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의사들의 진면목
중국의 어느 지방에서 한국인 중년 남자가 신축 중인 건물 5층에서 추락하여 중상을 입었다. 그는 현
지에서 큰 성공을 거둔 사업가였다. 환자 가족들로부터 구조요청을 받은 이국종은 그들이 내민 중국
병원 측의 진료기록을 살펴봤지만 분명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환자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으로
실려와 응급 개흉수술로 심장 마사지를 실시하여 간신히 목숨이 붙어 있다는 정도만 파악할 수 있었
다. 현지 병원과는 연락도 잘 되지 않아 환자의 생존 여부조차 불투명했지만, 이국종은 가족들의 간
곡한 요청을 받아들여 움직이기 시작했다.
환자를 이송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에어 앰뷸런스다. 석해균 선장 사태 이후 보건복지부는 중증
외상 환자를 살려내기 위해 시급히 에어 앰뷸런스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그때뿐이었다. 국내
보유는커녕 보건복지부는 외국에서 빌리는 데 보증도 서주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가기관은
정치인과 공무원들을 위한 조직일 뿐 국민을 위해 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부탁하면 들어주지 않으
면서도 부탁하지 않으면 모든 책임을 국민들에게 떠넘긴다. 국가기관의 협조를 받을 수 있는 길은 정
치인이나 고위공직자가 중상을 입었을 때뿐이다.

이번 경우는 가족들이 모든 비용을 다 부담하겠으니 어떠한 방법을 택하든 환자를 꼭 살려달라고 요
청하여 싱가포르의 에어 앰뷸런스를 빌렸다. 이국종은 김지영과 함께 즉각 싱가포르로 날아갔다. 주
어진 시간은 최대 24시간뿐이었다. 그 안에 싱가포르에 도착하여 에어 앰뷸런스로 갈아타고 중국 현
지에 도착한 뒤, 지역 공항에서 차량으로 병원에 가서 환자를 싣고 에어 앰뷸런스로 돌아와야 한다.
에어 앰뷸런스에 환자를 싣고 8시간 이내에 중국 영공을 벗어나야 중국 공안 측에 트집을 잡히지 않
고 무사히 귀환할 수 있다. 이국종은 싱가포르로 출발하기 전에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두었다. 공군
제8전투비행단에서 원주공항 활주로를 내주기로 했으며, 경기 소방항공대가 기다리고 있다가 환자
를 아주대병원으로 이송하기로 했다.
환자의 상태는 최악이었다. 중국 의사들이 실시했다는 개흉수술과 심장 마사지는 설명조차 제각각이
었다. 이국종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일각이라도 빨리 이송하는 데 집중했다. 이국종은 아주대병원에
서 준비해간 휴대용 인공호흡기를 환자에게 부착하고 각종 약제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제 환자를
데리고 공항으로 가서 에어 앰뷸런스에 태우기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중국 의사들이 환자를 내줄 수 없다고 선언했다. 현지 공장의 책임자들이 환자의 이송
을 반대한다는 해괴한 이유였다. 이국종과 가족들, 심지어 그곳에 사는 교민들까지 나서서 여기저기
애걸해봤지만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상해에서 날아온 부영사도 제대로 말 한 마디 못 붙여봤다.
이국종이 계속 이송을 요청하자 중국인 의사는 의외의 말을 내뱉었다.
“지금 한국 정부가 중국 인민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는겁니까?”
더 이상 말을 붙여볼 여지가 없었다. 그 사이에도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다. 당국으로부터 허락받은
체류시간이 끝나면 모두 구금된다. 이국종은 기장에게 정중하게 사과한 뒤 에어 앰뷸런스를 돌려보
내고 환자 가족들이 마련해준 항공권으로 김지영과 함께 서둘러 귀국했다.
병원에 돌아와서도 이국종은 화가 치솟아 며칠 동안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중국 변두리에서 죽어가
는 환자를 두고 빈손으로 귀국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중국 의사는 모두
공무원이다. 그런 자들이 환자를 잘못 치료한 내막이 밝혀질까 두려워 억지소리를 하며 환자 이송을
거부한 것이다. 그들은 상식적인 인간이 아니다. 이국종은 외교부‧법무부‧국토해양부‧보건복지부‧공
군 제8전투비행단‧경기 소방항공대 등 환자 이송과 관련하여 약속을 하고 협조를 받아냈던 모든 기관
과 당사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경위를 설명하고 사과했다.

중국 현지 병원의 그 혼돈 속에서도 김지영은 환자 가족들에게 매우 중요한 부탁을 해놓았었다. 김지
영은 이국종에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가족들이 병원 측 몰래 촬영하여 김지영에게 보내준
영상자료였다. 거기에는 중환자실의 환자 모니터, 투약 정보, 혈액검사 결과 등 가족들이 촬영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보가 들어 있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환자의 신장 기능이었다. 파열된 신장의 기
능을 대체할 투석기가 부착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환자의 혈액은 썩어 들어가고 있을 터였다. 리
네졸리드 같은 필수의약품조차 투약되지 않았다.
중국 측에서 먼저 환자를 데려가라는 연락이 왔다. 이국종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가망이 없다고
판단하여 이쪽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수작이었다. 그래도 이국종으로서는 데려오는 수밖에 없었다.
다시 외교부‧법무부‧국토해양부‧보건복지부‧공군 제8전투비행단‧경기 소방항공대 등에 연락하여 각
각 필요한 협조를 당부한 뒤 필요한 준비물을 싣고 싱가포르로 날아갔다. 저번에 헛걸음을 했던 에어
앰뷸런스 기장이 다시 조종간을 잡고 중국으로 갔다.
환자에게는 어떤 혈액 투석장치도 부착되어 있지 않아 신장기능이 완전히 정지되어 있었다. 이국종
은 의료진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용없을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엉뚱한 생트집으로 시간만 지
체될 터였다. 잠시도 떠나지 않고 환자 곁을 지킨 가족들은 초죽음이 되어 있었다. 에어 앰뷸런스에
실려 이송되는 동안 환자의 소변 줄에는 탁한 커피색 분비물이 맺힐 뿐이었다. 준비해간 약제로 투석
기능을 대신하며 간신히 환자의 목숨을 붙여 귀국했다.

아주대병원 외상센터에 도착하자 이국종은 우선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뒤 환자 몸에 흉관을 삽입하여
폐에 차 있는 피를 뽑아내는 한편, CRRT로 환자 핏속에 가득 차 있는 노폐물을 걸러내기 시작했다.
신장내과‧순환기내과‧호흡기내과‧감염내과‧혈액내과‧진단검사의학과‧신경과‧신경외과‧정형외과 등
환자의 상태와 관련이 있는 모든 진료과목 교수들이 환자 곁에 붙어서서 함께 밤을 새워 필요한 조치
를 취했다. 일동이 내린 결론은 중국에서 환자에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개흉수술
후 심장 마사지를 실시한 흔적도 없었다. 사드 보복 때도 겪었지만, 중국인들은 공산정권 70년 동안
국민정신이 이처럼 황폐화되어버렸다.
주치의별로 환자의 재원기한을 감시하는 병원 적정진료실에서는 계속 경고가 날아왔다. 그렇다고 환
자를 포기할 수는 없어서 이국종은 징계를 각오하고 환자에게 매달렸다. 다행히 가족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달라며 함께 곁을 지켜준 덕분에 상당한 힘을 얻었다. 그들은 두 번에 걸친
에어 앰뷸런스 대여료로 이미 10억 이상을 들이고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국종은 의학적‧심적‧물적
자산을 총동원했지만 수개월이 지나도 환자가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이국종은 가족들에게
솔직하게 얘기했고, 가족들도 그제야 환자를 재활전문병원으로 옮겼다. 말이 재활전문병원이지 더
이상 치료하지 않는 입원시설이다.

6개월 뒤 환자의 딸이 이국종을 찾아와 담담한 목소리로 아버지가 편히 영면했다면서, 최선을 다해
주셔서 고마웠다고 진심으로 사례했다. 이국종도 가족들의 헌신적인 자세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진
심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중국 의사들이 최소한의 인간적 양심만 있었어도 충분히 살려낼 수 있는 훌
륭한 사업가를 그렇게 떠나보낸 것이다. 중국은 과연 대국인가?
출처:문중13 남성원님 글
첫댓글 여러번에 걸친 이국종 의사 의 환자에 대한 철저한 사명감을 읽고 있습니다. 본분에 바탕한 이런 마음 가짐은 비록 의사가 아니었더라도 어느 분야든 이렇게 이어갈 정신으로 높이 평가 되고 있습니다. 사람이란 이런 본보기가 있기에 살아갈 교휸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