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자결(六字訣)
六 : 여섯 육(八/2)
字 : 글자 자(子/3)
訣 : 이별할 결(言/4)
옛날 소현령(蕭縣令)이 선인(仙人) 부구옹(浮丘翁)에게 고을 다스리는 방법을 물었다.
부구옹이 말했다. "내게 여섯 자로 된 비결이 있네. 사흘간 재계(齋戒)하고 오면 알려 주지."
사흘 뒤에 찾아가니 세 글자를 알려주었다. 모두 '염(廉)'자였다. "청렴이 그렇게 중요합니까?" "하나는 재물에, 하나는 여색(女色)에, 나머지 하나는 직위에 적용해 보게." "나머지 세 글자는 무엇입니까?" "다시 사흘간 재계하고 오게나."
사흘 뒤에 다시 갔다. "정말 듣고 싶은가? 나머지 세 글자도 염, 염, 염일세." "정말 청렴이 그다지도 중요합니까?" "자네 거기 앉게. 청렴해야 밝아지네. 사물이 실정을 숨길 수 없게 되지. 청렴해야 위엄이 생기는 법. 백성들이 명을 따르게 된다네. 청렴해야 강직할 수 있네. 상관이 함부로 하지 못하게 되지. 이래도 부족한가?"
현령이 벌떡 일어나 두 번 절하고 허리띠에 염 자를 여섯 개 써서 즉시 길을 떠났다. 다산이 벗의 아들인 영암 군수(靈巖郡守) 이종영(李鍾英)에게 준 글에 나온다.
김안국(金安國)의 친구 황모(黃某)가 재물 욕심이 대단했다. 집도 크게 지었다. 주위에서 온통 비난하는데도 개의치 않았다.
김안국이 그에게 편지를 썼다. "자네나 나나 산대야 고작 10여년인데, 무슨 욕심이 그리 많은가? 사는 데 꼭 필요한 물건은 열 가지뿐이라네. 들어보겠나? 책 한 시렁, 거문고 한 개, 친구 한 명, 신 한 켤레, 베개 한 개, 창문 하나, 마루 하나, 화로 한 개, 지팡이 한 개, 나귀 한 마리일세. 자네가 내 친구가 되어 주게." 송재잡설(松齋雜說)에 보인다.
갖은 방법으로 재물을 긁어 모으고도 역량을 인정받아 집권당의 차기 공천까지 받은 현직 군수는 비리가 들통나자 아예 위조여권으로 달아나려다 들켜 다시 달아났다.
아침 신문을 열 때마다 비슷한 소식이 하나씩 추가된다. 그래서인가? 도처에 나붙은 지방선거 입후보자들의 사진이 실례의 말이지만 모두 도둑놈 얼굴 같다. 남의 잘못은 용서 없던 검사들이 갖은 뇌물과 향응에 성접대까지 당연한 권리인 듯 받았다.
다산은 한탄한다. 목민자(牧民者)가 백성을 위해서 있는 것인가, 천만에. 백성이 목민자를 위해서 있다. 백성은 예나 지금이나 고혈과 진액을 짜내 목민자를 살찌우기 바쁜 것이다. 아! 이제 청렴은 무능과 동의어가 되었다.
▶️ 六(여섯 육/륙)은 ❶지사문자로 두 손의 세 손가락을 아래로 편 모양을 나타내어 '여섯'을 뜻한다. 五(오) 이상의 수를 나타내는 한자의 기원은 과히 뚜렷하지 않으나 다만 (四-六-八)은 닮은 글자이며 (五-七-九)도 같은 자형(字形)으로 되어 있다. ❷상형문자로 六자는 '여섯'이나 '여섯 번'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六자는 八(여덟 팔)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숫자 '여덟'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六자의 기원에 대해서도 명확한 정설은 없다. 다만 六자의 갑골문을 보면 마치 지붕 아래로 기둥이 세워져 있는 듯한 모습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에 본래는 작고 허름한 집을 뜻했던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六자는 이러한 해석과는 관계없이 일찍이 숫자 '여섯'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六(육/륙)은 (1)여섯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여섯 ②여섯 번 ③죽이다(=戮)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한 해의 여섯째 달을 유월(六月), 60일 또는 60살을 일컫는 말을 육순(六旬), 열의 여섯 배가 되는 수를 육십(六十), 여섯 치 또는 재종 간의 형제나 자매의 서로 일컬음을 육촌(六寸), 한시에서 여섯 자로서 한 구를 이루는 형식을 육언(六言), 무엇을 직접으로 느끼어서 깨닫는 신비한 심리 작용을 육감(六感), 점괘의 여러 가지 획수를 육효(六爻), 사람의 여섯 가지 성정으로 희喜 노怒 애哀 낙樂 애愛 오惡를 이르는 말을 육정(六情), 여섯 가지의 곡물로 벼 기장 피 보리 조 콩을 이르는 말을 육곡(六穀), 예순을 바라본다는 뜻으로 나이 쉰 한 살을 일컫는 말을 망륙(望六), 언론계에서 뉴스 보도에 반드시 담겨져야 할 여섯 가지 기본 요소로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를 일컫는 말을 육하원칙(六何原則), 온갖 법령을 다 모아서 수록한 종합 법전을 이르는 말을 육법전서(六法全書), 14~15세의 고아 또는 나이가 젊은 후계자를 일컫는 말을 육척지고(六尺之孤),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있으면 오뉴월의 더운 날씨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을 유월비상(六月飛霜), 내장의 총칭으로 오장과 육부를 분노 따위의 심리 상태가 일어나는 몸 안의 곳으로서 이르는 말을 오장육부(五臟六腑), 서른여섯 가지의 계략 또는 형편이 불리할 때 달아나는 일을 속되게 이르는 말을 삼십육계(三十六計), 여덟 개의 얼굴과 여섯 개의 팔이라는 뜻으로 뛰어난 능력으로 다방면에 걸쳐 눈부신 수완을 발휘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팔면육비(八面六臂), 두 팔과 두 다리와 머리와 몸통을 이르는 말로써 온몸을 이르는 말을 사대육신(四大六身), 얼굴이 셋이고 팔이 여섯이라는 뜻으로 혼자서 여러 사람 몫의 일을 함을 이르는 말을 삼면육비(三面六臂) 등에 쓰인다.
▶️ 字(글자 자)는 ❶형성문자로 갓머리(宀; 집, 집 안)部와 뜻을 나타내는 동시에 음(音)을 나타내는 아들자(子; 어린 아이)部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한 집안에 자손이 붇는 일을 말한다. 옛날에는 글자를 名(명) 또는 文(문)이라 알컫다가 진(秦) 나라의 시황제(始皇帝) 때 쯤부터 문자(文字)라는 말이 생겼다. 字(자)는 文(문자)과 文(문)이 합(合)하여 마치 사람의 가족이 붇듯이 계속하여 생기는 글자라는 뜻이다. 나중에는 글자 전부를 字(자)라 일컬었다. ❷회의문자로 字자는 '글자'나 '문자'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字자는 宀(집 면)자와 子(아들 자)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宀자는 지붕을 그린 것이기에 집과 관련된 뜻을 전달한다. 이렇게 집을 뜻하는 宀자에 子자가 결합한 字자는 '집에서 아이를 기른다'는 뜻으로 만들어졌었다. 字자에 아직도 '기르다'나 '양육하다'는 뜻이 남아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진시황 때부터 字자를 '글자'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문자(文字)'와 관련된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字(자)는 (1)글자 (2)글자의 뜻으로, 그 수효(數爻)를 나타내는 말 (3)사람의 이름을 소중히 여겨 본 이름 외에 부르기 위하여 짓는 이름 흔히 장가든 뒤에 본이름 대신으로 부름 등의 뜻으로 ①글자, 문자(文字) ②자(字: 이름에 준하는 것) ③암컷 ④기르다, 양육하다 ⑤낳다 ⑥사랑하다 ⑦정혼(定婚)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글자의 음을 자음(字音), 활자를 부어 만드는 원형을 자형(字形), 표의 문자에서 글자의 뜻을 자의(字義), 많은 한자를 모아 낱낱이 그 뜻을 풀어놓은 책을 자전(字典), 글자와 글귀를 자구(字句), 글자의 근본 원리를 자학(字學), 글자의 새김을 자훈(字訓), 글자가 구성된 근원을 자원(字源), 영화에서 표제나 배역이나 설명 따위를 글자로 나타낸 것을 자막(字幕), 글자를 쓰는 법칙을 자격(字格), 글자와 글자 사이를 자간(字間), 글자의 모양을 자체(字體), 글자의 수효를 자수(字數), 활자의 대소를 나타내는 번호를 자호(字號), 수지 결산에서 지출이 수입보다 많은 일을 적자(赤字), 중국어를 표기하는 문자를 한자(漢字), 수를 나타내는 글자를 숫자(數字), 같은 문자를 동자(同字), 세간에서 두루 쓰이는 문자로서 정식의 자체가 아닌 한자를 속자(俗字), 지금은 쓰이지 않는 옛 글자를 고자(古字), 한문 글자의 획수가 많은 것을 쉽게 줄여서 쓰는 글자를 약자(略字), 잘못 쓰이고 있는 글자를 와자(譌字), 둘 이상의 글자를 모아서 만든 글자를 합자(合字), 낱자를 늘어놓은 차례를 자모순(字母順), 수령을 달리 일컫는 말을 자목지임(字牧之任), 글자를 아는 것이 오히려 근심이 된다는 뜻으로 알기는 알아도 똑바로 잘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그 지식이 오히려 걱정거리가 됨을 이르는 말을 식자우환(識字憂患), 한 글자도 알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일자무식(一字無識), 발음은 같으나 글자가 다름 또는 그 글자를 일컫는 말을 동음이자(同音異字), 한 글자의 값어치가 천금이다는 뜻으로 지극히 가치 있는 문장을 말함 또는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과 맥이 통함을 일컫는 말을 일자천금(一字千金), 큰 글자로 뚜렷이 드러나게 쓰다라는 뜻으로 누구나 알게 크게 여론화함을 이르는 말을 대자특서(大字特書), 미인의 고운 눈썹을 비유 형용하는 말을 팔자춘산(八字春山), 글씨를 쓰다가 그릇 쓰거나 글자를 빠뜨리고 씀 또는 그러한 글자를 일컫는 말을 오서낙자(誤書落字), 주견이 없이 남의 말을 좇아 이리저리 함을 이르는 말을 녹비왈자(鹿皮曰字), 글씨에 능한 사람은 정신을 들이지 아니하고 붓을 던져도 글씨가 잘 된다는 말을 투필성자(投筆成字), 한 글자를 가르친 스승이라는 뜻으로 시나 문장의 한 글자를 바로잡아 주어 명문이 되게 해준 사람을 존경해 이르는 말을 일자지사(一字之師), 팔자에 의해 운명적으로 겪는 바를 일컫는 말을 팔자소관(八字所關) 등에 쓰인다.
▶️ 訣(이별할 결, 결정할 계)은 형성문자로 诀(결)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말씀 언(言; 말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夬(결)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訣(결, 계)은 ①이별하다 ②사별하다 ③헤어지다 ④끊다, 결단하다 ⑤노하여 꾸짖다 ⑥비결(祕訣), 비방(祕方) 그리고 결정할 계의 경우는 ⓐ결정하다(계)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관계나 교제를 영원히 끊음을 결별(訣別), 요긴한 뜻을 결요(訣要), 결별을 아쉬워하여 베푸는 연회를 결연(訣宴), 이별주를 마심을 결음(訣飮), 결별의 말을 결사(訣辭), 작별하는 인사의 말을 함을 사결(辭訣), 숨겨 두고 혼자만이 쓰는 썩 좋은 방법을 비결(祕訣), 검객이 간직하고 있는 비결을 검결(劍訣), 옛부터 정하여져 내려오는 가르침을 인결(印訣), 한자를 빌어서 한문의 구절 끝에 다는 우리말 식의 토를 구결(句訣), 명확한 비결을 명결(明訣), 한 자리에서 서로 만나 보고 이별함을 면결(面訣), 도가에서 전하여지는 비법을 도결(道訣),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영원히 이별함을 영결(永訣), 일의 가장 중요한 방법을 요결(要訣), 결별의 인사말을 결별사(訣別辭), 영결식에서 고인을 추도하는 말을 영결사(永訣辭), 장례 때 친지가 모여 죽은 이와 영결하는 의식을 영결식(永訣式)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