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이야기-60년, 그 우정의 세월, 내 고향 문경, 그 산과 들과 강
프로방스, 그 바다와 그 땅
벌써 잊었니?
고향의 아늑함과 따뜻함에 대한
그리운 생각이 사라져 버린 거니?
오, 행복했던 시절을 생각해보렴.
고통 속을 헤매는 네 마음속에
평화스런 햇빛이
다시 네게 찬란하게 빛나리.♪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에 나오는 유명한 아리아 ‘프로방스, 그 바다와 그 땅’(Di Provenza il mar, il suol)의 우리말 풀이다.
파리 사교계의 꽃이자 만인의 연인인 비올레타에게 푹 빠져 방황하는 아들 알프레도를 고향땅으로 돌아오게 하려고 설득하는 아버지 제로몽의 노래다.
저음의 바리톤으로 흐르는 그 아리아를 듣고 있노라면, 내 고향땅 문경의 풍경이 선하게 그려지고는 한다.
2023년 5월 26일 금요일인 바로 오늘 일이다.
오후 1시쯤 해서 신한은행에 볼 일이 있어 아내와 동행해서 충주 쪽의 신한금융센터를 다녀왔다.
볼 일을 다 끝내고, 오후 4시쯤 해서 문경으로 되돌아왔다.
다녀오자마자 곧바로 들판으로 나갔다.
오전에는 비가 오락가락했었는데, 어느덧 그 비는 그치고 날이 개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날이 개는 그 들판에서, 녹음이 짙어지는 산과 드넓은 들과 물이 불어난 강의 풍경에 빠져들어 보고 싶었다.
물 댄 논에서는 농부가 모심기를 하고 있었고, 저만치 사과과수원에서는 일꾼들의 꽃 따는 손길이 바빴다.
멀리 해발 1,106m의 백두대간 주흘산 풍경이 시원했고, 흰 구름이 군데군데 둥실 뜬 하늘에는 패러글라이더가 공중제비를 돌고 있었다.
눈으로는 그 풍경에 빠져들면서도, 정작 생각 속에서는 또 다른 풍경을 그려내고 있었다.
문경읍에서 70리길로, 내 어린 시절에 살아 정든 땅인 문경시의 중심 점촌의 풍경이었다.
해발 273m의 야트막한 뒷산인 돈달산에, 낙동강의 상류로서 마을 앞을 흐르는 영강에, 그리고 들판 한 가운데 외롭게 자리 잡고 있는 동천마 그 작은 마을까지, 지금 이 순간의 풍경이 어떨까 궁금했다.
아마 이곳 풍경과 같겠지 싶었다.
오늘 하룻밤 자고나면, 서울 대구 부산해서 각지로 뿔뿔이 흩어져 살던 중학교 동기동창 친구들이, 중학교 졸업 60주년을 맞아 그 풍경을 찾아온다고 했다.
그래서 모교인 문경중학교 교정도 둘러보고, 앞강 영강의 영신숲도 둘러볼 것이라고 했다.
그 친구들의 발걸음이 벌써부터 사뭇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