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잔과 인어
원제 : Tarzan and the Mermaids
1948년 미국영화
감독 : 로버트 플로리
제작 : 솔 레서
음악 : 디미트리 티옴킨
출연 : 자니 와이즈뮬러, 브렌다 조이스, 린다 크리스찬
존 로렌즈, 조지 주코, 페르난도 와그너
구스타보 로조, 안드레아 팔마
자니 와이즈뮬러의 마지막 타잔 영화는 1948년 RKO 작품 '타잔과 인어' 입니다. 우리나라에도 개봉된 작품이지요. 그의 12번째 타잔 영화이고 RKO에서는 6번째로 만든 타잔 영화입니다. 자니 와이즈뮬러가 1932년부터 타잔 영화에 출연했으니 16년간 12편에 출연한 셈이죠. 날렵했던 1932년 첫 출연 당시와 달리 중년의 나이가 되었고 허리도 두툼해졌습니다.
그의 마지막 타잔 영화는 아쉽게도 가장 타잔스럽지 않은 영화입니다. 대체 이게 뭔 뜬금없는 내용인가 싶은 정도지요. 타잔 하면 우선 당연히 무대가 정글이어야 하고 여러 동물들이 등장해야 합니다. 그리고 치타의 재롱도 중요한 역할이지요. 그런데 그런 것이 다 배제된 것이 바로 '타잔과 인어' 입니다. 제목에서 어느 정도 느껴지지요.
우선 기존 타잔 영화에 없던 아주 큰 강이 갑자기 타잔 집 앞에 흐릅니다. 타잔의 집에 물가가 있긴 하지만 배가 막 지나다닐 정도의 큰 강은 아닙니다. 갑자기 타잔 집 앞에 한강 같은 강이 흐르다니요. 그리고 동물들은 어디로 다 사라지고 무슨 남미 지역 같네요. 더 가관은 거기서 얼마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바다가 있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자니 와이즈뮬러의 11편의 영화에서 바다가 등장한 적이 없죠. 더구나 MGM 타잔에서는 타잔의 집은 아주 높은 고지대에 있습니다. 바다나 강이 가까이 있을 수는 없죠. 작은 강이야 있겠지만. 물론 RKO 타잔에서 고지대의 개념이 사라지긴 했지만 금방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바다라뇨. 그리고 코끼리 등 동물이 거의 나오지 않고 심지어 타잔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치타 조차도 단역입니다. 치타가 별로 나오지 않는 타잔이라뇨.
무늬만 타잔이지 사실상 금지된 섬으로 불리우는 평화로운 낙원 같은 섬이 배경입니다. 마치 하와이 섬을 연상케 하는 평화롭고 낭만적인 섬입니다. 값진 진주를 얼마든지 캘 수 있고, 수영을 즐기면서 신선놀음을 하는 섬이죠. 그런데 그런 평화로운 섬에 발루 신으로 가장한 악당이 살고 있었습니다. 악당은 자기 수하의 끄나풀을 대사제로 내세워 신 행세를 하며 그 대사제를 통해서 명령을 내리고, 섬의 주민들은 모두 발루 신을 섬기기 때문에 그의 뜻을 따릅니다. 이런 사기극에 놀아나고 있었지만 젊은 커플 티코와 마라는 발루 신을 믿지 않습니다. 마라는 발루 신에게 낙점되어 사랑하는 티코 대신 강제로 발루의 신부가 되어야 합니다. 신의 간택을 받았기 때문에 영광으로 생각해야 하지만 마라는 가짜 신이라는 걸 짐작하고 그 섬을 탈출합니다. 마라가 탈출해서 오게 된 곳이 바로 타잔의 집이죠. 타잔은 마라의 딱한 사정을 듣고 섬으로 가서 가짜 신의 정체를 밝히고 그를 처단하고 진정한 평화를 얻게 해주는 내용이지요.
RKO 타잔이 정글에만 머물지 않고 사막의 모험, 이웃 마을에서의 모험 등이 많이 이어졌지만 이렇게 바닷가에 있는 어느 섬까지 배경이 넓어진 것은 정글이 배경이 되어야 하고 동물이 나와야 할 타잔 영화에서 너무 동떨어진 내용입니다. 타잔은 사자나 악어 대신 물속에 있는 거대한 문어와 싸우지요. 좀 시시하게 처리되었지만.
그냥 급조한 엉성한 내용처럼 느껴지고 특히 후반부는 마치 무엇에 쫓기듯 너무 허겁지겁 끝나 버립니다. 그나마 볼거리라 할 수 있는 건 젊은 청년들의 멋진 다이빙 쇼 입니다. 타잔 영화가 어쩌다가 '남태평양' 같은 영화가 되어 버렸을까요. 남이 자기 집에 찾아오는 걸 꺼리는 타잔이 어쩐 일로 금지구역인 섬까지 가서 거기 문제를 해결해 줄까요.
영화가 촬영된 곳이 멕시코의 아카풀코 였고, 실제 다이버들이 출연하여 다이빙 시범을 보였습니다. 타잔이 가장 높은 바위에서 다이빙을 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 스턴트를 했던 배우가 촬영 중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무튼 좀 황당한 내용입니다. 타잔의 정글에서 강을 따라가다가 어느 동굴을 통과하면 갑자기 바다가 나오고 그 금지된 섬이 등장한다는 설정이지요.
타잔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주역, 바로 보이와 치타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작품인데 보이는 영국에 있는 학교에 간 것으로 뜬금없이 처리됩니다. 보이 역의 자니 셰필드가 계약연장을 하지 못해서 결국 이런 식으로 처리 된 것이죠. 치타는 어찌된 일인지 중간에 빠져 버립니다. 타잔이 어딜 가든 꼭 데리고 다니는 게 치타인데 이상하게도 그 섬에 갈때 치타를 놓고 갑니다. 그래서 치타의 재롱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영화지만 그럼에도 잠깐 나오는 장면들에서 그럴싸하게 기타 연주 흉내를 냅니다. 역시 치타는 타고난 재롱동이지요.
개인적으로 1945년 작품 '타잔과 아마존'과 함께 가장 재미없는 자니 와이즈뮬러 타잔 영화 2편 입니다. 멋지게 정글을 호령하며 유종의 미를 장식하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보이는 빠지고 무대는 바닷가의 섬이라는 점이 자니 와이즈뮬러의 타잔 고별작품의 내용이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자니 와이즈뮬러는 영영 타잔과 작별을 했지요.
ps1 : 자니 셰필드는 보이역을 그렇게 그만두었지만 바로 '정글 소년 봄바'라는 영화에 계속 출연했습니다. 일종의 타잔 짝퉁 같은 내용이지요. 자니 와이즈뮬러도 이후 곧바로 '정글 짐'이라는 영화에 새롭게 계속 출연했으니 어찌 되었든 정글 영화를 계속 이어간 셈입니다. 정글 짐은 일종의 옷 입은 타잔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ps2 : 이 영화에서 섬의 아름다운 여인 마라 역으로 출연한 린다 크리스찬은 그다지 유명 배우는 아니지만 이 영화 출연 이후 타이론 파워와 결혼해서 배우로서의 능력보다 타이론 파워의 아내로 알려졌습니다. 두 사람은 7년이 조금 넘는 결혼생활을 하고 이혼했는데 두 아이를 낳았습니다. 린다 크리스찬은 몇년 후 '황태자의 첫사랑'으로 알려진 에드먼드 퍼덤과 재혼했지만 1년만에 이혼했습니다. 타이론 파워는 그녀와의 결혼이 두 번째 결혼이었습니다.
ps3 : '타잔과 아마존' 부터 제인으로 출연하던 브렌다 조이스는 1949년 렉스 바커의 첫 타잔 영화에서 한 번 더 제인을 연기하고 영영 은퇴합니다.
[출처] 타잔과 인어 (Tarzan and the Mermaids, 48년) 자니 와이즈뮬러 마지막 타잔|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