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상 훈의 장편엽서(19)
소월정기(笑月亭記)
썩 좋은 재질 이랄지 제비꼬리처럼 날렵한 멋스러운 팔작지붕 이랄지
날아 갈 듯한 처마끝에 댕그랑 거리는 풍경이 달려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선산과 공지산 정상이 훤히 올려다 보입니다.
또 잘 가꾸어진 동진다원의 시원스런 풍광이 그럴싸하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옥상에 있는 누각 얘기 입니다~~
3년 전 쯤에 손을 보았는데 또 훼손 되어 페인트 칠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전문 페인트공을 부르면 편하겠지만 그들이 꼼꼼하게 일을 해 줄리
없다는 아내의 의견을 받아드려 올해는 우리부부가 직접 해보기로
작정하고 팔을 걷어 부쳤지만 약간 겁이 났던 것만은 사실이었습니다.
우선, 충분 하리라고 미리 판단 한 후 투명 스테인오일 4리터 들이 3통을
준비 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지난 24~25일) 시작해서 오후 1시까지
쉬지 않고 일을 했더니 세통의 페인트가 동이 난 것입니다.
붓으로 구석구석까지 몇 번씩 덧바르고 맨 위에서부터 페인트를 칠 해야
하는 일의 특성상 철제 사다리 위로 올라간 후에 왼쪽 손으로는 페인트
통을 들고 오른손으론 붓을 연신 놀려가면서 부식이 진행 되고 있는
목재에 칠을 하려니까 손발이 저리고 다리는 쥐가 난데다 페인트 특유의
냄새 때문에 온갖 애를 먹었음은 물론입니다.
세 통 정도로 5~6 시간이면 마무리 될 줄 예상 했었는데 왠걸 그 양이나
시간 정도로는 겨우 절반 밖에 진행되지 않는 중대한 시행착오를 범했습니다.
세 통을 더 사온 후 아주 오늘 끝내자고 다그치는 아내의 말을 뒷전으로
하고 바닥에 벌러덩 누워 버렸습니다.
괜히 하겠다고 동의 해준것에 후회가 됐지만 이를 악물은 우여곡절끝에
이틀간 14시간 이상의 대공사를 겨우 마무리 하는 희열을 맛 보았습니다.
말끔해진 누각을 보자 온 몸이 쑤시고 결리는 것 쯤은 산뜻한 쾌감으로
변한 것이 신기합니다.
허술하게 보였던 것이 번지레 윤기가 나고 이 일을 우리가 해 냈다하는
성취감으로 갑자기 누각에 멋진 이름을 하나 지어주고 싶은 생각이 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며칠간을 골똘히 생각해 낸 끝에 오늘에야 결정을 본 것은 소월정(笑月亭)
이라는 나와 걸맞는 이름 입니다. 웃음소에 달월. 달을보며 웃는 정자 소월정!
그럴 듯 하지 않습니까?
꾸밈없이 소박한 곳에서 향 좋은 차를 마시면서 책을 읽으며 글을 쓰기에는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다시 한 번 흡족한 미소를 지으면서 소월정의
튼실한 기둥을 어루만져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