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알던 한 분이 생각납니다. 참 부지런한 그리스도인이었습니다. 옛날에는 농촌에서 농사 지어 갚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그러려면 계약서를 써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분은 계약서를 쓸 필요가 없었습니다. 돈을 빌리면 언제나 틀림없이 갚았기 때문이죠.
이분에게는 세 가지 특별한 점이 있었습니다. 첫째 기한에 맞춰 갚지 않았습니다. 최선을 다해 기한이 되기 전 빚을 다 갚아 버렸습니다. 둘째 이자 이상의 금액을 갚았습니다. 돈을 빌린 덕에 재산이 늘었다면서 이자 금액보다 많게 갚았던 것입니다. 나머지 하나는 ‘셀프 계약서’였습니다. 자신의 수첩에 누구에게 얼마를 빌렸으며 언제까지 갚아야 하는지 꼼꼼하게 적어 놨던 것입니다. 보통의 계약서를 쓰진 않았지만 대신 특별한 흔적을 남겼습니다.
어린 나이였던 제가 알 정도로 이분의 이야기는 지역에 잘 알려졌습니다. 어린 마음이었지만 이분을 닮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했습니다. 작금의 교회 공동체를 보면서 한 가지 소망이 생깁니다. 그리스도인은 신뢰만큼은 언제나 틀림없다는 소문을 어렵지 않게 듣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