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 대한 자녀들의 진심어린 마음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27년 전 그러니까 83년도에 중1 여학생이었던 제자가 남긴 글을 옮깁니다.
카네이션 (강지영)
어버이 주일이다.
나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좀 어색할지 모르는 어렸을 때의 기억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날이 어버이날이었나 보다.
아주 어린 내가 (국민학교도 들어가기 전) 엄마의 손을 잡고
고궁에 갔었다.
웬 사람이 그리도 많은지....
그런데, 어린 마음에 이상했던 것은
어른들의 대부분이 분홍 빛, 붉은 빛 꽃을 달고 있는 것이었다.
그 꽃이 무엇인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몰랐던 나는,
꽃이 예쁘다고만 생각하고는
그 꽃을 파는 꽃장수 앞을 지나갈 때마다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엄마가 그 꽃을 사서 나에게 달아주길 은근히 바랬던 기억이 난다.
그 꽃은 어버이날 부모님께 달아드리는 카네이션이었는데....
난 참 철없는 어린아이였나 보다.
그러나, 이젠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가며
부끄러워할 수 있는 사람으로 컸다.
이 모든 것이 부모님의 돌봐주심이라 생각하면,
어릴 때 손가락을 물고,
그 꽃을 쳐다보던 기억과 함께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이젠 나도, 부모님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릴 수 있을 만큼 컸다.
오늘 아침, 카네이션을 달고 계신 엄마의 모습에 왜 그렇게 죄송스러웠는지!
하지만 이제 나는 부모님의 가슴에 사철 어느 날이나
내내 카네이션을 피워 드릴 수 있는 착한 딸이 되고 싶다.
*******
지영이는 얼마 전 결혼한 '산소 같은 여자' 이영애의 친구였으니까 71년생이죠.
그러니까 지금 살아 있다면 나이가 마흔 살 가까이 됐을 겁니다.
당시 그들은 중학교 1학년 학생으로서 너무나 맑은 표정의 공주들이었지요.^^*
그러나 지영이는 27살이 되던 그 해에 결혼 날짜까지 잡아 놓고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부모에게 보냄을 받은 자녀들은 누구나 지영이와 같은 효심을 갖고 있지요.
또 그들이 가족과 얼마나 오래 행복한 시간을 공유할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구요.
함께 있는 동안 풍성한 사랑을 가족과 나누는 것이 지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첫댓글 일찍 잘 여문 열매가 쉬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어쩌면 부모가슴에 대못을 박을 일이 있을 걸 예상하듯이 더 곱고 맹랑한 아이었을 거란 생각을 해 봅니다. 자식들 누구나 부모에 대한 사랑이 지극합니다. 그런데 그것도 맘대로 안되는 것이 인생이겠지요. 속상하고 답답할 때 철없는 아이가 밉기도 하지만 그 아이 마음 속에도 엄마와 똑같은 사랑하는 마음.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겠습니다.
가슴이 뭉클하네요... 좋은 글 넘 감사해요~~
함께 있는 동안 풍성한 사랑을 가족과 나누는 것이 지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맞습니다. 지금의 자녀들은 학교생활과 학원생활로 부모 자식간의 가족관계을 충분히 추억하며 함께나누는 시간들이 부족합니다. 마치 집이 기숙사가되어버렸어요.........밥먹고 잠자는곳으로...그리고 일상은 모두 교실이라는 공간에 제한되어 움직여지는...........또다른 감옥의 삶같기도하고...아이들이 불쌍해요....
맘이 너무 아픕니다. 3~4년전 딸아이가 모모책을 제게 권했고 전 마시멜로이야기를 딸아이에게 권했습니다. 딸과 저는 책을 통해 서로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전했는데,사춘기에 접어든 딸아이의 맘을 좀 이해할수 있었고, 성실하게 독일생활을 잘 했기 때문에 딸에대한 저의 눈높이가 많이 부담스러웠나 봅니다.
행복을 저축해 놓고 나중에 꺼내쓰라고 하지 말아야 겠습니다.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행복하세요^^
공연히 부모님들 마음만 아프게 하는 글을 올린 건 아닌지...후회하는 마음도 없지 않지만 지영이는 제 마음에서 지워질 수 없는 깊이 인상지어진 소녀입니다. 한국 최고의 여배우가 될 아이도 함께 있었지만 정말이지 그 아이의 친구들을 통해 소식을 듣기까지 저는 지영이를 다시 만나기를 얼마나 기대하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글을 통해 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겉보기에는 어떻든지 부모님들께서 자녀들을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녀들 또한 부모님을 사랑하고 위한다는 사실입니다. 모두가 이런 사실을 마음 깊이 새겨 행복한 가정 이루시기 바랍니다...^^*
아이들로 속상할 때마다 제가 어려서 엄마를 가슴아프게 했던 일을 생각하며 우리엄마는 얼마나 속상하셨을까 하고 가슴을 치곤 합니다.엄마께 그때의 일들을 속죄하고 싶어도 이세상 분이 아니시기에 마음으로만 반성하고 있지요.꼭 너같은 딸 낳아서 너도 키워보란 말에 난 절대 엄마처럼 안키울거야라고 반박했던일 들 등...전 지금 저같은 딸이아닌 저보다 더 심한 딸을 낳아서 벌받고 있는 것만같아요.여기에 올려진 좋은 글들을 읽고 배우면서 좀더 따뜻한 사랑으로 아이들을 대해야 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분명한 건 우리가 지금보다 더 나은 엄마, 아빠가 될 수 있단 사실이죠. 지나치게 우리 자신을 책망하지도 말고...부모님께 대해서나 자녀들에 대해서 마음으로나 말로나 원망하지도 말고, 선물로 주어진 존재로 대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쩜...같은 생각이세요.
엄마에게 고집피우고 원망의 말을 했었는데...
지금은 아주 심한 사춘기병에 걸린 큰딸이
깊이 반성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