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는 죽을 때에 나이가 백스무 살이었으나, 눈이 어둡지 않고 기력도 없지 않았다.'(7)
'기력도'로 번역된 '레호'(leho)의 기본형 '레아흐'(leah)는 '신선함'이라는 뜻으로서 여기만 나오는 단어이다.
그러나 성경에는 이 단어에서 파생된 다른 형용사로 '라흐'(lah)가 나오는데, 이것은 과일의 신선함이나 즙이 많은 상태(민수6,3)를 묘사하며, 자라나는 나무 혹은 금방 베어 아직 싱싱함을 유지하는 나무에 대해서는 '푸른'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창세30,17; 에제17,24).
그리고 '없지', '쇠하지'로 번역된 '나쓰'(nas)는 '없어지다'라는 뜻이다.
따라서 그의 기력도 없지 않았다는 것은 그의 육체가 나이에 비해 여전히 건강을 유지했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전쟁의 출전을 가리키는 '더 이상 나다닐 수가 없게 되었다'(신명31,2)라는 모세의 말과 신명기 34장 7절의 표현은 상충되지 않는다.
신명기 34장 7절의 의미는 그가 죽기 전까지 젊은이 같은 건강을 유지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까지 모든 신체의 기능이 성한 가운데서도 자신의 죽음을 담대하게 맞이했다는 뜻이다.
한편 모세가 죽은 나이인 120세는 하느님께서 노아의 홍수 후에 인간의 수명으로 말씀하신 120년의 기간을 다 산 나이였다(창세6,3).
'모세가 눈의 아들 여호수아에게 안수하였으므로, 여호수아는 지혜의 영으로 가득찼다.'(9)
성경 원문은 한글 성경의 번역 순서와 다르게 본절이 '여호수아'라는 말로 시작하고 있다.
이것은 지금까지 모세가 가지고 있던 지도자의 권위가 이제 여호수아에게 옮겨졌음을 나타내기 위해서 그의 이름을 강조하는 문장 구조이다.
그리고 여기서 '지혜의 영'으로 번역된 '루아흐 호크마'(ruah hokma; the spirit of wisdom)는 하느님께서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자들에게 부어주시는 은사를 일컫는 말이다(탈출28,3).
즉 하느님께서는 모세의 '안수'에 해당하는 '싸마크'(samak; '안수하였다'; had laid his hands on)라는 공식적인 의식을 통해 여호수아가 모세의 후계자라는 사실을 외적으로 선포했을 뿐 아니라 내적으로 여호수아에게 민족을 이끌어 갈 지도력과 지혜의 은사를 부어 주신 것이다.
더군다나 '가득찼다'로 번역된 '말레'(malle; was filled with; was full of)는 '충만했다'는 뜻인데, 이 '말레'(malle)는 완료형이므로 이미 지도자의 권위가 그에게 옮겨졌음이 확실하게 나타나 있다.
이렇게 하여 모세를 중심으로 한 파란만장했던 출애굽 시대는 일단락되고, 후계자 여호수아를 중심으로 한 가나안 정복의 새로운 시대가 펼쳐지게 되었다.
'이스라엘에는 모세와 같은 예언자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다.' (10)
신명기 18장 15절에는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 동족 가운데서 나와 같은 예언자를 일으켜 주실 것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모세의 말이 나온다.
이것은 하느님께서 장차 모세와 견줄 수 없는 완전한 예언자이신 메시야를 이 땅에 보내실 것을 예언한 내용이다.
그런 반면에 신명기 34장 10절의 말씀은 예언자 자체가 다시는 나오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예언자들이 나오지만 모세에 견줄만한 탁월한 예언자는 나오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예언자로서 모세의 탁월함을 강조하는 구절이다.
출처: 피앗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