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폐식용유 정제해 청소차량 등 연료 생산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 물려주자!' 원전 재가동을 멈추기 위한 아래로부터의 움직임이 이웃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다. '작지만 의미 있는' 발걸음을 찾아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본부장 조해붕 신부)의 제9기 하늘ㆍ땅ㆍ물ㆍ벗 일본 연수단도 발길을 옮겼다. 오사카부에서 교토시, 고베시, 시가(滋賀)현으로 이어지는 '대안에너지' 모색의 현장이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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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농 서울대교구 본부 활동가들이 지난 1일 다카라즈카 제1호 시민 발전소인 스미레 태양광발전소를 방문, 이노우에 야스코(왼쪽에서 세 번째) 스미레발전소 대표사원에게 태양광 모듈 패널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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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이 아야코 유채꽃 프로젝트 네트워크 대표가 2일 폐식용유로 만든 BDF 연료와 유채꽃에서 짜낸 기름에 대해 우리농 서울교구 본부 활동가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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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이 히데지(오른쪽) ASU회 부이사장이 폐식용유를 수거해 만드는 바이오 디젤 연료인 BDF 제작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방사능 피폭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지 다들 알고 있다. 그런데도 왜 일본에 원자로가 54개나 운용되고 있었나? '편한 삶'이라는 유혹에만 빠지지 않는다면, 탈핵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에스생협 오카 쿠미(岡公美) 상무이사의 말마따나 '생각만 하고 움직이지 않는다면' 세상은 핵 발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시민단체들이 움직이고 있다.
에스생협의 '꿈의 기금' 지원으로 오사카부 사카이(堺)시에서 결성된 NPO(비영리법인)에서 생산하는 BDF(Bio Diesel Fuel)가 그 중 하나다. 가정에서 나오는 폐식용유를 회수, 글리세린 같은 불순 침전물을 제거하고 메탄올과 수산화칼륨을 넣어 정제해 만든 연료로, 쓰레기 소각장과 사카이 시 청소차량에 공급하고 있다. 청소차량의 경우 BDF 연료는 1ℓ당 주행거리가 3㎞에 그치지만, 최대용량 1700ℓ를 넣으면 5100㎞나 주행할 수 있다. 오사카 부립대학에서 연구를 맡아 정제기술을 지원했고, 노동력은 은퇴한 고령자들의 NPO인 ASU(Action Senior Union)회에서 제공했다. 이에 사카이시 측에서도 협약을 맺어 ASU회에 초창기에 600만 엔(6526만여 원)을 지원했고, BDF를 생산할 건물도 쓰레기 소각장 옆 부지에 마련해줬다. 생협과 대학, NPO, 시청이 '대안에너지' 보급에 공감대를 이룬 것이다.
이와이 히데지(岩井日出治, 73) ASU회 부이사장은 "폐식용유의 95~98%가 연료로 전환되는 BDF는 탈핵의 대안으로서 디젤발전소의 연료로도 쓸 수 있다"며 "어르신강좌에서 비롯된 평범한 모임이 시민 환경운동의 주역이 됐다는 점도 뜻이 깊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효고현 다카라즈카(寶塚)시 NPO인 '새로운 에너지를 권장하는 다카라즈카 모임'은 지난해 12월 시 외곽 꽃을 키우던 비닐하우스를 걷어내고 51개의 태양광 모듈 패널을 설치, 제1호 시민발전소를 세웠다. 이른바 '다카라즈카 스미레(すみれ, '제비꽃'이라는 뜻) 발전소'다. 시민들에게서 한 구좌당 10만 엔(108만여 원)에 이르는 협력기금을 모아 건설한 태양광발전소는 매달 1000여㎾의 전력을 생산, 운용에 들어간 지 10개월 만에 안정화단계에 들어갔다. 1호기에서 생산하는 전력은 20년간 다카라즈카 시 전력회사에서 1㎾당 42엔(457원)에 매입하고 있는데, 지난 9월엔 4만 3339엔(47만여 원)의 수익을 거뒀다. 비영리단체로서 독립성을 유지하고자 시의 보조금 지원을 거부하고 '다카라즈카 스미레 발전소'라는 합동회사를 세워 시민기금만으로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모임 측은 다시 800만 엔(8701만여 원)의 협력기금을 모아 1호 발전소의 7배 규모인 350장의 패널을 설치하게 될 2호 태양광발전소 건립을 추진 중이다. 2호기에서 나온 전력은 1㎾당 37엔(402원)에 판매키로 전력회사와 계약을 맺은 상태다.
시민발전소 대표사원을 맡은 이노우에 야스코(井上保子)씨도 "30년 이상 핵발전소 운영을 반대해 왔지만 핵발전을 완전히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며 "이에 대한 반성과 핵을 없애기 위한 시발점으로 대안 에너지를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자는 데 생각이 미쳐 지난해 5월 새로운 에너지를 추진하는 모임을 만들고 발전소를 만들었는데 장차는 이를 도시 전체로 확산시켜 나갈 생각"이라고 의욕을 보인다.
연수단 동행취재 마지막 날인 2일에는 환경 생협에서 출발, NPO 법인이 된 시가현 '유채꽃 프로젝트 네트워크'를 찾았다. 시가현을 비롯해 오사카, 교토 일대 1450만 명의 상수원인 비와(琵琶)호 환경오염을 막고자 폐식용유를 활용해 세제를 만드는 데서 출발한 이 단체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주사업을 후쿠시마현에 유채꽃을 심는 쪽으로 돌렸다. 1986년 4월 대형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났던 체르노빌에 심은 유채꽃이 방사능 오염물질 제거와 정화에 큰 효과를 거둔 것으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채꽃에서 BDF연료를 생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 연료로 전력 생산도 가능해 1석2조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돼 모임 측은 후쿠시마 현 해변에 유채꽃을 집중적으로 심고 있다.
40년간 이 단체를 이끈 후지이 아야코(藤井絢子, 67) 대표는 "2년 전 3ㆍ11 핵발전소 사고 소식을 듣는 순간 정말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고가 일어났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시가현의 6분의 1을 차지하는 비와호 주위에 핵발전소만 14기가 설치돼 있는데 만약에 이들 핵발전소 중 1기만 사고가 일어나도 1450만 명이 식수원을 잃는 비극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용희 서울 우리농 생공위 위원장
김용희(마리비안네, 63)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서울대교구 생활공동체위원회 위원장은 한일 교류차 방일만 이번이 네 번째다. 심지어는 2011년 3ㆍ11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도 2개월 뒤 가족들 반대를 무릅쓰고 방일, 교류를 성사시켰다. 이렇게 열심한 봉사자로 활약해온 김 위원장이 이번엔 '탈핵'을 주제로 한일 교류를 이끌었다.
김 위원장이 방일 프로그램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건 지난해 설립된 '새로운 에너지를 권장하는 다카라즈카 모임'이다. 탈핵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대안에너지를 찾는 시민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핵발전소입니다. 핵발전소 보유 수는 23개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지만, 밀집도는 세계 1위입니다. 더군다나 발전소 부품을 B품으로 썼다니 경악스러울 지경입니다. 후쿠시마 사고를 거울 삼아 이제라도 핵발전소 건설을 중지하고, 사용 연한을 넘긴 오래된 핵발전소도 폐기하고, 대안에너지 확산 정책으로 나가야 합니다. 우리가 일본 핵발전소 사고에서 배울 수 있는 건 그것뿐입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오쿠 마리코 에스생협 이사장
오쿠 마리코(奧万里子, 56) 에스생협 이사장은 "후손들에게 핵 발전이라는 잘못된 세상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선 재생가능한 에너지 개발과 활용, 탈핵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쿠 이사장은 특히 "일본 내에서도 핵발전소에 대한 정보가 조작되고 있다"며 "넘쳐나는 탈핵 관련 정보 안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찾아내고, 이를 통해 후세에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만 5000여 명에 이르는 조합원들과 함께 지난해 탈원자력발전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한 오쿠 이사장은 탈핵의 열쇳말은 '재생가능한 에너지'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 세대가 더 나은 세상에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풍력이나 조력, 소수력(小水力), 지열, 연료전지, 바이오 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시민단체는 물론 정부도 최대치의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
오쿠 이사장은 이어 "어딘가 분명히 우리와 같이 '탈핵'이라는 생각을 공유하는 벗들이 있을 것이기에 포기하지 말고 길게 내다보며 탈핵을 향해 나아가자"고 호소했다. 그리고서 "핵발전소는 환경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후손에 넘겨줄 수 없는 에너지이기에 탈핵운동은 지금 곧바로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