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공판장 경매장의 냉방시설이 개선되지 않아 올여름도 찜통더위 속 경매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최근 이어진 불볕더위로 꽃 품질이 떨어질 뿐 아니라 숨이 턱턱 막히는 환경이어서 이용자들의 원성이 높다.
본지는 지난해에도 이러한 문제를 지적(2017년 8월4일 7면 보도)한 바 있다. 이후 화훼공판장은 ‘시설개선 3개년(2018~2020년) 계획’을 세우고 약 38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일부 사업은 올초부터 시작해 완료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가장 필요한 경매장 냉방시설은 가동조차 못해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무더위에 사람도 꽃도 맥 못춰=“올해는 좀 시원할 줄 알았는데 달라진 게 없네요.”
서울 한낮 기온이 37℃까지 치솟고 한밤중에도 초열대야 현상이 이어진 2일 저녁,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 화훼공판장 내 경매장은 그야말로 ‘찜통’이었다. 절화류 경매를 앞두고 상품을 살피는 중도매인들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돼 있었고, 이마와 목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줄줄 흘러내렸다. “숨이 막힌다”는 소리도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사람도 사람이지만 여린 꽃들도 무더위에 맥을 못 췄다. 꽃대가 축 처져 물올림을 한다고 해도 다시 생생해지기 어려워 보였고, 꽃을 포장하는 데 쓰인 비닐포장지에는 하얗게 습기가 차 있었다. 일부 품목은 상자 안에 손을 넣어보니 뜨듯한 기운이 느껴졌다. 짓무른 상태의 잎도 쉽게 눈에 띄었다.
경매장에서 만난 한 중도매인은 “20년 넘게 매년 여름마다 이런 환경에서 경매를 진행해왔다”며 “무더위에 사람도 꽃도 축축 처지는데, 경락값이 좋을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냉방시설 설치 늦어져=aT 화훼공판장은 지난해 ‘화훼공판장 시설개선 3개년(2018~2020년) 계획’을 세워 약 38억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올초부터 개선사업을 추진해왔다. 올해 12억2500만원을 들여 경매장 냉방시설 개선, 분화온실 포그(수증기) 냉방설비 설치, 경매장 인·화물 승강기 설치, 경매장 지붕 물받이 보수작업 등을 시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대부분 작업이 완료된 것과 달리 정작 가장 시급한 경매장 냉방시설 설치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경매장 안에 설치할 계획인 24대의 냉방기 중 17대만 설치됐다.
그렇다고 냉방기들이 가동되는 것도 아니다. 나머지 냉방기를 설치한 뒤 실외기와 연결하는 작업을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본격적으로 냉방기를 가동할 수 있는 시기는 8월말로 예상된다. 본래 계획보다 한달 정도 늦어진 것이다.
aT 화훼공판장 시설관리 담당자는 “워낙 시설이 노후하다보니 안전점검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고, 주 5일 경매가 이뤄져 작업 가능한 날이 적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공사를 빨리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전도 중요하다”며 “8월말까지는 설치를 완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aT의 이같은 해명에도 비판의 목소리는 줄지 않고 있다.
한 중도매인은 “애초에 화훼공판장의 시설 노후화 정도와 경매일을 계산해 계획을 세운 것 아니었느냐”면서 “냉방기 20여대를 설치하는 데 6개월 이상 걸리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가들도 냉방기를 제대로 설치해 가동했다면 올여름처럼 불볕더위가 지속될 때 효과를 톡톡히 봤을 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구본대 한국절화협회장은 “유통과정 에서 많은 농가들의 상품이 거쳐가는 aT 화훼공판장 경매장의 시설을 하루빨리 개선해 농가들이 제값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