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녀석,하나도 안 변했네?!”
지난해 9월,‘투 헤븐’으로 막 뜨기 시작한 조성모(22)를 만났던 한 방송 PD가 이달 초 1
년 만에 다시 그를 보고 내지른 말이다.청바지에 헐렁한 티셔츠,어깨를 가로질러 맨 배
낭….수수한 그의 차림새나 인사성 바른 싹싹한 성품 모두 그대로였기 때문이다.겨우 1년
이 지났을 뿐이지만 그동안 조성모가 겪은 변화는 사람을 바뀌게 할 만큼 엄청난 것이었다.
음악을 배우겠다고 5년 동안 작곡가 이경섭을 쫓아다니며 잔심부름을 하던 가수 지망생이 데
뷔앨범을 1백13만 장이나 팔아치운 대스타로 성장했으니 말이다.
“저 변한 거 없어요.데뷔 때보다 말이 많아진 정도?전에는 인터뷰 때 사장님(GM기획 김광
수 사장)이 다 하셨어요.제 인터뷰가 아니라 사장님 인터뷰였는데 이제는 진짜로 제가 하니
까요”
실제로 방송 녹화 중에 만난 조성모는 평범한 인상이었다.180㎝은 됨직한 큰 키,귀엽게 속
쌍거풀 진 맑은 눈이 인상적이지만 스타들만이 가지고 있는 카리스마는 찾기 힘들었다.하지
만 바로 이런 평범함과 한결같음이 조성모가 꼽는 자신의 성공비결이다.
“‘투 헤븐’을 잊을 만하면 ‘불멸의 사랑’이 나오고,이 노래를 잊을 만 하니까 ‘후회’
가 뜨고,그렇게 끈질겼던 게 성공했죠.거기다 특출나면 시기하는 적이 생겼을텐데 제가 외
모도 그렇고 노래도 그렇고 너무 평범하니까 폭넓게 사랑을 받은 것 같아요”
2일 발매된 조성모의 두번째 앨범도 ‘끈질기고 평범하게’ 1집과 같은 색깔을 유지하고 있
다.장르도 발라드인데다 이경섭,양정승 등 1집에 참여했던 스태프들이 그대로 작업을 했
다.화려한 편곡이나 빈틈없는 구성 대신 감상적인 멜로디와 애틋한 가사에 의존하는 곡 분
위기도 여전하다.그렇다고 1집에서 정체된 것이 아니라 조성모의 표현 대로 ‘업그레이드
됐다’.
“2집 앨범의 컨셉트 자체가 1집과 비슷한 톤이지만 성숙하게 가자는 거였어요.‘투 헤븐’
보다 좋은 메이저 발라드,‘슬픈 기대’보다 나은 팝발라드,‘불멸의 사랑’보다 좋은 마이
너 발라드,하는 식으로요”
타이틀곡 ‘For Your Soul’이 바로 ‘투 헤븐’과 비교할 만한 노래다.‘슬픈 영혼식’이
라는 부제처럼 사별한 연인과 영혼 결혼식을 올린다는 내용의 구슬픈 발라드.‘투 헤븐’
뮤직비디오에 이병헌,김하늘,허준호 등 스타들이 출연해 화제가 됐던 것처럼 이번에는 신현
준과 최지우,정준호가 얼굴을 내밀었다.도입부에 올드팝 ‘Those Were The Days’ 연주를
삽입한 이 뮤직비디오는 홍콩관광청의 지원으로 홍콩에서 촬영됐다.‘투 헤븐’을 찍었던
김세훈 감독이 전체 연출을 맡았으며 특별히 액션신에 홍콩의 왕가위 감독이 참여했다.
‘후회’의 속편격인 ‘상처’나 마이클 잭슨의 창법을 모방한 록댄스 ‘Nightmare’도 주목
할 만한 곡이다.가사가 예뻐서 조성모가 제일 좋아한다는 ‘Love Song’ 같은 발라드와 여
기에 곁들여진 빠른 댄스 넘버 ‘Sweet Baby’나 ‘You&I’도 착착 귀에 감긴다.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조성모의 자작곡 ‘Rainy Dreams’.
“1집 활동을 접고 미국에 갔을 때 쓴 곡이에요.많은 사람들이 곁에 있다가 혼자 뚝 떨어지
니까 너무 외롭고 힘들더라구요.따뜻한 메시지가 있는 곡을 만들고 싶었는데,감정이 복받쳐
서 곡을 썼더니 슬픈 사랑노래가 됐어요”
조성모의 2집 작업은 두달 동안 진행됐다.짧은 기간에 빡빡하게 작업한 대신 집중력이 붙
어 하루에 세곡을 녹음한 날이 있을 정도로 감정조절이 쉬웠다고 한다.하지만 쉬기는 커녕
제대로 잠도 못자 체중이 10㎏이나 빠졌다.
“힘든 만큼 보람도 커요.데뷔앨범 때는 작곡가가 만들어 놓은 곡에 제가 맞췄으니까 제 색
깔이 없었거든요.하지만 이번에는 제 의지 대로 곡을 받았고 제 곡도 담아서 뿌듯합니다”
지난 1집 때 이미 전국투어를 가졌던 조성모는 이번에도 2집 발매 기념으로 10월16∼17일 서
울 올림픽 역도 경기장에서 공연을 시작해 올해 마지막 날까지 전국 13개 도시를 도는 콘서
트를 준비했다.
“저는 공연이 너무 좋아요.지난 봄에 대학교 축제를 30곳 가까이 돌았거든요.그때 내가
왜 태어났는지,왜 음악을 해야하는지 알게 됐어요.바로 무대 앞에서 내 노래를 듣는 사람들
을 위로해 주고 즐겁게 하는 것이더군요”
/권혜숙 hskwon@kukmin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