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삼국의 연맹왕국의 성립 시기에 관하여서는 아직도 의문이 많습니다. 일단, 삼국사기를 보면, 삼국 중 건국 연대가 가장 빠른 국가는 신라입니다. 기원전 57년이죠. 그 다음은 고구려입니다. 기원전 37년입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세워진 국가가 백제로서 기원전 18년이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2가지입니다. 하나는 신라가 과연 고구려나 백제보다 더 일찍 연맹왕국이 되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냐는 사실이고, 또 하나는 고구려의 건국 연대가 김부식에 의해 의도적으로 축소된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일단 여기서는 앞의 내용(신라의 건국 연대에 관한 이야기)에 관하여서만 말해 보겠습니다.
'기원전 57년'이라는 말만 들으면 그 의미를 잘 모를 수 있지만, 이 기원전 57년을 간지를 통해 연도를 나타내보면, '갑자년'입니다. 갑자년은 60간지 중에서 가장 일찍 나오는 연도이지요.(갑자년이 다시 돌아오는 주기가 60년이기 때문에 환갑이라고도 하지 않습니까? ^.^) 그런데 참으로 공교롭게도 박혁거세의 즉위 기간은 간지의 순환 주기인 60년입니다. 즉, '시작'과 '끝'이라는 60년의 간지 주기를 맞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신라의 건국 연대를 갑자에 맞추기 위해 이를 앞으로 당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근거를 <천년의 왕국 신라 저:김기흥>에서 찾아보지요. 이 책에서 저자는 신라인들이 박혁거세를 신성화하는 과정에서 하늘의 자손 박혁거세가 정확히 60년 동안 신라를 통치하였다는 사실을 강조하려고 하였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신라가 지리상 외부의 문화 유입이 가장 어려운 곳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라가 가장 빠른 연대에 성립되었다고 말한 <삼국사기 신라본기>의 기록에 대한 타당한 비판이라고 생각되네요.
신라의 건국 연대는 적어도 기원전 57년보다 늦거나 아니면 이보다 더 일렀다고 볼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