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외인간
원제 : Rabid
1977년 캐나다영화
각본, 감독 ;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제작 : 아이반 라이트만
출연 : 마릴린 챔버스, 프랭크 무어, 조 실버
하워드 리쉬판, 패트리샤 게이지, 수잔 로먼
'열외인간'은 괴작을 많이 만들어온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초기작입니다. 우리나라에 처음 알려진 '플라이'는 물론이고 비디오 시장에서 잘 팔렸던 '비디오드롬' '초인지대' '스캐너스' 등보다 더 먼저 만들어진 작품이지요. 오싹하고 경악스러웠던 공포물 '더 플라이' 개봉 이후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그 이전 작품들은 비디오 시장에서 희소적인 인기 상품이었고, 특히 90년대 중후반 '비디오드롬' 같은 영화는 부르는 게 값이었다고 합니다. 없어서 못 파는.
80년대는 그래도 조금은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었고, 이름이 알려진 배우들도 출연하고 결국 87년 '플라이' 같은 화제작을 만들었지만 확실히 '열외인간'은 70년대 작품이라서 그런지 젊은 감독의 저예산 습작의 느낌을 많이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인간 광견병이라고 할만한 미친 흡혈 전염병 증세를 다룬 일종의 팬데믹 영화입니다. 오토바이 사고로 어느 날 남녀 커플이 사고를 당하는데 남자는 적당한 부상이었지만 여자는 거의 죽을 지경이 됩니다. 이 사고를 발견한 켈로이드 의사는 연구 완성단계에 다다른 신기술 피부이식 기법을 이 여성에게 시도합니다. 로즈 라는 이름의 이 여성의 허벅지 살을 벗겨 다른 피부에 이식시키는, 70년대 당시로서는 첨단 이식 기법이었죠. 뭐 수술은 성공하는 듯 합니다. 로즈는 상태를 회복하였으니까요.
그런데 이후의 부작용이 문제가 됩니다. 로즈는 겨드랑이 부분에서 뾰족한 무언가가 나와서 사람을 공격하여 피를 흡입하는 그런 증상이 걸리죠. 로즈로 인하여 여럿이 죽어 나갑니다. 결국 켈로이드 박사까지 로즈에 의해서 감염되고 로즈는 병원을 탈출하지요. 로즈에게 공격당한 사람은 죽는 게 아니라 잠시 기억을 잃고 이후 흡혈증세를 보이며 사람을 공격해서 물어뜯지요. 그리고 물어뜯긴 사람들도 똑같이 흡혈병에 걸립니다. 이렇게 빠르게 감염자들이 확산되자 당국에서는 군을 투입하여 진압을 시키고 몬트리올에 계엄령을 내립니다.
약간은 '지옥의 카니발'과 유사한 부분입니다. 요즘은 흔히 보는 좀비 영화 같지요. 물리면 똑같이 좀비가 되는. 단 좀비와는 달리 죽었다 살아나는 게 아니라 잠시 정신을 잃다 깨어나고 인간의 의식은 멀쩡하게 가지고 있으면서도 흡혈행위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좀비 보다는 '지옥의 카니발'과 더 많이 유사하지요. (지옥의 카니발에서 좀 이 영화를 참조하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아직 신예급 감독의 초기 습작 다운 부분이 여실히 드러나는 영화입니다. 저예산 영화 티가 나고 스토리는 그다지 짜임새가 없으며 장면도 비교적 열악한 편입니다. 물론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스러운(?) 싹수는 많이 보이고 있지요. 경악스러운 내용이 전개되고, 비중있는 등장인물이라고 해서 관대함이 없으니까요. 즉 굉장히 절망적이고 패닉적인 내용입니다. 처참한 비극인 셈이죠.
캐나다에서 만든 저예산 영화라서 영어권 작품이지만 무명배우들이 출연하고 그다지 세련된 영화는 아닙니다. 할리우드에서 본격 영화를 만든 시기보다야 많이 미숙한 느낌의 작품이지요. 그냥 B급 오락 범죄 호러물 정도. 킬링 타임용으로 즐길만한 작품입니다. 물론 은근 이런 B급 공포 좋아하는 팬들이 많이 있죠. 저도 이런 영화는 완성도에 관계없이 비교적 흥미롭게 보는 편이니까요. 아주 못봐 줄 정도가 아니라면. 19금 노출이 좀 있고, 죽어나가는 사람들 많고, 대신 장면의 장황함이나 화려함은 없습니다. 조금 색다른 흡혈 인간 공포를 다룬 소품이지요.
평점 : ★★ (4개 만점)
ps1 : 여주인공 로즈는 물어뜯는 대신 몸에서 나오는 뾰족한 것으로 찌르고 로즈에게 공격당하여 감염된 자들은 입으로 깨뭅니다. 흡혈의 유형이 좀 다르지요.
p2 : 로즈가 미모의 젊은 여성이라고 해도 웬 껄떡거리는 남자들이 그리 많은지..처음 본 여자에게 껄떡거리면 물려도 싸죠. 다만 물려서 혼자 당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흡혈인간이 되니 문제지만.
ps3 : 아이반 라이트만이 제작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 양반도 아직 '고스트 바스터즈'로 유명해지기 전이죠.
[출처] 열외인간 (Rabid, 77년) 흡혈 인간 전염 대혼란|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