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이 창문을 넘어와 온 집안을 환하게 비출 무렵 지인으로 부터 찾아들어도 좋겠냐는 연락이 왔다....당연히 콜.
길을 나서는 신선과 딸이 준비를 하는 동안 차실로 건너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대비하여
차실을 따스하게 준비해 놓고 지인을 기다렸다.
무설재 가족들이 제 갈길을 떠난 자리에 지인이 오롯이 찾아들어 하루를 만끽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허나 그 예감은 더욱 더 영역을 넓혀 "가을바람 맞으러 무작정 길을 나서자" 가 되었다.
그러다 문득 며칠 전에 만난 강원도 친구의 친정집 "조견당"이 생각나서 도착지를 그곳으로 정하고 길을 나섰다.
개인적으로 자주 다니던 길이 있음이나 혹시 다음에도 지인이 찾아갈 기회를 생각해서는 네비 아가씨가 알려주는
뻔한 고속도로 길을 택하여 국도 지름길이 아닌 길로 돌아갔다.
가면서는 예전에 취재를 하였던 신림 IC부근의 찻집에서 맛보았던 -멀리 취재 왔다고 기꺼이 만들어 주었던, 전주 보다도 더 맛있었던-
콩나물 국밥을 떠올리며 그집을 찾아가보고자 하였으나 기억이 가물가물하여 할 수 없이 통과.
일단은 주천에 도착하여 그 옛날 친구와 함께 찾아갔던 "산초 두부집"을 향해 발길을 옮겼으나 아쉽게도 그집마저 폐업이라는 슬픈 소식에 당황하였다.
물론 산초 두부라는 것이 산초기름에 지글지글이긴 하나 그집에서 손수 만든 두부로 자글자글하게 굽고 곁들어져 나온
강원도식 밑반찬과 함께 정신없이 먹었던 산초 두부의 기억이 그리웠던 것이요 그 당시에는 그 어느 지역에서도 맛볼수 없었던
산초두부였기에 오래도록 내 식탐의 기억 저장고에 간직되어 있긴 했었던 터라 찾아들었던 것인데 오호 애재라 통재라...
그래도 그날이 마침 주천 장날-1, 6일-이었던 터라 소소하게 장터를 구경할 수 있었으나 그곳 역시 관광의 열풍이 몰아닥쳐
장터 자리는 전부 한우 고기집으로 변모를 하였고 궁색하지만 겨우 구차함을 면한 몇몇 상인들만이 외지인의 눈길을 끌었다.


그중에서도 노점상이긴 하나 묵 하나 만으로 상권을 장악한 좌판-황선미 010 9493 4085 주문가능-이 있어 배도 고픈 참에 시식을 하게 되었다.
오호 별미로고, 특히 물밤으로 만들었다는 묵은 그야말로 다이어트에도 좋고 배고픈 승냥이들에게는 안성맞춤이라
게걸스럽게 시식을 하다가 결국은 구입을 하고 더불어 그곁에 말린 묵을 사들고 희희낙락.



그래도 점심 전이라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식당을 둘러보다가 정육점과 함께 있는 식당- 033 375 7304-을 선택하여
낡고 오래된 건물로 들어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육회 비빔밥을 시켜 보았다. 와우, 탁월한 선택이다.
냉동되지 않은 싱싱한 날것의 육회는 그야말로 탄력 그 자체요 쫄깃함의 대명사이니 이 황홀지경의 입맛을 어찌한단 말이냐.
게다가 함께 나오는 열무김치는 그야말로 강원도 완전 토박이 김치맛을 알게 하나니 지상천국이 따로 없으렸다.

금상산도 식후경은 무슨... 흐뭇한 점심을 먹고 나니 더 이상 장터에 눈길을 돌리고 싶지 않았으나 그래도
눈에 보이는 야들댜들한 고들빼기는 외면 할 수 없어 주부 근성을 발휘하여 네단이나 사들고 와서 지금은 쓴물을 빼는 중.






어쨋거나 본래 목적지 "조견당 照見堂-033 372 7229, 010 6344 1667-"으로 향하는 길.
예전보다 규모도 커지고 할일이 엄청 많아진 조견당은 친구가 어릴 때 자라던 곳이기도 하고 이후로는
고택 문화재가 되어 영월군의 관리와 지원을 받기도 하는 규모로 변모하였다.
게다가 그집의 막내 아들 내외가 온 몸과 마음을 다해 조상의 집을 지키는 중이나 그중에서도 안주인의 고단함이 장난이 아니다.
그 옛날 쥔장이 아이들과 함께 찾아들었을 때는 행사를 하여도 조촐하고 그저 그집에서 먹고 놀고 였다면
지금은 전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조견당"을 방문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니 안주인이 해야 할 일은 산더미 같을 터.
도시에서 분장 아트디렉터로 살던 직장인이 결혼과 동시에 하루 아침에 한옥집 안주인이 되어 시골살이를 한다는 것이
그 얼마나 힘들지 안봐도 뻔할 일이요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야 하는 남편 김주태는 수원 MBC 총국장이니
그들의 애로사항은 안봐도 비디오 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주인 안양순님은 즐거운 마음으로 시골살이를 해내면서 그냥 일반적인 고택이었을 "조견당"을 한 단계 높여
격있는 명품고택으로 환생시켰음이니 그녀의 끝간데 없는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공연도 하고 우리 문화 알리기 행사도 자주 해야 하는 "조견당"에서는 숙박도 제공하고 있다.
경우와 인원수에 따라 숙박료는 조금씩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30만원에서 50만원 사이.
작은 방을 사용하거나 큰방을 사용하여 한옥 체험을 하거나 집 전체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문의해 볼 일이다.

어쨋거나 많게는 3백명이 넘게 적게는 소소한 단위로 사람들을 접대하지만 늘 한결같이 격있게 사람들을 대하기를 원한다는 그녀를 보면서
같은 입장 다른 처지이긴 하지만 충분히 그녀의 마음을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긴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나오는데 왜 그리 짠해보이던지.
나름 문화를 전파하는 전달자로서 우리 것에 대한 자긍심과 자존감은 팽배하여도 그 뒤로 흐르는 고단함은 어쩔 수 없는 법.
더구나 다른 고택들처럼 남편이 건사하는 것이 아닌 안주인으로서 그 너른 집을 감당해야 하는 애환을 알 것 같아
진심을 다해 두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그리고 다시 휘리릭, 제천 방방으로 운전대를 돌려 인도박물관을 찾아들었다.
기대하시라...인도박물관에서의 한 나절을.
첫댓글 참 썩는 밀알이 없으면 결실을 기댜할 수 없지요~! 그 안주인의 수고에 박수~!
더불어 인도박물관 기대 기대~!
그러게요...도시에서 휘황찬란한 삶을 살아내다 시골살이 하기가 만만치 않죠.
거칠어진 손을 잡는데 뭉클하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