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2016년 8월 5일(금), 맑음, 폭염, 수원화성 무궁화축제
수원화성 행궁 앞 광장에서 무궁화축제(2016.8.5.~8.8.)가 열렸다.
‘제26회 나라꽃 무궁화 전국축제’라고 한다. 전국에서 잘 기른 무궁화를
모셔다 놓았다. 장관이었다. 무척 더운 날인데도 무궁화는
제철을 만난 듯 활기가 넘쳤다.
남송 시인 양만리(楊萬里, 1124~1206)는 무궁화의 짧은 생을 안타까워했다.
새벽의 아름다운 꽃은 손무의 진영을 펼쳐놓고 曉艶欲開孫武陣
저녁의 꽃은 녹주의 누대에서 다투어 떨어지네 晚風爭墜綠珠樓
올 때는 급한 번개 같아서 머무르게 할 수 없고 來如急電無因駐
갈 때는 놀란 기러기 같아서 거두어둘 수가 없네 去似驚鴻不可收
녹주는 진(晉)나라 석숭(石崇, 249~300)의 애첩인데, 정절을 지키고자
누대에서 투신하여 자결한 여인으로 ‘추루인(墜樓人)’이라 불린다.
당나라 시인 이상은(李商隱, 812~858)은 「근화(槿花)」에서 자신의
불행한 정치 인생을 무궁화에 비유했다.
바람과 이슬 쓸쓸하고 가을풍경 풍성한데 風露淒淒秋景繁
가련하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무궁화여 可憐榮落在朝昏
미앙궁의 삼천 궁녀 未央宮裏三千女
예쁜 얼굴 가졌지만 은혜를 입지 못하네 但保紅顔莫保恩
미앙궁은 중국 한(漢)나라 때에 만든 궁전이다. 고조 원년(BC 202)에
승상인 소하(蕭何)가 장안(長安)의 룽서우 산(龍首山)에 지었다.
한편 송나라 전유연(錢惟演, 977~1034)은 「근화(槿花)」에서
무궁화를 찬미의 대상으로 삼았다.
떠오르는 태양의 아름답고 붉은 빛이 막 모이는 곳 綺霞初結處
이슬방울 아직 남아 있을 때 珠露未晞時
그 모습 귀한 나무의 삼 척 높이를 넘어서고 寶樹寧三尺
많은 가지들 화려한 등불처럼 찬란했지 화등更九枝
우뚝 솟아 아름다운 모습을 스스로 기뻐하고 있을 때 亭亭方自喜
모르는 사이 슬픔을 생겨나고 있겠지 黯黯卻成悲
나는 연기되어 흩어져버리고 싶지만 欲作處烟散
반영되어 그림자 떨치지 못하는 듯 머뭇거리네 猶憐反照遲
송나라 승려 소융(紹隆, 1077~1136)의 「주근(朱槿)」인데 무궁화를 절집에다 옮겨
심은 것은 꽃의 붉은 빛을 사랑해서가 아니라고 애써 부인하고 있다. ‘색즉시공’의 진리를
사람들에게 깨닫게 하려는 것이라는 말은 변명으로 들린다.
붉은 무궁화를 절집에다 옮겨 심은 것은 朱槿移栽釋梵中
이 노승이 꽃의 붉은 빛을 사랑해서가 아니라네 老僧非是愛花紅
아침에 피어 저녁에 져버리니 무슨 일에 관계하랴 朝開暮落關何事
다만 사람들에게 색이 곧 공이라는 것을 깨닫게 함이라네 只要人知色是空
조선 초기 문신 서거정(徐居正, 1420~1488)은 「붉은 무궁화를 노래하다(詠紅槿花)」
에서 무궁무진하게 피어나는 무궁화가 떠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정인보다 낫다고 했다.
무궁화 붉게 피어 가을 더욱 재촉하니 紅槿花開秋更催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지고 또 아침에 다시 피네 朝開暮落復朝開
이어서 계속 피니 얼마나 어여쁜가 可憐續續開無盡
떠나선 오지 않는 정인보다 더 낫구나 猶勝情人去不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