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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포털사이트의 영화 검색 순위에 <후회하지 않아>가 상위에 랭크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지금도 단관에서 교차로 상영이 되긴 했지만 개봉한 지 세 달이나 지난 영화가 이곳 저곳 검색 순위가 올라가니 어째 좀 이상하다 싶었다. 보통 포털 영화 검색 순위는 그 포털에 광고를 했냐 안 했냐에 따라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인디영화가 10위 안에 훌쩍 드는 현상은 분명 특이한 현상이었다.
"뭐냐, 이건. 잘 알려지지도 않은 내가 무슨 스캔들이라도 났나?" 따위의 시답잖은 생각을 하다가 문뜩 DVD가 발매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나 다를까, 혹시나 해서 P2P 사이트들에 들어가서 검색을 해보니, DVD 발매 두어 시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따끈따끈하게 구워진 불법 디빅스 파일들이 식탁 위에 올려진 다정한 굴비 두름처럼 주르르 업로드 되어 있었다. 게다가 앞다투어 그걸 다운 받아 보고는 친절하게 자신들의 블로그에 '혐오스럽다'에서부터 '좋다'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하기 이를 데 없는 영화평들과 다운로드 경로를, 꿀 나르는 벌들 같이 부지런부지런 올려놓고 있었다. 오 마이 갓, 발매된 지 몇 시간 만에 이러면 나는 어떻게 하냐고요. 어이가 뺨을 치고, 억장이 갈 짓자 걸음으로 비틀거리며 도망가다 풀썩 쓰러지는 순간.
그랬다. DVD가 발매되자마자 어둠의 경로에서 '어둠의 개봉'이 이루어졌고, 이 여파는 요즘의 극장 개봉 영화들을 가볍게 따돌리며 포털 영화 검색 상위에 우뚝 발돋움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광고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인디영화인지라 극장 개봉 때도 반짝 검색 순위에 나타났다가 사라져버렸던 그 서러운 상황이 코믹하고도 야릇하게 조롱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면, 오버일까.
홍기선 감독의 <선택>의 선택
하긴 예전에는 나 역시 홍기선 감독처럼 생각했었더랬다. 영화가 '돈'이 아니라 영화의 내용이 담고 있는 그 '의미'에 충실한 거라면, 비록 어둠의 경로이긴 하지만, 사람들에게 많이 보여지고 또 그 내용을 함께 고민하는 순간들이 많아지면 좋은 일 아니겠나 뭐 그런 비스무리한 생각을 했던 것이다. 가뜩이나 지식에 관한 배타적 독점권이 횡행하고 있는 이 살벌한 후기 자본주의에서 돈거래 없이 영화라는 텍스트를 서로 무료로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기특하기도 했더랬다.
하지만 엊그제 <후회하지 않아>의 불법 영화 파일이 마침내 어둠의 경로에 떴을 때는 그런 여유로움은 잠시 잠깐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마치 자신들이 만든 양 앞다투어 디빅스 파일을 업로드하고, 나를 비롯한 제작진에게는 '수고했습니다'라는 말 한 마디 건네지 않았던 수많은 익명의 존재들이 익명의 업로더에게는 '감사합니다'라고 덧글을 달며 클릭질을 해대는 소리가 흡사 비아냥 소리와도 같이 마구 내 귓전을 때리는 것 같아 무척 당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해야 했다. 그건 일종의 총체적인 배신감이었다.
그리고 어제 간만에 내게 전화를 한 스텝이 "감독님, 곧 DVD 특별판 나온다면서요? 하나는 저 주실 수 있죠? 근데, 저기 보셨어요? 어둠의 경로에 우리 영화 떴더라고요. 저, 속상해요." 라고 말했을 때 난 대체 누가 누구한테 미안해야 하는지 모를 상황 때문인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초저예산 인디영화인지라 단돈 50만 원밖에 받지 못한 채 6개월 동안 이 영화의 스텝으로 일하면서 노동을 제공했던 저들의 땀값과 마음값이, 업로더들을 향해 '감사합니다' 릴레이 칭찬의 덧글 세례를 퍼부으며 클릭질을 해대는 익명의 존재들에게 도매값으로 비웃음당하는 것 같아 무척 속이 쓰렸던 것이다.
모르면 몰라도(아니 실은 개인적으로 친한 관계이자 내 영화 스텝이기도 했던), <선택>의 조연출 역시 "뭐, 좋은 일이네. 그럼, 사람들이 우리 영화를 더 많이 볼 거 아냐." 라고 말했던 홍기선 감독 앞에서 아마 신산한 마음으로 쓴웃음을 지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대세는 인터넷
허나 금지는 욕망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금지가 이루어지면 억압된 욕망은 음성화되어 도처에서 다시 재귀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업로더들을 적출하자던 영파라치 제도는 P2P 업체들이 업로더들의 아이디를 모두 '익명'으로 돌려버림으로써 너무도 쉽게 무너져버렸다. 인터넷 업체과의 담합을 통해 P2P 업체의 싹을 잘라내겠다는 작금의 강경한 흐름 역시, 업로드와 다운로드라고 하는 인터넷의 원초적인 작동 기제를 총체적으로 부정하지 않는 한 법망을 피해 이리저리 교차하며 불법적으로 자행될 디빅스 교환을 결코 막아내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사실 이런 노력들이 상업영화 진영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하나의 역설이기도 하다. 극장 수익을 넘어 TV, 비디오, DVD 등과 같은 부가 가치 시장까지 확대하면서 상업영화계는 자본주의 기술의 발전에 부단히 적응했고, 누구보다 그것을 빨리 응용해서 자본을 증식시켜왔다. 헌데 이제 인터넷 발달로 DVD의 부가 가치 시장이 타격을 입자, 갑자기 입장을 바꿔 자본주의 기술의 성취를 부정하고 또 그것의 흐름에 일침을 놓으려고 하는 것이다. 예컨대, 스스로 모순에 갇힌 꼴이다. P2P 업체를 발본적으로 뿌리 뽑으려는 한국 영화계나, 몇 번의 싸움을 했지만 결국 인터넷에 항복의 손을 들고서 DVD 가격 만큼이나 비싼 인터넷 다운로드 시장을 만들겠다는 꿈도 야무진 미국 영화계나, 기술의 발전 속도에 당황하면서 적응하지 못하고 있긴 마찬가지.
자본주의 기술 발전은 공동체를 허물면서 시작되었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더 개인 단위로 분자화되는 경향이 있다. 극장에서 다 함께 모여 시끌벅적 떠들며 영화를 보다가 50년대 TV가 등장했을 때 영화인들은 통탄해 마지 않으며 '영화의 죽음'을 선언했지만, 곧이어 브라운관은 비디오라는 새로운 영화 매체를 제공했고, 사람들은 영화를 집에서 혼자 앉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사람들은 친절한 비디오 가게에 더 이상 가지 않는다. 사이트를 열고 다운로드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동네 약국, 구멍가게, 비디오 가게의 사멸, 즉 최소한의 공동체적 끈마저 소멸되고 있는 것이다. 멀티플렉스의 등장은 오래된 동네 극장의 죽음을 의미하지만, 비디오 가게의 도산과 폐업은 마우스 클릭으로 영화를 보는 시대의 새로운 도래를 의미할 뿐이다.
이 과정에서 또다시 누군가는 극장 관람 찬양과 모더니즘적 재귀를 부르짖으며 영화적 감상의 타락을 주장할 수도 있겠고, 혹은 상업영화계의 부가 가치 시장이 입은 결정적 타격을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삶을 조각조각 분절화시키며 가치 증식을 하는 이 무정부적인 자본주의 기술 발전을 총체적으로 부정하지 않는 한, 앞으로 우리의 시청각 문화는 지금보다 더 분절화되고 개인화될 거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즉, 인터넷으로 영화 보기라는 새로운 영화 관람 방식은 우리 시대의 불가역적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노동에 대한 예의
어떤 노동에 대한 예의? 어떤 생산물이든 그 안에는 그것을 만든 노동자의 '노동력'이 들어가 있기 마련이다. 그 생산물이 상품으로 전환될 때는 교환가치로서의 노동력이 담지되어 있기 마련이지만, 그것보다 더 원초적으로 그 생산물이 온전히 다른 사람에게 전유되어 그것의 사용가치가 충분히 실현되기를 바라며 잘 만들든 못 만들든, 그것을 정성껏 만드는 사람들의 사용가치로서의 '노동'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작금의 인터넷 다운로드 문화에는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노동'에 대한 예의가 없다. 클릭 한 번으로 영화를 소비하면서 생기는 소통의 가벼움이다. 비록 그것이 인터넷 문화의 경향 속에서 나온 필연적인 결과라고 강변할 수 있겠지만, 노동의 가치가 인정되지 않을 때 더 이상 생산물을 만들어 낼 필요가 없는 것 또한 그 결과이기도 하다. 이건 DVD를 잘 팔아 돈을 많이 벌자는 그런 류의 속물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오른손으로 다운로드 창을 클릭하면서 입으로는 '스크린쿼터 웃겨, 영화 스텝들 처우나 개선하셔!'라고 말하지만, 정작 자신의 클릭이 스텝들의 노동을 착취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그 스스로 그들의 노동을 무시하고 괄시하고 있는 것이다.
하면, 어떻게 노동에 대한 예의를 최소한 서로 차릴 수 있을까? 적어도 난 인터넷 영화 다운로드 시장을 전면적으로 표면 위에 올려놓고 어떻게 서로 상처를 받지 않고 노동을 교환할 수 있는지 열띤 토론과 의논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의 힘을 빌어 P2P 업체의 전면적 단속이라는 '금지주의'는 노동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영화의 부가 가치 시장을 지켜야겠다는 자본의 입장을 강변할 뿐이며, 이는 더욱 악질적인 파일 교환 시장과 노동 착취를 가져올 뿐이다. 우아하게 목도리 두르고 우아한 시네마테크에서 필름으로 된 고전을 보는 것이 영화 보기의 유일한 즐거움인 양 떠들면서 고급문화/대중문화의 고질적인 대당관계를 재생산하는 동시에, 인터넷 영화 보기를 저급한 영화 관람 방식으로 몰고 가는 것 역시 결코 문제의 답이 될 수 없다. 영화 관람 방식이 그저 다양해진 것뿐이다.
난 적어도 나를 비롯한 제작진의 땀과 마음 고생으로 맺어진 이 영화가 이렇게 함부로 소비되지 않기를 바란다. 최소한 노동에 대한 예의를 갖추면서 서로 공유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렇다면 적어도 인터넷 영화 다운로드가 시대적 사태임을 인정하면서 그 위에서 노동에 대한 예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인터넷 시대의 가장 현명한 관람 문화를 생성하는 계기라고 생각한다. 비디오만큼이나 싼 저작료 지불, P2P 업체들의 합법화와 예의를 차리지 않고 자기 실속만 차리는 악질적인 P2P의 단속, 저작권과 저작료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적 토론 등이 함께 이루어져서 최소한 수렴될 수 있는 의견들이 나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점을 갖고 있다면 네티즌들 역시 어떤 변화의 계기를 맞이할 거라고 믿는다.
남의 노동으로 무위도식하는 소위 ‘가진 자’들이 아니라면 우리 대부분은 노동을 하며 살아간다. 그 노동이 최소한의 예의도 없이 무시될 때 그 어떤 소통도, 생산물의 교환도 이루어질 수 없을 게다. 앞으로도 이렇게 영화 노동자들의 노동이 무시될 때 나는 어떤 얼굴로 스텝들에게 "우리 DVD는 만들지 말자. 힘들다." 라고 이야기하겠는가. 또다시 인디영화를 만들었을 때 DVD 만들자는 소리를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처음 만든 장편영화가 어둠의 경로에 떴을 때 느껴진 신출내기 감독의 착잡한 소회, 하지만 절망하지 않고 손 내밀면 지금보다 한결 더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여전히 믿는 최소한의 희망사항이다.
출처:http://movie.yes24.com/movie/movie_column/view.aspx?s_code=SUB_COL3&page=1&no=14251&ref=4704&m_type=1 |
첫댓글 후회하지않아 보고 좀... 막상보니까 그냥... 조금 유치하던데.... 천하장사마돈나랑 같이 봤는데 천,마가 훨씬 감동적이고 재미있었음. 동성애에 대한 편견은 없지만 물 밖으로 꺼내 화제가되면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껏인디... 그게 없었음..
222 만약 남녀주인공이었다면 삼류 로맨스 같은...
저두 둘다 개봉당시 여러번 본 영화들인데..둘 다 정말 작년에 건진 완소 영화들이었지만..천마가 좋긴 더 좋았어요. 천마는 말하기 힘든주제를 귀여움으로 센스있게 무장해 잘~ 만든 상업영화였고..후않은 그야말로 신파적이고 어찌보면 촌시러운 독립영화의 느낌? 너무 솔직한 표현에 거부감도 좀 들었구..하지만 그런 촌시럽고 솔직한 표현이 더 더 매력적이었던 영화 ^^(촌시러운 신파멜로를 감독이 하고 싶었다고 하더라구요..의도적으루 ㅎㅎ) 둘 다 개성이 다른 영화긴 하지만..보고 또 보고 싶었던 영화는 천,마.. 진짜 시나리오와 연출력의 승리라고 봐여~ 영화제마다 각본상,감독상,신인배우상두 다 받았었죠..!
후회하지않아는 그런 삼류로맨스를 동성애로 표현해서 더 관심을 받은듯해요 동성애를 그냥 연애처럼 표현했다는거
제작자 김조광수씨두 그랬었죠~! 첨 영화 제작시작할때 타켓은 동인녀들이었다구 ㅋㅋㅋ남자 주인공들이 훈훈해서 더 매니아들이 생겨난듯..! 실제루 게이팬들도 많드라구여~ㅎㅎ
일부러 그렇게 진부한이야기로 만들었다고 하더라구요..
감독이 그랬음 남자와 남자의 사랑이 아닌 사람과 사람간의 사랑을 보여주고싶었다고..... 님이 그렇게 느낀거보면 감독이 제대로 만들었나보네요
아예 호스티스 물로 가자 고 작정했었데요. 그런 통속성이 더 마음에 들던데
그냥 동성애에 관한 편견을 깨려고 일부러 뻔한 스토리를 쓴거 같은데,,,감독의도가 윗분 말데로 게이간의 특별함을 보여주려던게 아니에요
그 두영화는 제작비 차이가 어마어마하죠
처음 제작할 때 동인녀를 타겟으로 만든 건 아니었어요. 제작여건상 감독의 처음 의도한 계급간의 갈등보단 멜로비중이 더 많았고 전 연기면에선 천하장사마돈나가 더 좋았는데 후회하지않아는 다듬어지지 않은 그런 매력이 있어요. 제작비가 몇 십배 차이 나는 데 동일선상에 놓기는 좀 그런 것 같네요.
후회하지않아 총제작비 1억원~~~ 이돈으로 저 정도 만들어낸거 보면 진짜 대단하단 생각 들던데.. 진부한 내용이지만 사람 감성을 제대로 자극하는 느낌이 넘 좋은 영화던데요 천마랑 비교할건 아닌거 같은데 인디영화랑 상업영화 차원이 틀린영환데.....
근데 전 천하장사 마돈나가 생각보다 별루였삼. 내용이나 연기는 좋았는데 먼가 너무 일본영화삘이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