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꽃 향기나는 불빛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쟝자크 샹베의 삽화들과 같이 감상하시라고 올립니다..*
흐르는 곡은 [last exit to brooklyn]
어릴 적 할머니에게서 들은 얘기가 있다..
밤을 굽는 화롯불가에서 할머니는
사람들의 마음 안에는 모두 난로 하나씩이 들어있다고 얘기하셨다..
어떤 사람들의 난로는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고
어떤 사람들의 난로의 불빛은 어둑어둑하고
어떤 사람들의 난로는 불이 꺼져 식은 재만 남아 있다고 말씀하셨다..
할머니는 내게
마음 안의 난로의 불빛이 보기 좋은 사람에게서는
사과꽃 향기가 난다고 얘기 하셨다..
어른이 된 뒤에야 나는 할머니의 말을 이해했다..
길을 걷다가 마음 안의 난로불이 환한 사람을 만나면 무척 반가웠다..
어느 강변이나 혹은 악기점이나 서점에서
우연히 난로의 불빛이 밝은 사람들을 보면
내 마음 안의 난로불도 덩달아 타올랐다..
오랫동안 나는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을 꿈꾸었다..
난로 안에 잘 마른 사과나무의 장작을 듬뿍 넣어
아주 밝고 향기로운 불빛들이 활활 타오르는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세상..
그 속에 삶의 꿈이 깃들어 있는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그런데..
세상의 길 위를 웬 만큼 터벅터벅 걸은 지금
나는 불이 환한 세상의 사람보다
불빛이 꺼져 있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은 꺼지고, 쓸쓸한 재만 바람에 날리는..>
언제부턴가 난로의 불빛이 꺼진 수많은 사람들 속에 서 있다보면
울컥 안쓰러운, 그리운 생각이 든다..
이들의 모습이 바로 내 자신의 모습 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마음 안의 난로의 불빛이 다 꺼진 사람들의 사랑과 추억,
쓸쓸함과 외로움을 위해 글을 쓴다..
오늘 죽어 있는 난로의 불빛이
내일 되살아나 활활 타오를 때 우리는
삶의 새로운 의미 앞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