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고 6:6으로 경기 비긴 날 녹화 방송으로 새벽 2시까지가 봤는데
삼촌이랑 같이 봤어요 그런데 몇년 만에 야구 봐서 그런지 선수들 아무도 모르드라구요. 이종범 선수 복귀했다니까 이름은 들어봤는데 투수지 타자지도 모르더라구요, 하지만 야구 정말 좋아하죠 특히 한화 이글스
제가 초등학교때 처음 야구장간것이 삼촌 자건거 뒤에 타고 간거거든요
정말 순수하게 야구를 좋아하는 것을 잊어 버린것 같아요, 단지 야구가 좋아서 자전거 타고 야구장 돌아다닐 생각까지 했었는데 물론 여러가지 문제로 대전에서 청주까지 밖에 못했지만 한 번쯤 꼭 해보고 싶어요 자적거 타고 한화 일정 쫓아서 이번 방학 때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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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 소년이 초등학교 1학년시절...
이모부로부터 선물을 하나 받았습니다...
보잘것 없는 물통이었죠....
빙그레라는 회사에서 나온 물통...
분홍색 새모양의 그 물통...
그것이 독수리 모양이라는 걸 안건 몇년이 지나서 였습니다..
그 소년은 그 물통을 참 아꼈습니다...
소풍을 가서 사진을 찍을때도 꼭 그 물통을 들고 찍었죠...
조잡하기 이를데 없는 디자인이었지만...
그 당시 그 물통은 너무나도 귀여워 보였었지요...
그 소년이 초등학교 5학년시절...
무심코 티비를 돌리다가 우연히 한 스포츠경기를 보게됩니다..
채널이 돌아가던 그 순간....
한 뚱뚱한 남자가 야구방망이를 휘두르고...
방망이에 정확히 맞은 공은 시원하게 뻗어나갔습니다...
그 타구가 2루타라는것...
그 타자가 타이거즈 주전포수 장채근이었다는걸 알게된건..
역시 몇년이 지나서 였습니다....
소년은 당시...첨 야구경기를 본날....
단 2~3분정도 본 경기였지만...
상당한 흥미를 느꼈고...
장난삼아 "난 이제 야구팬이 될테야~"라는 말을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팀은....
저에게 물통을 선물로 준 그 팀이라는걸 결정하는데에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소년이 중학교에 올라가서..
공부에 관심이없던 그 녀석은...
수업시간에 친구와 빙고라는 게임을 합니다....
단순히 숫자를 적어놓고 하는게 아니라....
네모칸을 무려 100개를 그려놓고...
야구선수 이름으로 하는 빙고였죠....
빈칸에 야구선수를 채워나가면서...
아는 야구선수 이름이 하나둘 늘면서..소년은 기쁨을 느꼈습니다...
스포츠 뉴스에서 빙그레가 이겼다는 소식을 들으면...
괜시리 기쁘고..
졌다는 뉴스를 들으면....
그 담날 학교가서....
엘지를...오비를...해태를 응원하는 다른 친구들이..
자신을 놀릴까봐 무척 열이 받았더랬습니다...
당시 한달에 용돈을 5천원 받았던 그 소년은....
300원씩 하는 스포츠신문을 열심히도 사 모았습니다...
사진을 오려서 모으고...
하드보조지를 잘라 필통을 만들면서..
그 필통에 야구선수 사진을 도배하면서...
소년은 매우 큰 기쁨을 느꼈습니다...
그 녀석이 고등학생이 되고...
3년내내 들고다니던 정석 이라는 수학책에는...
"도약하는 한화 웅비하는 이글스"
라는 촌시련 문구가 아주 크게 적혀있었습니다....
그 소년에게 있어 야구는..
승패를 떠나 그 자체로 아주 커다란 기쁨이었죠...
바로 그 소년이 오늘...잠실야구장에 갔습니다...
두산의 선발인 박명환선수가...
1회에 실책으로 2점을 준것을 제외하곤..
7회까지 삼진을 10개나 잡으며 호투를 하자....
소년은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합니다....
"박명환이 살아나면 두산은 날개를 단다..."
"김동주와 심재학이 살아나고있군..."
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골머리를 앓지요....
타구장 소식으로 기아가 역전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그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분노합니다.....
기아가 져야만...그가 응원하는 팀이 1위로 올라설수 있기 때문이죠..
그 순간........
짧은순간........
소년은.......
갑자기 허탈해집니다......
분명 그 소년은......
빙그레 이글스를 처음 좋아할때.......
과연 어느팀이 최강팀인지......
누가 우승을 가장 많이 할것인지......
그런것들을 면밀히 따져보거나.....
각 구단의 전력을 면밀히 분석해서....
통계를 낸후.....
그 통계에 입각해서 좋아하는 팀을 고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자신에게 물통을 준 그 팀......
맨날 해태한테 지던 불쌍한 그팀.....
잘하는 선수들도 꽤 많은거 같은데.....
언제나 1등은못하던 그팀.......
그 팀의 주황색 유니폼을 보는것 만으로도......
떨리는 맘으로 스포츠 뉴스 시간을 기다리는 것 만으로도..
야구선수 이름대기.....같은 유치찬란한 게임을 하는것 만으로도..
그 소년은 큰 기쁨을 느껴왔었죠.......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소년은........
이기적인 마음으로 야구를 보기 시작했던 겁니다.....
선수들의 굵은 땀방울과 열정보다는.....
작년시즌의 OPS와 팀 공헌도를 생각하고.....
야구에 대한 열정과 관심보다는....
승리에 집착하는...냄비 팬이 되었던 겁니다......
그 생각이 드는 순간 무척 쓸쓸해지면서.....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지난 1차전 SK경기.....
정민철이 투런을 맞았을때.......
저는 엄청불안해했습니다.....
우승에 꼭 필요한게 정민철의 호투인데......
그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우승권에서 멀어지는데..
이런 생각만이 머리를 지배했을뿐.....
8년간....자신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일본에서 갖은 일로 고초를 겪으며 마음고생을 했을...
제가 진정 사랑하는 스포츠 스타가....
다시 고국 마운드에 섰는데.......
경기의 결과보다는......
그의 투구를 다시 볼 수 있다는것......
빨간 유니폼의 55라는 숫자를 다시 볼수 있다는 즐거움자체는...
어느새 잊어버린겁니다.......
뿐만이 아니죠.......
문자중계를 보면서.......
장종훈 삼진...잔루0루.....라는 숫자를 보면서.....
엄청 분노하던 자신이 생각나더군요.....
피나는 땀과 노력의 결실로.....
자신만의 신천지를 개척하고 있는 선수.....
젊은 시절의 힘과 스피드는 떨어졌을지언정....
야구가좋아서....손전체가 굳은살로 덮힐만큼 연습에 몰두하면서...
한국 야구의 역사를 힘겹게 장식하고 있는...
그 인간적인 면은 보지 못하고.....
팀 승리에 공헌하지 못하는 "선수"로서의 모습만 본겁니다.....
예전 고교시절...... 하드볼과 같은 야구겜이나...
오락실에서 즐기던....
.482 .499 그리고 마구투수가 등장하던..
그 오락이 생각나더군요....
오락을 즐길때....특히 2인용을 할때....
저와 제 친구는.....무조건 기록좋은 선수를 쓰고자 노력했죠....
떡볶이 내기에서 이겨서...얻어먹기 위해서....
단지 "승리"를 하려고..능력이 높은 캐릭터를 원했던 겁니다.....
그 오락을 하던 정신으로.....
땀과 노력으로 얼룩진 진짜 스포츠를 보고 있다는....
그런 죄스러운 생각이 들더군요......
승리, 더 나아가 우승이 아니더라도.....
내가 감동을 받고.....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요소는 많은데.....
정민철과 송진우가 마운드에 있다는것...
트럭운전수였던 한용덕이 아직도 공을 던지는것...
15년전 장종훈이 아직도 안타를 친다는것....
또는 팀의 세대교체에 선두에 있는 젊은 선수들이...
아니면 미래를 이끌어나갈 어린선수들이....
아무런 부상없이.....건강한 모습으로.....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고 있는데.....
저는 편안히 관중석에 앉아서....
아니면 소파에 누워 스포츠 뉴스를 보면서......
대체 무슨 자격으로 그들을 평가하고......
몇가지 숫자만으로 그들의 땀과 노력을 인정하려 들었는지.....
어리석은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이글스의 우승.....
좋습니다.....꼭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하지만 그전에 선결되어야 할 과제는.......
팀의 승리라는 가치에 집착해서.....
우리들의 영웅들을.....그들의 굵은 땀방울을.....
무시해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술취한 1번선발의 넋두리 였습니다.......
내일 맨정신으로 이 글을 보면.........
삭제하고 싶어질지도 모르겠군요........
두서없고......근거도 없고........논리도없는 엉성한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페 게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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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우리 삼촌 야구 선수 장종훈하고 송진우밖에 몰라도 참 야구 좋아해요
폭풍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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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4.1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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