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젊은 의사들과 1차, 2차를 하고 자정에 간신히 집으로 들어왔다.
오늘은 의대 40주년 졸업 기념 바둑대회가 열리는 날.
사당역 8번 출구에서 나오면 된다는 사당바둑살롱을 찾아 가려고
택시를 타고 10시 오분전에 도착하여 지하도를 건넌다.
지하도 안에는 웬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하고 살펴보니까
대개가 등산복 차림으로 여기에서 만나면 관악산 사당에서 오르는 코스.
밖이 추우니 일행을 안에서 만나기로 한 것.
8번 출구로 나와 두리번대고 있으니 뒷모습이 낯익은 임종윤이 보인다.
같이 바국살롱을 찾아 나선다. 가다가 2층에 기원이 하나 보이고
6층이라. 하며 보니까 간판이 보이는데.
올라가니까 컴컴하고 문은 열려 있으나 아무도 없다.
다시 문자를 확인하니까 11시란다.
10시 20분경 나타난 주인은 황순재 고등 일년후배로 기수로는 우리들과 같고
우리 동기들도 많이 알고 있다.
전등을 켜고 커피머신에 스위치를 넣고 히터도 가져와 틀어 주니까 견딜만 하다.
바둑을 두기전 환담을 나누는 모습.
이 때 방성호가 최근 인천의 우리 선배가 암으로 별세 소식을 전하며
건강진단을 한번도 받지 않았다 하니 누가 그러면 안되지 한다.
내가 잘 써먹는 말 중의 하나는 하느님도 "당신의 역사를 의사와 약을 보내어 행하게 한다."
그런데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을 후원하고,
그 지역 정형외과의 나도 아는 김모선배가 "예술의 전당" 초석에서 노태우 전대통령의 업적을 말하니까
강경하게 비난하였다고 하고, 더구나 부신피질호르몬치료를 즐겨하여 연골이 다 녹아 오는 환자들이 많다고 이야기를 하니까
"잘 떠나셨다"고 이구동성으로 말을 맞춘다.
멀리 대전에서 올라 온 오수정 동기
애들과 그 젊은 엄마만 늘상 보니까 어린이 티를 못벗은 석정우
음성에서 부인과 같이 올라와 분당에 부인을 떨구고 온 백근수
딱 열명이라 A조가 네명씩 두팀,
그리고 B조가 나와 윤덕기로.
황순재와 동인천의 방성호.
하숙을 같이 하여 늦잠꾸러기라는 걸 아는 나는 요즈음도 늦잠을 자나? 하고 물었더니
9시반에 병원 문을 여는 데 8시반에 일어나서 병원까지는 오분도 안걸리는 아래층이라 다행이란다.
시합 팀이 부쳐 놓은 일정표, 우리도 이대로 하면 되겠다.
헐레 벌떡 도착한 신동휘
최낙규가 와서 B조도 3명이 되었다.
방성호의 엄살은 누구나 다 알아준다.
까딱 잘못하여 덤으로는 충분히 이길 수 있는 바둑을 1집 반 패
이런 말하기는 뭣하지만 머리들을 많이 쓰는 모양으로 하나같이 상태가 불량하다.
열두시 반이 다되어가는데 끝내고 밥먹을 생각도 안한다.
윤덕기를 상대로 바둑을 두려고 하니 백근수가 덕기한테 만원을 걸더니
내가 불계로 이기고 내친 김에 최낙규도 불계승한다.
어느 바둑이 반집승이었더라.
이때 나는 벌써 B조 전승(2승), 낙규와 덕기가 한판 붙었는데
다 이긴 바둑을 최꼼수에게 걸려 만패불청으로 깨어지고.
점심은 원 할머니 보쌈에서 소폭으로 순두부와 보쌈.
공평하여야 한다며 골고루 한잔 씩.
나는 윤덕기와 쓰리 쿠션을 당구장에서 두판을 내리지고
한판은 겨우 이겨 체면을 세웠다.
"게임비는 10분에 얼마예요?"
1.800원, 내가 66년에 대구에서 방학때 당구를 치면 경북의대생으로 할인되어 10분에 7원이었는데
무려 200배 이상이 올랐다.
오늘 하루도 동기들을 만나 즐겁게 보내었다.
첫댓글 중계방송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현장감이 있습니다.
세월이란 게 뭔지. 홍안의 미소년들은 모두 어디로가고 머리가 허옇게 쉰게 이제는 노년이다.
내 새로 산 캐넌 60 D로 찍은 사진들 보다 선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