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스스로 만들고 향유해온 ‘여성향’(女性向) 장르인 비엘(보이스 러브, 남성 간 성애물)이 논란과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래디컬 페미니스트(펨)들이 비엘물을 거부하는 운동인 ‘탈비엘’을 주장하면서 찬반 논란이 벌어지는 등의 역동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팬덤을 만든 향유자 여성들의 성적 주체성 논쟁이자 사회적 이데올로기와 길항하는 하위문화의 성격을 보여준다.
비엘은 거슬러 올라가면 1980년대 하이틴로맨스물의 유행 등 로맨스물에 대한 여성 독자의 선호, 욕망의 계보를 잇는 것으로 분석된다. 80년대 이후 아마추어 만화동호회가 인기 만화 캐릭터들을 원하는 대로 각색하는 패러디를 시도했고, 이런 동인지문화 속에서 90년대 일본에서 유입된 ‘야오이’ 문화와 한국의 남성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한 ‘팬픽션’ 문화가 호응하며 여성이 즐기는 하위문화로 비엘이 정착했다. ‘동인녀’ ‘후조시’(썩은 여자라는 뜻의 일본어, 멸칭이자 자조적 명칭)라 일컬어진 여성 비엘 향유자들은 오랫동안 폐쇄적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활동했다. ‘변태’적이고 ‘음란’한 남성간 성교 이야기를 그리거나 쓰고 읽는 여성은 비정상이라고 낙인 찍는 외부자의 시선을 의식해야 했던 탓이다. 은밀하게 취향을 즐길 수 있는 모바일, 전자책 기술의 발전에 따라 2015년께 양지화한 ‘비엘 산업’은 최근 급성장했다.
<한겨레>가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등 주요 유통사들에 질문한 결과, 모두 전자책 시장에서 비엘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고 답했다. 알라딘의 경우, 전체 전자책 매출 대비 비엘 비중(소설+만화)이 2017년 7월 13%에서 2019년 2월 현재 30% 이상까지 높아졌다. 2018년 말 비엘의 매출성장률은 전년도 대비 126.2%로, 급성장했다. 알라딘 전자책팀 김진영 대리는 “비엘 장르가 전자책 시장에서는 메인스트림으로 합류했다는 점에 대해 이견이 없을 정도”라고 밝혔다. 예스24 역시 올해 전자책 매출 중 비엘 분야의 비중이 20%는 거뜬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 교보문고의 경우, 비엘이 상업화되기 시작한 2015년과 2016년 각각 월평균 매출성장률이 213%와 211%로 급성장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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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본의 비엘 문화 연구를 천착해온 김효진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이날 “현재 비엘 비판과 비엘 옹호 모두 ‘페미니즘’이라는 틀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생물학적 여성’ 정체성을 중시하면서 ‘탈비엘’을 주장하는 ‘펨’들은, 비엘이 남자주인공만 등장하고 여성 캐릭터를 배제하는 남성중심적 서사라고 비판한다. 또한 남-남 주인공의 관계도 남녀의 섹스처럼 ‘삽입권력’을 가진 이가 성적으로 우위에 서는 재현구도를 만든다고 본다. 곧, ‘남성-강자-공’이 우위에 서고 ‘여성-약자-수’가 아래 위계를 점하는 식으로 현실 남녀의 권력관계를 반영하고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탈비엘론자들은 비엘을 남성 숭배와 여성 타자화 또는 혐오의 장르로 평가하는 반면 비엘 옹호론자들은 비엘이 여성이 주체적으로 창작하고 향유해온 거의 유일한 장르라고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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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탈비엘론자들이 “바람직한 여성서사로서 여-여 캐릭터가 등장하는 지엘(걸스 러브·GL)을 쓰라”는 등 비엘 작가를 압박해 작가가 법적 대처까지 천명하기도 했다는 데서 “비엘 작가들에 대한 공격이 페미니즘이란 이름으로 저질러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30년 전부터 한국 여성들이 열렬하게 받아들인 여성 중심 팬문화와 창작 문화라는 의의도 망각되고 있다”고 김 교수는 경계했다.
‘탈비엘’ 담론은 2000년대 이후 <왕의 남자> <후회하지 않아> 등 남성동성애를 테마로 한 영화 흥행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른바 ‘브로맨스’로 일컫는 남성 연대로 재현한 영화(“알탕영화”)만이 득세하고 여성 캐릭터가 삭제되는 흐름 속에 “한국의 후조시 문화가 결국 여성을 배제한 콘텐츠 양산에 기여한 것은 아닌지” 성찰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손희정 문화평론가(연세대 젠더연구소)는 “탈비엘은 ‘탈코’(‘꾸밈 노동’을 내려놓자는 ‘탈코르셋’ 운동) ‘탈혼’(결혼제도에서 벗어나기) ‘탈성애’(성애에서 벗어나기) 등 ‘펨’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탈’운동의 한 흐름”이라 분석했다. 손 평론가가 <페미니즘 리부트>(2017)에서 제기한 주요 질문은 비엘 문화 자체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한국 영화 또는 정당정치가 ‘브로맨스 코드’를 활용하면서 여성 팬덤을 이용하는 한편, 여성을 소외시키는 효과를 낳은 데 대한 문제제기였다는 것이다.
비엘에 여혐 있다는 쪽 의견도 이해가고, 당연히 여혐적 요소 없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면서 소비해야 되는 것도 맞음
근데 이런 논의가 헤테로 소설, 영화, 드라마에도 있나 싶음ㅋㅋㅋ 솔직히 내가 볼 때 헤테로 장르가 여혐 더 심한데 헤테로 장르는 비엘처럼 장르 자체로 안 까이고 작품/작가/감독/출연자 단위로 까잖아
소비층 99퍼 여자에 한줌단이라 불릴 만큼 소비자 수도 월등히 적고 창작자도 대부분 여성이라 지적 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ㅋㅋㅋ 지적하면 안 된다는 거(X) 여혐 더 많은 타장르보다 지적 심하다(O)
빻은 내용만 안쓰면 문제없다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