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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6일 일일브리핑
또 한주가 흘러 제가 일일브리핑을 맡은 목요일이 돌아왔습니다. 어제 뉴스를 보면, 글쎄요...IAEA의 사찰이야기가 나왔고, 조동연 전 한솔 부회장이 김한길에 이어 유종근 전 전북도지사에게도 2억을 준 혐의가 드러났다는 정도입니다. 중앙일보 테마기획으로 나온 뉴스 중에서 병력자원이 부족해 경찰청이랑 국방부랑 신경전을 벌인다고 하더군요, 병력자원도 부족한데 전경으로 애들 뽑아가지 말라는 국방부와 그럴 수 없다는 국방부...잘들 놀더군요. 이번 일일브리핑...정말 제 맘대로 해보겠습니다. 어차피 뉴스는 뉴스고, 저는 저니까요 뭐랄까 요근래 저는 사는게 뭔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다들 먹고 싸는데 정신이 없는데, 정말 먹고 싸는거도 힘든데...세상은 그렇게도 우리에게 '다른생각'을 하지 말라고 강요를 합니다. 안그래도 먹고 살기 힘들어 다른생각 할 겨를도 없는데 말입니다. 사는게 귀찮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그 귀찮음의 원인을 한번 찾아 볼까 합니다. 오늘 브리핑의 목적은 바로 제 '귀차니즘'의 원인을 찾는 것입니다.
친구를 만났습니다
다들 10억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더군요...죽을힘을 다해서 말이지요
저는 대학을 2년만 다녔습니다...4년제 대학인데 2년만 다니고도 졸업장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대학동기들과 별로 친하지 않습니다. 졸업하고서도 별로 볼일이 없었지요. 어느날 친구들을 만났습니다....다들 삶에 찌들어 있더군요 이 세상 살기가 너무 힘들다며, 돈이 최고라 하더군요. 10억을 모아야 한답니다. - 5억이 있으면, 하기 싫은 일을 안할 자유가 생기고 10억이 있으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자유가 생긴다 그러더군요. 10억을 만들기 위해 그들이 경전처럼 들고 나온 책 한권이 있었습니다.
종잣돈을 만든 다음 무조건 땅을 사라고 하더군요...
대한민국에서 돈을 벌려면 땅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10억을 버는 방법이란게 종잣돈을 만든 다음 그 돈으로 땅을 사는 거였습니다.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땅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세상, 그게 바로 대한민국 이었습니다.
너무도 쉽게 돈을 버는 방법도 있습니다
여론 조사하는데 1억이 들었다고 하더군요....
어제 저는 미친 듯이 10억을 벌겠다며 점심값을 아껴가며 돈을 버는 친구 녀석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여론조사 하겠다고 하면 한솔 전 부회장이 1억을 쾌척하는 나라...대한민국 이었습니다.
이 아저씬 2억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사는게 그렇지요...없는 놈이 무슨 푸념이 그렇게 많습니까? 대충 높으신 어르신들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야지요. 억울해 하지 맙시다. 억울해 할 시간 있으면 그 시간에 부지런히 돈을 모으세요. 별 소용은 없겠지만, 적어도 자기위안은 되지 않겠습니까? 아니면 여러분의 자식들에게는 이런 더러운꼴은 안보게 할 수 있는 확률이 0.1%라도 더 생기지 않을까요?
원로들이 나서는군요
추기경님 말씀을 듣고는 갑자기 어깨넘어로 읽던 해방신학이 생각났습니다
예전에 학생회 활동 할 때 어거지로 읽었던 해방신학 관련 서적들...왜 읽는지도 몰랐고, 왜 읽어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지금 기억에 남는 한가지는 민중속으로...라는 한마디였습니다. 신과 사람들 사이에서 사제는 이 둘을 연결해 주는 존재라는 생각. 한가지 생각 나는 성경 구절도 있습니다. 지상에서 이루어진 일이 하늘에서도 이루어진다였던가요? 분명 한가지 확실한건 하늘에도 국가보안법이 있다는 겁니다. 지상에서도 이루어졌으니 하늘에도 이루어졌겠지요....
저는 조갑제의 일관됨을 존중합니다
조갑제씨가 투쟁지침을 하달했더군요. 그의 일관됨을 존중합니다. 그리고 그와 그 주변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도 인정합니다. 아울러 그들의 존재 자체가 용인되고 있는 대한민국 또한 존중합니다. 그리고 저는 조갑제와 같은 사람이 아직도 이땅에 많이 존재하고 있음을 인정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희망을 버렸습니다.
살기 힘들죠?
이들이 뭘 사려는 것일까요? 음식물? 이미지? 소비심리?
할인마트를 갔습니다. BC카드 사태 덕분에 카드대란이 터진다는 말이 기우에 그친 걸까요? 카드는 사용 할 수 있지만, 살 게 없습니다. 물가가 이렇게 미친 듯이 뛰어오르는 걸 언제 또 봤을까요? 아줌마들 얼굴에 주름살만 더 깊어지더군요...10분 떨이 세일에 온몸을 던져 떨이로 나온 배추 한통을 독차지하겠다고 덤벼드는 아줌마들의 모습을 보면서 쓴 웃음을 지어야 했습니다. 세상이 그녀들을 각박하게 만들고 세월이 그녀들의 여린 감성을 딱딱하게 굳게 만들었을까요?? IMF이후 최대의 경제위기라며 체감경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고들 말하지요...근처의 할인마트나 시장을 가보면 그 말이 어떤의미인지 곧 알 게 됩니다.
무 하나에 7천원입니다...정말 비싼무랍니다
아내가 대형할인점을 갔었나 봅니다. 무 하나에 7천원이나 한다며, 도대체 무얼 먹고 사냐며 푸념입니다. 3만원으로 장을 보면 살 수 있는게 라면 몇 개, 쏘세지 몇 개, 단무지 몇 개, 우유 천미리짜리 두 개, 계란 한판...끝입니다. 시원한 무국이 먹고 싶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도시근로자인 저는 무국을 먹을 수 없습니다. 무하나에 7천원 하는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은 여론조사 하는데 돈을 다 써 버렸기 때문에 말입니다....
아이를 낳으랍니다
이런 세상에 아이를 낳는건 죄악이다...세븐의 명대사지요...
국방부와 경찰청간에 물밑싸움이 치열하답니다. 병력자원은 부족한데, 전경으로 빼간다며 국방부가 화를 냈다더군요. 이제 서서히 애를 안낳는게 현실문제로 다가오는가 봅니다. 맞벌이가 아니면 먹고 살기 힘든 나라...아이를 낳으면 직장에서 쫓겨나는 나라, 육아문제를 개인들에게 떠넘기는 나라, 세계 최고의 사교육비를 자랑하는 우리나라...교육도, 국방도, 육아도, 복지도 개인에게 다 떠넘기는 나라...그런데도 이 사회를 위해서 애를 낳으라는 나라...그게 대한민국입니다. 애 하나를 키우기 위해 들어가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그런데도 애를 낳으라는 말을 하는 겁니까? 후세대에게 모든 짐을 떠넘긴다구요? IMF 환란을 일으켰던 세대는 아무 부담이 없고,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후세대들이 그 짐의 대부분을 짊어져야 하는 우리나라에서, 이제는 후세대의 짐을 나눠지게 해줘야 한다고 애를 낳아야 한다고 하는군요. 애를 낳는게 대한민국을 위한 거라면, 묻고 싶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요? 분명 말하건데 대한민국에서 애를 낳는다는 건 상당한 각오를 하셔야 하는 인생의 도박입니다.
9월 18일이 다가옵니다
1996년 9월 18일...기억하실지 모르지만 강릉에 무장공비가 떳던 날입니다
저는 이때 떨리는 마음으로 B/L탄을 뜯었습니다. 제 사수로부터 B/L탄을 뜯는다는 건 전시상황 때 뿐이라는 말을 수차에 걸쳐 들었습니다. 육규447 탄약관리 규정에도 나와 있지요. 그리고 그날 저는 B/L탄을 뜯었습니다. 전쟁이었습니다. 이름모를 무명고지 밑에서 야간경계를 서며 어머니 얼굴이 생각나 눈물이 나왔습니다. 탐침봉이라고 허접스런 쇠꼬챙이로 산을 쑤시며 올라갈 때 제 심정을 꾹꾹 누르는 느낌이었습니다. 교전 같지 않은 교전...머리를 푹 숙이고, 총을 머리 위로 올리고 탄창 두 개가 다 빌 때까지 긁었습니다. 무서웠습니다. 공포가 일상이 되고, 그 일상이 나태함으로 변해갈 때 강릉사람들은...강원도 사람들은 우리에게 돌을 던졌습니다. 공비를 빨리 잡지 못해서 관광객들 다 도망가게 만들었고, 송이를 한참 따야 하는데 입산통제를 시켜 송이도 못 따게 되었다고 말입니다...조금 서러웠습니다
이 녀석이 그러더군요...드라마 다 찍고 입대하겠다고...
저는 군대를 갔다왔습니다. 아니 대한민국의 거의 대부분의 돈없고, 빽없는 사람들은 군대를 갔다 옵니다. 그러나 할 일이 있고, 인기가, 돈이 있고, 빽이 있고, 유명한 사람은 군대를 안가도 된답니다...대한민국 남자연예인 중 확실한 면제사유가 성립되는 연예인은 하리수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군대간게 억울 한게 아닙니다. 다만 제가 억울한건, 그들에게는 '할 일'이 있고, 그 할 일이 군대를 면제 받아야 할 정도로 중요한 일이라는 그들의 생각과 행동입니다. 그들에게 있어선 하찮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저도 할 일이 있었고, 제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하찮은 제 인생이지만, 그들이 보기엔 하찮은 일일지 모르지만, 저에게는 정말 소중한 일이었는데, 그들의 일은 소중하고 제일은 '하찮게' 보인다는 사실이 저를 분노케 합니다.
한때는 4핱타자라 불릴뻔한 이진영입니다...지금은 병역비리 연루선수지요
병역비리 연루 프로야구 선수중 대충 얼기설기 나온 인원들이 다시 경기에 투입되더군요...KBO에 별 기대는 안했지만, 이 정도 일줄은 몰랐습니다. 조선이 망한 이유가 뭔지 아는지 묻고 싶더군요...바로 삼정의 문란이었습니다. 세금, 병역, 대출 정도로 볼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이란 나라도 이제 서서히 망해가려 하나 봅니다. 군대란 돈없고, 빽없는 사람들이 끌려가는 곳이란 걸 다시 한번 돈없고 빽없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 아로새겨 주는 가을입니다. 오늘 같은 꼴을 보기 위해 저는 1996년 가을에 추위와 공포에 떨며 K-2를 움켜쥔 체로 어머니를 그리워 했나 봅니다...
핵이 떳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을까요?
핵이 떳습니다. IAEA가 떳다는군요...우리는 뭘 해야 하는 것일까요?
벗었답니다...
정아름이란 처자입니다. 벗은 컨셉은 "럭셔리 스포츠 누드"랍니다...
너도나도 벗습니다. 돈이 되니까 벗습니다. 그걸 또 보겠다고 미친 듯이 핸드폰을 열어제낍니다. 저번에는 이재은이 벗더니, 오늘은 정아름이란 처자가 벗었답니다. 미스코리아 출신 프로 골퍼라더군요...그래서 그런지 벗은 컨셉도 "럭셔리 스포츠 누드"랍니다. 벗는 것에도 컨셉이 있나 봅니다. 친절하게도 2004년 9월 17일 0시를 기해서 전 통신사를 상대로 해서 [모바일 서비스]를 한다며 보도자료를 돌렸습니다. 벗긴 벗었는데, 본전은 뽑아야 하는가 봅니다. 그런데도 '추억'을 위해서 '아름다움을 남기기 위해서'란 말을 하며 자신의 누드는 예술성을 생명으로 한다고 말합니다.
스포츠 누드는 좀 더 제작비가 드는가 봅니다. 어차피 의상비는 안들텐데...
럭셔리 스포츠 누드라는 장르는 돈이 좀 더 드는 장르인가 봅니다...그래도 미스코리아 출신도 벗어야 먹고살 수 있는 사회가 되었음에 기뻐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갑자기 몇 년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진주희 생각이 나더군요. 이제 얼굴만 파먹고 살기엔 쬐끔 힘에 붙히는 사회가 되었나 봅니다. 그래도 벗을 몸이라도 있는 그녀들이 부럽습니다. 일일브리핑을 하니 세상이 더 희뿌옇게 보입니다. 사는게 더 귀찮고 추잡하게 느껴지는 지금입니다. 세상 참...다음 브리핑때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그럼 힘들겠지만 그때까지 삶의 의욕 잃지 말고 잘 헤쳐나가시길 빌겠습니다. Text by 펜더 (jagdpanter@mediamob.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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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몹에서 퍼왔습니다.
미디어몹 편집인들이 돌아가면서 하루씩 쓰는가봅니다..
오늘 브리핑은 사람맘 참 씁쓸하게 만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