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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좋은글유머─┐ 스크랩 할렘에서 멋지게 살아남은 한국아줌마
kleetraveler 추천 0 조회 740 08.09.10 22:14 댓글 5
게시글 본문내용

맨 처음 뉴욕 맨하탄 땅에 똑하고 떨어졌을때, 내 첫번째 주거지는 할렘과 바로 접해있는 121가에 있었다. 

처음 맞은 뉴욕의 첫여름에 동네구경겸 커다란 지도를 들고 반바지차림에 밖으로 나갔는데,

나가서 걷다보니 건물들이 점점 낮아지고, 사람들이 점점 까매지고,   

동네 떠내려가게 요란한 음악을 튼, 정말 운전 거지같이 하는 차들이 자꾸 끼익끼익 소리를 내며 옆에 서는거다.-_-;; 

음.. 생각컨데 내 운동용 반바지가 너무 짧았었고,

그리고 그 커다란 지하철 지도를 펼쳐든 [나 이 동네 날초짜에요] 라는 소품은 아주 적절치 않았다고 본다.  

 

아무튼 저렴한 생활을 추구하는 나,

장보러 카트끌고 125가일대의 있는 저소득층들이 주로이용하는 할렘 수퍼마켓들에 가서

정말 엉덩이 크기가 보통사람 세네명 꽉꽉 묶어놓은듯한 검은 아줌마들사이에 섞여 야채와 공산품을을 고르고,

심심하면 산책겸 후즐근한 긴추리닝으로 무장하고 할렘의 브로드웨이, 125가 산책을 나가곤 했다.

 

뭐 그전에도 스타벅스가 저녁 5시반이면 다 황급히 셧터를 내리고,

날치기 방지를 위해 팁넣는 통이 카운터 기둥에 커다란 쇠사슬로 꽁꽁 묶여있는

홈리스와 성범죄자들의 집합소 LA 다운타운에서 맨날 공부하고 산책하고 했었기 때문에,

이정도야 매우 친숙한 내 전문분야라고! ^^

 

내가 살던 121가와 아주 가까운 125가부터는 실제적인 할렘의 핵심 영역이고,  

편협한 뉴욕 부자백인들의 시야에는 96가 이북은 가지 못할곳 이라는 이미지가 아주 다분하다. 

실지로 뉴욕시 도시계획법상 맨하탄의 서쪽 96가 아래, 동쪽 86가 아래는 맨하탄 코어(Manhattan Core)라는 용어로 따로 관리되며

예를 들면 서울에서 도심혼잡통행료같은게 존재하는 것처럼,

이 맨하탄 코어에 신규 주거 빌딩을 지을땐 도심의 자동차진입을 최대한 막기 위해서 주차장 시설을 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 90년대 중반까지도 매우 할렘은 걸어다니기 무서운 동네였지만 그건 뉴욕시 전반에 걸친 사회적인 문제들이었고.

강철남 줄리아니 시장 이후로 이제는 많이 괜찮다오! 

 

실지로 다른 맨하탄 미드타운 오피스 구역에선

펑펑 문을 닫고 있는 스타벅스가

사람들이 모여들고 빠른속도로 거리가 재생되고 있는

할렘 125번가에는 공격적으로 점포를 열고 있다.

^^ 대환영~!  

 

 

 

 

 

 

아무튼 할렘에 있는 수퍼마켓에서 장보고 쇼핑하고 산책하며 학교를 다니던 나, 점점 외로워졌다.

주변엔 [한국인이니깐 한국교회나가시고 한국스타일로 옷입고 머리해야되고 한국음식점 가야되요..]라고 하시며

주로 하는건 남들 뒷다마와 한국식으로 위아래 쫘악 서열세우는 분들이 좀 계시기도 해서.

뭐 여기가 군대도 아닌데, 

좁은 인간관계안에서 집단주의와 한국인임을 강조하시며 호칭가지고 싸우고, 불호령을 치고, 줄을 세우시나. ?..  

저럴려면 왜 미국까지 힘들게 나와계시는지 모르겠다. 그냥 자기안방 한국에 편히 누워 계시지. ?.

 

뭐 나는 내가 훗날에 정치를 할 일도 절대 없고, 인류평화 박애주의자가 아닌지라

아주 넓고 얇은 인맥을 힘들게 두루두루 관리할 필요성을 전혀 못느낀다.

흠..생각해보자.

저런 사람들 내가 한국에 있었더라면 친구로 두었을까? 절대 아니다. 그럼 안노는거다. 

세상에 얼마나 사람이 많은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만 놀아도 유한한 시간인게다. 아님 그시간에 공부를 더 하거나.  

 

그래서 좀 심심하게 첫학기를 보내다가 어느날인가부터 눈에 항상 뜨이는,

[어 쟤도 맨날 나랑 같은 시간에 도서관 같은 구석에 혼자 앉아있네? ] 라며 같이 놀게된 

같은 과의 아틀랜타에서 온 보수적인 흑인상류층 집안 규수 애니카.

녀석도 나와 같이 첨에 학교적응 잘 못하고 외로워하던 지라 마침 잘 매우 만난 우리는

다른애들이 [왜 니네는 니네끼리만 놀아?] 라고 질투할 정도로

하루에 잠잘때만 빼고 하루종일 같이 공부하고 밥먹고 쇼핑다닐때 옷 잘 어울리나 서로 봐주는 친한 친구가 되었다.

 

거기에 이 착한친구, 교수가 돌려준 내 빨간펜으로 쫙쫙 그어진

문법불명, 내용모호 레포트를 보고 심하게 감동받아 ^^;;

맨날 [너 숙제하고 나 줘바. 내가 먼저 봐야겠어.. ]

라고 내 친절한 빨간펜 영어선생님이 되 주었고

 

졸업식땐 [안녕하세요 안나에요~] 라고 인사드린 녀석의 어머니가

[니가 안나니? 얘기 많이 들었다. 그동안 애니카랑 잘 지내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라며 갑자기 구십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해줘서 정말 깜짝 놀랬다.

 

음~ 그쪽 남부흑인커뮤티에서는 허리를 굽혀서 인사하나?

혹은 내가 동양인이어서 우리 인사법대로 해주신걸까? ^^*

 

부모님과 함께 돌아가기전 잠깐 짬을 내서 업퍼웨스트 까페에서 만난 녀석,

갑자기 자기 다이어리 뒷장을 내밀더니, 한장의 종이에

서로의 5년, 10년내 목표를 적어 서로 싸인해서 꼭 이뤄 나가잔다.  

 

아주 소녀같은^^  공동 싸인했다. 나 아주 행복했다. ^^  

 

아무튼 이 보수적이고 겁많은 흑인아가씨, 한번은 맥에서 화장품을 사야 된다길래,

가까운 할렘도 맥 가게 있다고 가쟀더니, 왠걸 이 흑인규수님, 이 흑인동네 할렘을 매우 무서워하는거다.

음하하하.  내가 알려주지!  난 할렘 125번가를 다 걸어서 브롱스까지도 찍고 다녀온다고. ^^;

 

아무튼 녀석과 녀석의 친구들 덕에 난 졸지에 우리과의 흑인그룹의 멤버가 되서, 나머지 기간을 아주 재밌고 유익하게 잘 지냈다.

대걔 외국학생들은 미국, 뉴욕시장을 잘 모르기 때문에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조작업으로 진행하면

거의 숫자를 다루는 쪽에만 조용히 치중하는데, 난 그게 싫었다.

그래서 [나 마켓조사 할래, 설계 할래, 마케팅 할래] 라고 하고 나면

그 맘 따뜻한 흑인친구들이 황당한 표정으로 나중에 다가와서

[너 도대체 어디서 소스를 얻을려고 마켓조사를 한다는거야? ]

라고 심각하게 걱정하며 아주 고급 귀한 자료들을 구해다 줬다.^^  

혹은 내가 마케팅 하겠다고 깔짝거린 자료들을 보고

[도대체 이게 뭐니.. 음 이건 절대 안돼. 여긴 미국이잖아. 로컬을 아는사람도 힘든데, 생 외국인 너는 무리요.. 이 안은 버리시오..] 

라고 친절하게 지시도 해주고.

 

그러다 언제 어느 친구가 125가에 굉장히 유명한 소울푸드(흑인남부식음식) 음식점이 있는데 주인아줌마가 한국사람이라는거다.

 

어? 어? 어? 흑인핵심지역에서 흑인음식 소울푸드를 흑인들이 인정할정도로 더 잘 만들어 판다고?

 

뉴욕의 미드타운지역에는 한국사람들이 운영하는 많은 델리가 있다.

하지만 이지역은 많은 외국인과 직장인들이 일하는 매우 국제적인 지역인게고

따라서 델리에서 파는 음식들도 베이글,스시,스파게티,샌드위치,햄버거,샐러드 등을 한꺼번에 판다.

 

하지만 이 소울푸드는 정말 흑인들의 음식이라서,, 진짜로 한국사람이 그렇게 잘 만들어??

 

*이 Manna's 라는 허름한 식당은, 음 한국말로 만나식당인것도 같다. ^^ 

125가랑 8th Ave가 만나는곳의 농구스타 매직존슨이 세운 커다란 빅박스 쇼핑몰 맞은편에 있다.

 

 

처음 허름한 식당에 발을 들이니 부페식 코너의 샐러드바에 황도와 한국식 김밥이 있었다.^^

뉴욕에서 코리안타운을 제외하곤 볼수 있는 모든김밥은 밥이 하얗게 바깥으로 나온 누드김밥( 여기서는 일본식 스시로 통한다 )

이지 김이 까맣게 바깥으로 나온 진짜 한국 김밥을 만나는건 정말 드물다. 

나 감탄했다. [와~ 진짜 한국 아줌마구나.. 거기에 황도까지! ]  

 

*사진을 찍으러 갔을땐 김이 바깥으로 나온 진짜 한국식 김밥이 없어졌다. 흑!  

 

그리고 나는 그 음식점의 주된 고객이 ?다.

우리엄마 말에 의하면 난 [할머니 식성]이어서

아주 오랫동안 부글부글 끓여 다 녹은 미역국이나 걸쭉한 감자탕, 건데기가 많이 들어간 걸쭉한 스프같은걸 매우 좋아하거든.^^  

그래서 특히 날씨가 추워지고 몸에서 고기를 먹으라는 신호가 오면, 부드럽게 만들어 부글부글 끓인 매운 소꼬리찜이나, 부드럽게 만들어 끓인 비프, 포크, 치킨에 생선과 부드럽게 으깬 감자나 얌들이 주된 식단인 싸고 양많은 그곳에 가는거다.  

 

 

이아주머니, 남편분과 어떻게 만났는지는 모르겠다.

대개의 그연세분들의 스토리가 한국전쟁후에 그렇듯. 하지만 그건 우리가 품어안아야 하는 우리의 역사 아닌가.

 

예전에 LA폭동에서 보듯이, 한국인 이민 초창자들은 여러가지 잡화상들을 많이 하는데, 

그 주된 고객중 하나인 흑인의 입장에선 한국인은

[우리한테 돈을 빨아들인후, 바로 이동네를 떠나 백인사회로 향하는, 돈만 밝히는 사람들]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많다.

 

뭐 이에 반해 이 아주머니는 백인주류사회도 아닌 흑인할렘가 한복판에서 지역사회에 기반한 사업을 오랫동안 하면서

솜씨있게 남부음식을 전수해주었을 흑인남편과 잘 결혼생활을 유지하면서도 우리것은 잊지 않고,

성공한 사업가 한국인 아줌마로

이 할렘 흑인사회서 아주 인정받고, 사회기여도 많이 하면서 정말 멋지게 살아남으신거다.

 

 

 

문득 이전에 LA 코리안타운에서 만난,  엄마는 한국인 아빠는 흑인인, 헬스 트레이너 애리가 생각났다.

한국 동두천에서 태어나 20년간 살다가, 외모로 인한 멸시와 차별로 고생하는 자신을 위해 

엄마가 수소문끝에 겨우 연락이 닿은 아버지의 나라 미국으로 보내주어, 지금까지 혼자 어렵게 살아온,  

 

주변의 한국말도 하나도 못하는 100% 한국인 얼굴의 트레이너들과는 달리,

겉으로 보면 아주 덩치큰 흑인인데 

속은 로보트 태권브이를 보고 자라난, 일마치고 집에가서 혼자 도투락만두 뽀작뽀작 구워먹는다는 완전 한국사람인게다.

 

그때 갑자기 하인즈워드가 MVP를 받은 다음날,  

헬스클럽에 운동하러 갔더니 이사람 방송보며 밤새 울었는지 얼굴이 퉁퉁 부어있었다.

 

그래도 하인즈워드는 유명인사도 돈도 많고

뭐 두세살때인가 미국으로 가서 흑인사회에서 흑인부인, 자식들과, 그리고 엄마와 함께 잘 정착해 살지만

한국에서 이십년이나 살아버려 너무 한국인인 이 불쌍한 혈혈단신 혼혈 노총각은

돌아가신 엄마와 닮은 한국 여자를 만나 정착하고 싶은 소박한 꿈 하나가 있지만,

그건 한국사회에서도 미국내 한국사회에서도 절대로 실현이 안되는 정말로 희망사항뿐인게다.

백인도 아닌 흑인혼혈에. 막말을 하자면 니네 엄마는 그쪽일을 했겠고, 가진돈은 없고. 나이는 많고. 

 

얼마후 난 대학원 합격통지서를 받아 잠시 한국에 다녀오니, 자기몸 그렇게 잘 관리하던 이사람 갑자기 살찌고 축 쳐져 있었다.

물어보니 한국인여자친구랑 또 깨졌다고..

자기존재를 여자친구가 부모님께 차마 이야기를 못해서, 기다리다 못해 여자 놓아줬다고.

왜냐하면, 한국에서 자라나면서

검은얼굴의 자기를 소중히 키워주시는 엄마가 가족과 친척으로부터 받았던 멸시를 늘 목격했기 때문에,

자기가 좋아하는 누군가를 또 그렇게 만들수 없다는 거다.   

 

얼마전 LA에 잠시 갈일이 있었을때, 이사람 아직도 그 헬스클럽에 있나 잠시 들려봤더니,

흔적도 없더라.

 

엄마닮은 한국여자랑 평범히 결혼하는 꿈은 과연 이루었을까.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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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8.09.10 22:25

    첫댓글 참 맛깔나는 글이군요.... 글 재미있게 잘 쓰십니다.. ... 글 올려주신 분께도 감사드립니다...^^...

  • 08.09.11 13:01

    잘 읽었습니다..또 하나의 적인 멸시....외국서 공부하시거나 사업하시는 분들은 다들 겪는 아픔이겠죠...

  • 08.09.11 19:42

    잘읽었어요.. 한편의 책이네요... bon courage~~!!

  • 08.09.29 18:01

    외국에서 한국인 이라는 것 하나 때문에 모임에도 모이고 같이 행사참석도 할 때도 더러 있지만 친구가 다 되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한국에 있었다면 저런 사람들과 친구로 두었을까??? 아니죠... 아는사람과 친구는 다른 것 입니다. 어디에서 머물던 차이가 있는 것인데 혼동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 애국과 적응을 잘 구분 못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외국에 살면서 외국어를 사용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국사람들끼리 모여서 외국어 사용하는 것 당연이 이상한 것이고, 외국에 살면서 완전 한국식의 사고와 음식과 의상과 한국말만 하고 한국의 전통으로 그 사는 나라에 규정이나 풍습을 어겨가면서 사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 08.09.29 18:08

    그냥 한국에서 사시지...! 중국이나 필리핀 사람들 한국와서 한국문화 받아 들이지 않고 자기네 언어와 풍습, 습관 그대로 사용하고 자기네 나라 음식만먹고 그런다면 우리나라사람들 참 좋아 하겠네요... 그죠...?!! 남의 집에 들어가 자지가 주인노릇하면 주인이 참 좋아 하겠어요?...!! /반면 적응 잘하고 또 자기 발전과 동시에 애국을 하시는 분들도 참 많습니다... 이래 저래 많은 것을 동감 공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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