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쌀쌀한 느낌의 쾌청한 좋은 날씨다. 걸으면 땀나고 가만이 있으면 추운 그런 날이 산행을 하기에는 최적이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인 것 같다.
과천 대공원역에서 오전 8시 시작하여 과천매봉~이수봉을 거쳐 옛골로 내려가는 A 코스는 입산회 참석 13인 중 나 혼자다. 석해호회장을 비릇하여 입산회 주력팀은 오전 9시 반에 청계산입구역에서 출발하여 옛골로 가는 단축 B코스(매봉 생략)를 가기로 되어있다. 총산집행부의 고지사항을 보면, A코스는 9.3Km에 4시간, B코스(매봉 포함)는 5.5Km에 2시간 30분이 걸리는 것으로 되어있다.
오전 8시 도착하여 34회 홍성필군과 함께 선두로 출발했다. 그와는 2년전 한북정맥을 같이 하면서 잘 알게된 사이다. 과천매봉(369m)에 도착하니 그 때가 9시 10분이다. 그 장소는 전망이 아주 좋아 관악산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고 대공원 쪽도 잘 보인다. 청계사로 바로 내려갈 수 있는 절고개를 거쳐 A코스의 정상인 이수봉(545m)에 10시 25분에 도착한다. 2인이 절고개에서 물 한 잔 마시기 위하여 잠깐 쉰 것을 제외하면 거의 논 스톱으로 주행을 하다보니, 오늘 총산 참가자들 가운데 제일 먼저 이곳에 도달하게 되었고, 이대로 내려가면 한 시간 이내에 목적지인 송년행사장(옛골토성/12시 개장 예정)에 입장하게 된다.
시간의 여유가 생겨 석회장에 그 쪽 상황을 물으니, 9인이 약수터에서 간식을 나누며 즐기고 있는 중이라 하며, 김부경/김종국/하현룡, 3인은 청계산매봉(582m)을 거쳐 이수봉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가능하면 합류하라고… 말씀을 전한다. 마당바위 종국에게 전화하니 지금 좋은 곳에서 쉬면서 맛있는 것 먹고 있으니 발길을 매봉 쪽으로 돌려 오라고 한다. 그 장소는 그 아래쪽 계곡에 있는 미군기지와 연결되는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 있는 곳으로 매봉과 이수봉의 중간 쯤(석기봉/망경대 아래?)이다. 25분 걸려, 10시 50분 경에 3인방을 만났다. 양지 바르고 넓직한 공터에 앉아 따사로운 햇볕 아래 한 잔의 술을 즐기며 한담을 나누고 있는 그들. 바라만 보아도 정겨운 모습이다. 멀리 원주에서 아침 일찍 온 하원장이 멀찌감치에서 나를 먼저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환영한다. 과거 서울에서 살 때, 하원장은 남부터미널에서 시작하여 옥녀봉과 매봉을 통과하는 코스를 많이 다녔다고 한다. 모처럼 오는 청계산이라, 하원장은 매봉을 꼭 오르고 싶어했고 이에 부경과 종국 두 사람이 응원하여 아침 7시 40분 경 청계산 입구역에서 만나 일찍 산행을 개시하여 지금 여유있는 시간을 갖게된 것이다. 하원장이 비워준 자리에 앉자마자 마당바위가 약속한 맛있는 메뉴가 이것저것 막 나온다.
미군 부대 쪽으로 내려가는 도로 변에는 전번 내린 눈들이 아직 녹지않고 남아있었다. 시멘트 도로의 약간 경사진 이음새 부분에 살얼음에 하원장이 미끄러져 앞으로 쓰러지기도 하여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아무런 상처 없이 가볍게 일어난다. 그 동안 몸을 잘 단련해온 덕이리라!
미군부대 앞에서 시멘트 도로가 막혀있어 우측으로 우회하는 산행로를 따라 가는 데 생각보다 하산 길이 길게 느껴진다. 종국이 말 하기를 총무가 행사장에 늦게가면 아니 되니 먼저 빨리 내려 가라고 한다. 내가 행사장에 12시 30분 경 도착하니, 이미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불판에 고기가 그득하고 각 종 술들이 다 나와있다. 자리에 앉으니 석회장이 보온병에서 따끈한 와인을 한 잔 따라준다. 주력팀에 속하지 않은 나머지 4인을 위하여 아껴놓은 것이다. 원조 성진에게서 비법을 전수받아 추운 계절이면 입산회원들을 위하여 손수 마련해 오는 그 정성! 10여분 후에 3인방이 도착하여 모두 자리를 잡았다.
지난 일년을 수고한 26대 집행부가 2025년을 이끌어 나갈 27대 집행부에 바튼을 넘기는 행사다. 박수 가운데 36회 김용범 회장이 총산 깃발을 좌우로 흔든다. 교가를 3절까지 다 부르고 행사를 다 마치고 나오니, 오후 2시가 좀 넘었다.
옛골에서 청계산 입구역 부근까지 30여분 천천히 걸어나와 10인이 호프 집에 들렸다. 적당히 취한 하원장이 기분이 좋아 발동을 걸은 것 같았다. 산에서부터 시작하여 음식점에서 메인으로 2차, 그리고 지금 입가심으로 3차다! 500 CC 한 잔 씩에 또 한잔을 권하는 하원장.. 결국 한 두 사람, 쎈 친구가 Call에 응한다.
오후 4시가 넘어 3차 파티를 끝내고 각자 집 앞으로...
Ps: 이날 청계산만 따지면 왔다갔다 하느라 소생이 전체 참가자 250여명 중 최장거리를 커버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오늘의 걸음 수를 따진다면, 영주에서 온 장원장(장재훈)이 타의추종을 불허. 오전 청계산입구역에서 시작할 때 고속버스터미날에서 걸어서 그곳까지 왔고, 갈 때도 걸어서 터미날까지 간다고 3차불참
참가자(13인):
김동호/김부경/김성진/김영/김윤겸/김재년/김종국/김준호/김호석/박승훈/석해호/장재훈/하현룡/
비용: 송년산행 참가비 4만원 중 2만원씩 입산회 금고에서 부담(26만원)
청계산 매봉, 오늘의 최고봉
과천매봉( 정상비에 청계산 매봉이라 쓰여있지만, 과천쪽에 있어 일반적으로 과천매봉으로 부름)
얼마나 느긋하고 평화스러운 3인방인가..
신임 총산 회장(36회 김용범)
따릉이 자전거 보관소가 옛골 버스정류장 옆에 있어 빌려타고 청계산 입구역에 있는 보관 장소에 반납
3차 끝내고 다시 따릉이를 타고 잠원역까지 물길 따라(여의천-양재천-탄천-한강)/ slow sl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