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여기는 인천 공항, 바퀴가 심하게 덜커덩거려 활주로가 보기와는 달리 평지가 아님이 느껴지더니 하늘을 향하여 앞바퀴에서 뒷바퀴로 차례로 이륙하자 분주하던 통로는 아무도 다니지 않는 가파른 언덕길이 되고 제트엔진의 소리와 함께 동체를 울리는 강한 진동이 좌석에 밀착된 등을 통해 온몸으로 전달된다. 이제 지상에서 동체를 떠받치던 바퀴는 다 접어 넣고 날개가 지속적인 양력을 얻어 비행하고 있음을 알고 진정한 비행기가 되었음에 안도한다. 한참 후 공기를 빨아들이고 연료를 태워 압축한, 뜨거운 공기를 뿜어내는 소리는 거의 같은 크기로 지속된다. 비행기가 성층권의 찬 공기를 박차며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추진력의 부산물이니 시끄럽다고 탓할 수도 없다. 엔진 소리만이 아니라 공기저항-저공보다는 밀도가 희박하지만-으로 인한 마찰음도 숨어 있을 것이다. 겨드랑이에 날개도 없는 내가 하늘을 날아 목적지로 갈 수 있게 해 주니 못 들은 척 얌전히 앉아 있어야 한다. 가늘게 제트 운을 남기며 날아가는 은빛 비행기들을 지상에서만 보다가 오늘은 그 속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으니 누군가 올려다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늘 그 무거운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걸 볼 때마다 신비감을 느끼는데 그 신비의 중심에 내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Washington에 있는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 아폴로 우주선과 함께 전시된,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를 본 적이 있는데 정말 비행기는 많이 발전했다. 짧은 시간 사람이 날 수 있다는 걸로 만족하며 겨우 한 명이 타던 나무 비행기가 커져서 몇 백 명이 탈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1903년 12월 17일에 이루어진 라이트 형제의 꿈이 오늘, 몇 백 명의 꿈으로 확장되어 멀리 유럽으로 함께 비행한다. 지구 전체로 보면 이 시간 하늘을 날고 있는 사람이 그 수를 다 셀 수 없을 것이다. 외출이 금지된, 밀폐된 공간에서 그 많은 사람들이 함께 앉아 높은 하늘을 날아가는 특별한 경험을 한다. 동그란 창문으로 드는 햇빛이 더욱 눈부시다. 여객기는 극한 환경 속에서 생존과 빠른 이동을 보장한다. 승무원이 나눠 주는 기내식을 먹고 영화도 본다. 개인 공간은 의자 하나로 비좁긴 하지만 음악을 들으며 독서하는 등 나름대로 각자 자기 생활을 선택할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와 인천을 이은 하늘길 중간쯤에서 두 번째 간단한 식사가 나왔다. 송이버섯과 상황버섯 죽, 퀴노아, 야채 샐러드에 쵸코 케이크와 커피를 곁들이니 서로 어우러진다. 어느새 비행기 안은 식당으로 변해 있고 승무원들은 승객 시중에 바쁘다. 모두 하늘 위에 앉아 있는데 가끔 통로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동네에서 산책하는 이들처럼 비행기라는 새로운 길-디딤돌을 이용하여 하늘을 거닌다고 상상해 본다. 가끔 울돌목처럼 소용돌이치는 난기류를 만나 비행기가 상하좌우 모든 방향으로 흔들리면 안전벨트를 매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는데 이륙 직전 활주로 위를 전속력으로 질주하던 때와는 유가 다르다.
비행기는 인류 문화의 산물로 경제적, 사회적으로도 얽혀 있다. 탑승객이 부담하는 비용은 하늘을 향한 일종의 추진력이요 양력이다. 빈 자리가 많으면 비행기는 힘을 잃기 마련이다. 코로나 때처럼 지구적인 현상이 되어 이용자가 점점 줄어들면 개인 부담도 늘어나니 바람직한 일은 아니리라. 탑승객 하나 하나의 힘이 모여 비행 경비에 충당되고 항공사에 속한 조종사와 기타 승무원들의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그리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면서도 한 비행기를 탄 승객들은 공중에 떠 있는 시간만큼은 공동 운명체로 긴밀하게 묶이게 된다. 이륙 전에 승무원이 실시하는 안전 교육을 받으면서 마음 한 구석에 사고 가능성을 공유하게 되고 어느 자리에 앉았든지 조종사와 승무원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이륙해서 착륙할 때까지 비행에 관련된 거의 모든 일은 조종사에게 달려 있다. 조종사의 정신 상태는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선두에서 끊임없이 날개 짓을 하는 우두머리 철새와 같은 것이다. 그의 책임감과 따르는 새들의 신뢰가 어우러져 긴 여행은 완결될 수 있는 것이다. 이륙할 때와 착륙할 때는 팽팽한 긴장감이 도는데 안전하게 그 두 가지가 수행되면 조종석을 향하여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된다. 모두 무사히 착륙할 때는 모두 마음속으로 환호하고 박수를 치고 있지 않을까.
여러 가지 교통기관 중에서 가장 꿈을 많이 꿀 수 있는 건 비행기가 아닐까. 평소에는 육상에서 평면 이동만 하면서 공중을 나는 새처럼 입체적인 움직임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구름 아래에서 생활하며 위를 바라만 보다가 해와 달 그리고 별들이 우주를 이야기하고 구름이 떠다니고 눈이 오고 비가 오는 하늘이라는 공간의 일부가 되어 파란 꿈을 꿀 수 있게 하는 비행기는 늘 경이롭다. 발 붙이고 살던 동네를 높은 공중에서 조감하고 구름을 뚫고 위로 올라가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빛나는 구름-운해를 내려다보고 비행하니 그 시간, 색다른 경험은 특별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긴 시간 하늘을 마음에 품고 지내다 보니 꿈은 착륙한 다음에도 이어지기 마련이다.
첫댓글 비행기 발명 이제 백년인데, 참으로 바른 발전입니다. 조종사 한명에 비행기의 승객의 목숨을 걸고 참 많이들 돌아다니는 세상이 되었네요. 나날이 발전하는 비행기와 공격용 무기들, 이젠 제트엔진으로 우주를 다녀오는 시대로 가고는 있는데 ~~~좋은글 감사합니다.
Evergreen님, 방문 감사!
새에서 영감을 얻어 발명했지만 더 크고 높이 날아갑니다.
라이트 형제가 새의 움직임을 관찰하여 조종 장치를 고안하고 풍동을 만들어 실험했답니다.
너무 긴 시간 공항에서 10 시간 이상 기다르며 공항 바닥에 누워
밤 샘을 한 적도 있고 긴 비행 시간을
그 뿐 아니라 곳우부대에서 낙하를 위한 흔들리고 낡은 C -46 비행기에서 뛰어날던 그때
하늘을 나는 꿈은 그냥 꿈으로 남아얒 현실이면 그 지루함과 고단함이 콧김에 묻혀 호흡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