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경찰 고위직 진출이 정권 구미 맞추기에 달려있나"
권나경 기자 gwon4726@vop.co.kr
정부가 5일 서울지방경찰청장을 포함한 치안정감 및 치안감 30개 직위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서울경찰청장 자리에는 조현오(55.외무고시 15회) 현 경기지방경찰청장이 공식 내정됐다. 지난해 여름 쌍용자동차 사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장, 조현오 경기경찰청장 내정정부는 이날 오후 서울경찰청장에 조현오 현 경기경찰청장을 전보 내정하고, 경기경찰청장에는 윤재옥(48.경찰대 1기) 현 경찰청 정보국장을 승진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윤재옥 경기청장 내정자는 경찰대 1호 치안정감이 됐다.
아울러 모강인(55. 간부 32기) 인천지방경찰청장은 경찰청 차장으로 승진 내정됐으며, 김정식(55.행시 30회) 경찰대학장은 유임됐다.
윤 내정자와 함께 경찰대 1기 청장 후보로 거론되던 이강덕 청와대 치안비서관은 부산지방경찰청장으로 전보 내정돼 치안정감 승진에서 제외됐다.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 내정자, 모강인 경찰청 차장 내정자, 윤재옥 경기지방경찰청장 내정자(왼쪽부터)ⓒ 민중의소리
정부는 업무성과와 전문성에 대한 평가와 함께 출신 지역 안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토착비리 척결을 위해 연고지 배치를 최소화하는 ‘향피제’도 부분적으로 적용됐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이번 인사와 관련해 “일과 능력, 성과 등을 살리기 위해 고민했다”며 “조현오 경기청장은 쌍용차 사태를 원만히 해결했다고 평가돼 서울청장으로 내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대학장이 유임된 데 대해서는 “사람이 너무 자주 바뀐다는 대통령 말씀을 따랐다”고 밝혔다.
신임 서울청장, 쌍용차 ‘성공적’ 진압이 승진 사유?이번 인사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조현오 서울경찰청장 내정자다.
조 내정자는 부산 출신이자 고려대 출신으로 경찰청 경비국장을 역임한 뒤 지난해 경기청장으로 발령받아 쌍용자동차 사태를 지휘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조 내정자의 이 같은 전력을 높이 평가해 서울청장으로 내정했다는 분석이 있다.
당시 옥쇄파업이 진행되던 쌍용차 사태는 점거 농성 중인 경기 평택공장에 공권력이 투입되면서 77일만에 사태가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경찰은 인체에 유해한 최루액을 헬기를 동원해 무차별 분사하고, 사망 위험까지 있는 테이저건을 농성자 얼굴을 향해 쏘는 등 무리한 진압으로 비난을 받았다. 물과 전기 공급을 끊어 농성자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비판 여론도 높았다. 부상자도 속출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조현오 내정자는 경기청장 재직 시 직원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에 대해 파면 등의 중징계로 맞섰고, 쌍용자동차 사태 때 매우 비인도적으로 작전을 수행해 경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다”며 “이런 사람이 수도 서울의 치안 책임자가 된다는 게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오 사무국장은 특히 “이번 경찰 인사는 경찰의 고위직 진출이 국민을 위한 봉사보다는 정권의 구미를 어떻게 잘 맞추느냐에 달려 있다는 서글픈 현실을 확인시켜 줬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편 정부는 6일이나 7일 이명박 대통령의 결재 절차를 거쳐 공식 발령할 예정이다.
경찰청 치안정감·치안감 승진 전보 대상자
◇승진
△경찰청 차장 모강인 △경기경찰청장 윤재옥 △경찰청 생활안전국장 양성철 △경찰청 경비국장 서천호 △경찰청 보안국장 김학배△경찰청 경무국 경무과 김정석 △서울경찰청 차장 김용판 △대전경찰청장 강찬조 △강원경찰청장 박학근 △충북경찰청장 이철규 △충남경찰청장 조길형 △전남경찰청장 박웅규 △제주경찰청장 박천화
◇전보
△서울경찰청장 조현오 △경찰청 기획조정관 박종준△경찰청 경무국장 이동선 △경찰청 수사국장 김중확 △경찰청 정보국장 이성규 △경찰청 외사국장 유근섭 △중앙경찰학교장 박진현 △경찰교육 원장 김남성 △부산경찰청장 이강덕 △대구경찰청장 채한철 △인천경찰청장 김윤환 △광주경찰청장 이송범 △울산경찰청장 김수정 △경기경찰청 제1차장 최광화 △경기경찰청 제2차장 박기륜 △전북경찰청장 손창완 △경북경찰청장 김병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