기 타고 가는 통영 1박 2일 자유여행
1박 2일 통영 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대부분 고개를 가로젓는다. 서울에서 통영까지 자동차로 4시간 30분, 고속도로에서만 반나절을 보내야 하기 때문. 여행박사에선 비행기를 타고 가는 획기적인 통영 자유여행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김포에서 김해공항까지 50분 만에 도착, 이동 시간을 확 줄일 수 있어 일상이 바쁜 직장인이라면 주말을 이용해 가뿐하게 다녀오기 좋다. 여행박사의 통영 자유여행 상품은 왕복항공권, 렌터카, 호텔(캘리포니아호텔, 엔쵸비호텔, 동경호텔)로 구성, 세부 여행 일정은 개인 취향에 따라 짜면 된다. 여행박사 홈페이지를 통해 통영 여행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해저터널, 미륵산 케이블카 등 관광부터 욕지도, 연대도, 매물도 등 섬 관광까지 통영 핵심 스폿이 소개되어 있고, 굴・시락국 등 겨울철 통영 먹거리와 숙소 정보까지 상세하게 나와 있다. 예술가의 흔적을 따라 걷는 통영 육지 관광을 마치고 통영에 딸린 작은 섬을 천천히 둘러보고 나면, 1박 2일이 알차게 느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