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소년의 10명 중 3명은 아침을 먹지 못한 채 학교에 간다. 2005년 청소년 식생활 조사가 시작된 이래 10년간 변화가 없다. 악화하지 않은 것을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경이다.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이 경제사정이 풍족해진 시대에도 결식을 하고 영양섭취가 제대로 되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보건복지부가 전국 17개 시도 800개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 6만80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청소년의 27.9%가 ‘주5일 이상 결식’한다고 응답했다. 2005년 27.1%에서 10년 동안 변화가 없다. 남녀 학생 사이에 차이도 1∼2% 내외로 크지 않다. 다른 식생활 관련 수치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1일 1회 이상 과일 섭취율은 2005년 32.6%에서 올해 22.9%로 10% P 가까이 떨어졌고, 1일 3회 이상 채소를 먹는다는 학생도 같은 기간 16.9%에서 15.3%로 줄었다. 주3회 이상 탄산음료를 섭취한다는 청소년은 28.3%로 2009년 같은 조사 항목이 시작될 당시 24%에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처럼 청소년들의 식생활 건강이 상당히 위험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필자가 지난해 영국 보건부의 청소년 건강을 담당하는 관계자를 만났을 당시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그는 영국은 청소년 건강관리를 정책적으로 어떻게 지원하느냐는 질문에 “학교 식단을 관리하고, 교내에 탄산음료 판매를 금지하는 등 미래의 희망인 청소년의 건강관리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식품업체와도 협력해 건강에 좋지 않은 재료는 줄여나가도록 유도한다”고 답했다. 우리나라도 나름의 청소년 건강정책을 펴고 있지만 그 효과가 미미한 수준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수능시험이라는 입시제도에 억눌려 체육시간에도 야외활동 대신 자율학습을 하는 게 일반화돼 있다. 하루 60분 이상 주5일 이상 신체활동을 한다는 고3 여학생의 경우 올해 운동 실천율은 5.5%에 불과했다. 청소년 전체 평균은 2009년 10.9%에서 올해 14.2%로 늘었다. 그러나 아직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됐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감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학생 4명 중 1명(23.6%)꼴로 심각하다.
정부는 올해 국민의 건강증진에 필요한 영양소 36종에 대해 ‘2015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을 제정해 발표했다. 1962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한국협회가 처음 발표한 이후 1975년까지 이 같은 일을 했고 1985∼198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바통을 이어받았고 1995∼2010년에는 한국영양학회가 이를 발표하다 올해 처음으로 정부가 국민영양관리법에 의거해 공신력 있게 발표했다.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 대상은 총 36종인데 이 가운데 에너지 및 다량영양소 8종(에너지, 탄수화물, 총 당류, 지질, 단백질, 아미노산, 식이섬유, 수분), 비타민 13종(비타민A, 비타민D, 비타민E, 비타민K, 비타민C, 티아민, 리보플라빈, 니아신, 비타민B6, 엽산, 비타민B12, 판토텐산, 비오틴) 무기질 15종(칼슘, 인, 나트륨, 염소, 칼륨, 마그네슘, 철, 아연, 구리, 불소, 망간, 요오드, 셀레늄, 몰리브덴, 크롬)이다.
청소년인 12∼14세 남학생은 에너지 필요추정량은 하루 2500kcal인데 실제 섭취량은 2352kcal로 조금 부족했고, 15∼18세의 경우도 2700kcal 필요하지만 실제 섭취량은 2588kcal에 그쳤다. 여학생의 경우는 12∼14세는 필요추정량 하루 2000kcal인데 섭취는 1964kcal였고, 15∼18세는 역시 하루 필요 에너지 2000kcal 중 1886kcal만 섭취해 저학년보다 고학년의 영양섭취 문제가 더 심각했다. 12∼14세 청소년의 하루 칼슘 권장 섭취량은 1000∼900mg인데 실제 섭취량은 528∼429mg에 그쳤다. 15∼18세 청소년도 권장 섭취량의 절반 정도만 섭취했다.
청소년 건강 문제는 10년째 나아지지 않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청소년 흡연율이나 음주율 같은 자극적이고 지엽적인 수치에만 집중하고 있다. 댐의 붕괴도 처음에는 작은 균열과 누수에서 시작된다. 청소년들의 외형은 성장하고 있지만 그 내실은 부족한 상황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 이는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가정의 세심한 관심은 기본이고 부모나 학생을 위한 정부정책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건강은 뛰어난 치료제나 보약만으로 지킬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 선조는 ‘밥이 보약’라고 하지 않았던가.
글/ 조병욱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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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민건강보험 블로그「건강천사」 원문보기 글쓴이: 건강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