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노희경 작가님을 만났습니다. 노희경 작가님은 얼마전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대본집의 인세액 전액을 <기아질병문맹 퇴치 구호활동>에 기부하면서 화제가 되어 우리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었습니다. 수년전부터 많은 선행활동과 기부캠페인으로 연예계의 모범이 되어오신 노희경 작가님을 만나 뜻깊은 대화를 나눠보았습니다. 평소 궁금하던 것들을 마음껏 물어볼 수 있었던 속시원한 자리였습니다.
많은 질문들을 주고 받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3가지만 함께 올립니다.
이번 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엄마에게 바치는 절절한 사모곡이라고 하는데요. 작가님에게는 ‘엄마’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는지요?
저에게 ‘엄마’는 제가 반드시 닮고 싶은 사람입니다. 못 배우셨기 때문에 지식으로 사람을 무시하지 않으셨습니다. 가진 게 없었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을 당신처럼 안쓰럽게 여기셨습니다. 사람의 지혜는 지식에서 오는 게 아니라, 마음 씀에서 오는 걸 그분에게서 배웠습니다. 16살에 시집와 자식을 일곱이나 낳고, 그 중 한 명은 일찍 떠나보내고(제 동생) 남편은 평생 바람을 피우고 생계를 나몰라라 했지만, 나만 그러겠냐, 사람사는 게 저마다 다 그렇지, 몰라서 한탄하지, 알고 보면 다 힘들게 산다 하시며 웃음을 잃지 않은 분이었습니다. 우리 어머닌 우울증도 앓았고,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은 적도 있었고, 극악하게 자식을 팬 적도 있지만, 이제 저는 이해합니다. 제가 엄마 입장이라면 더 했을 테니까요. 인내, 사랑, 의리, 정의, 인정 그런 말들을 ‘엄마’만큼 제게 확실히 인지시키신 분은 없습니다. 같이 살아 주지 않아도 돈을 벌어다 주지 않아도 애들 낳고 사는 남편을 떠나지 않고, 애들이 공부를 못해도 애들이 죄를 저지르며 다녀도 ‘네가 그런 게 어딘 네 탓만 있겠냐? 그러며 큰다.’시며 늘 품으셨습니다. 살아생전 엄마의 십 분지 일이라도 닮고 싶은 게 제 바람입니다.
작가님의 활동에서 마음을 알아차려 가는 수행 부분이 궁금합니다. 문제가 있기 마련인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가는지요?
처음엔 참 힘들었습니다. 나는 기부도 제법하는 거 같고, 세상도 제법 지혜롭게 살고, 남들한테도 제법 인정 있다는 소릴 듣는데 뭐가 문제인가? 하는 생각 때문에요. 그러다 7년 전, 제가 봉사하고 있는 봉사단체의 어느 분에게 상담한답시고 생색을 냈습니다. ‘정말 봉사하기 힘들다! 나는 지금 남들하는 만큼 하는데, 아니 그것보다 더하는데, 왜 더, 더, 더하는가? 힘이 듭니다.’ 저보다 어린 봉사자께서 그 말을 듣고 따뜻하게 이렇게 말했습니다.‘힘들면 하지 마세요. 편한 만큼만 하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뛰고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그 말을 하는 분은 제가 존경하는 분이었는데, 그는 힘든 몸으로도 24시간 봉사를 하고, 그 봉사를 즐거워하고, 그래도 자신의 부족한 마음자릴 찾는 분이었거든요. 그이보다 나이든 내가, 그이보다 돈도 많은 내가, 그이보다 마음을 못 내면서, 기껏 면피하듯 살면서 대체 뭐가 힘들다고 하는 건가! 그런 자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이후 맘을 더 내봅니다. 그러나 제 꼬라지는 쉽게 바뀌지 않아 늘 생색내고 투덜대고 게으른 입장에 놀아납니다. 그래도 이젠 괜찮습니다. 잠시 맘이 튈 때 함께하는 훌륭한 사람들을 살펴보면 다시금 뒤틀린 제 맘이 알아채지니까요.
사람이 전부다. 매일 매일 느낍니다.
지금 작가님의 활동을 들여다보면 세상에 ‘잘 쓰인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가진 재능을 잘 ‘나눈다’는 생각도 들고요. 작가님이 잘 쓰이기까지의 과정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글쓰기는 일반 사람들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냥 씁니다. 밥 먹듯 씁니다. 똥 싸듯 씁니다. 그저 씁니다. 눈만 뜨면 씁니다. 수행을 하고 나서 글쓰기가 달라진 점은, 글 따로 삶 따로여선 안되겠다는 겁니다. 글에선 인정을 강조하고 삶에선 돈이 우선이고, 글에선 정의를 강조하고 삶은 비루하고, 글에선 부지런하고 삶은 게으르고, 글에선 감사하고 삶은 교만하고! 그래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마음이 드는 거죠. 제 글이 안좋다면 제 삶에 문제가 있는 거다. 제 글이 감동스럽지 않으면 삶이 팍팍한 거다. 그게 제가 글을 쓰는 기준이 됩니다. 사람을 관찰하고, 그 분별을 찾기 위해 내 마음을 내 삶을 돌아보고, 힘들어도 또 들여다보고, 그걸 정리하며 세상의 이치를 사람의 마음을 되짚고, 이치 하나를 깨닫고, 글은 제 수행의 바로미터이기도 합니다. 수행자로서 더없이 좋은 직업을 가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코끝이 찡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 글이 안좋다면 제 삶에 문제가 있는 거다... 이 한 말씀이 제 뒤통수를 꽝하고 치고 말았습니다. 글을 쓰시면서, 언제나 드라마처럼 삶을 살려 하시고, 삶처럼 드라마를 쓰려 노력하는 그 모습이 정말 감동있게 다가왔습니다. 드라마는 허구이고 대중성에 영합하여 꾸며지는 이야기들이라는 편견이 항상 있었는데, 노희경 작가님을 통해 구현된 드라마는 진실된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작가님처럼 진실되게 살고 싶다는 존경심이 우러나온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셨나요?
첫댓글 진실한 삶 진실한 행 보현행원.......일체제불께 감사합니다.나무마하반야바라밀_()()()_
삶따로 수행따로....따로국밥 이젠 그만 해야 하는데..........나무마하반야바라밀...._()_
노희경 작가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