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요셉은 형들에 대하여 깊은 상처가 있었을 것입니다. 형들을 믿고 아버지의 지시에 따라 형들이 양을 치는 곳까지 갔는데, 자기를 죽이려고 하다가, 기어이 이방의 상인에게 팔아버렸으니, 그 마음의 상처가 어찌 크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요셉이 형들에게 복수하려는 마음을 가진 것은 아니었던 것을 본문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단지 자기를 매정하게 내쳐버렸던 형들이 지금도 여전히 그런 모습으로 남아있는 건지, 아니면 변화된 모습이 되었는지를 알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러저러한 것으로 자기의 형들을 시험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형들을 잘 대접하고, 곡식까지 다 가져가게 한 후에, 요셉은 청지기에게 시켜 곡식을 사기 위해 가져온 돈을 다시 자루에 넣게 하고, 특히 베냐민의 자루에는 요셉의 은잔도 넣게 합니다(1절, 2절). 그리고 날이 밝아 형제들이 떠난 후에, 요셉은 자기의 형제들이 성읍에서 멀리 가기 전에 뒤쫓게 하여 왜 주인의 은잔을 훔쳐 갔느냐고 추궁하게 하고, 그 자루들을 다 뒤져 은잔이 들어있는 자루의 주인은 다시 잡아 오게 합니다(3절~5절). 그 은잔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강조하기 위해 주인이 가지고 마시기도 하고, 점을 칠 때도 사용하는 잔이라고 설명합니다(5절). 애굽 사람들은 잔에 물을 채운 후 그 위에 기름을 한두 방울 떨어뜨려 그 퍼져나가는 모습을 보거나, 잔의 물에 반사되는 면을 보아서 그 모양을 보거나 하는 등으로 점을 치기도 했다고 합니다. 요셉의 청지기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요셉이 실제로 점을 쳤다기보다는, 그 은잔이 매우 귀중한 물건임을 강조하기 위해 그렇게 설명하게 한 것으로 보입니다.
요셉의 청지기가 요셉의 형제들을 뒤쫓아가서 요셉이 말한 대로 말하고 다그치자, 요셉의 형제들은 절대 그런 일이 없다며 자신들의 결백을 주장합니다. 그리고 각자가 자기의 자루를 내려놓고 살펴보게 하였는데, 베냐민의 자루에서 그 은잔이 발견됩니다(6절~12절). 요셉의 형제들은 절대 그런 일이 없다면서 만약 누군가 그 은잔을 도둑질했다면 그를 죽여도 되고, 나머지 형제들은 주인의 종이 되겠다고 말합니다(9절). 이렇게 말한 이유는 결코 그러한 도둑질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을 확신하기에 당당하게 그렇게 이야기한 것입니다. 요셉의 청지기는만약 은잔이 들어있는 자루가 있다면, 오직 그 자루의 주인만 총리의 종이 될 것이고, 다른 형제들에게는 죄를 묻지 않겠다고 말합니다(10절). 이 청지기는 이 모든 일을 요셉의 지시에 따라 자기가 행한 것이기에 누구의 자루에서 그 은잔이 나올 것인지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 은잔이 베냐민의 자루에서 나오자, 요셉의 형제들은 경악하며 그 슬픔에 북받쳐서 옷을 찢고 다시 성읍으로 돌아가게 됩니다(13절). 요셉의 형제들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자기들은 그런 죄를 지은 적이 없는데, 그 은잔이 베냐민의 자루에서 발견되니 두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결국 다시 요셉의 집으로 돌아왔는데, 요셉은 그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14절). 요셉의 형제들은 요셉을 보자마자 엎드립니다. 아무래도 애굽의 총리가 그 은잔으로 인하여 매우 화가 많이 나서 자기들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생각했기에 두려움에 떨며 엎드렸을 것입니다. 그러한 그들에게 요셉은 왜 그런 일을 저질렀냐고 호통을 치면서 꾸짖습니다(15절).
그러자 이번에도 유다가 나서서 변명합니다(16절). 유다는 할 말이 없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자기들은 결코 그 은잔을 훔치지 않았는데도 그 은잔이 베냐민의 자루에서 발견되었으니, 자기들의 정직함을 증명할 도리가 없다고 탄식합니다. 그러면서 그 은잔이 발견된 자루의 주인인 베냐민뿐만 아니라, 형제들 모두가 종이 되겠다고 말합니다(16절). 예전 같으면 자기들이 살아남기 위해 베냐민 하나를 버리고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을 형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동생 베냐민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것입니다.
이에 요셉은 그럴 필요 없이 은잔이 발견된 자루의 주인만 자기의 종이 되고 나머지 다른 형제들은 그들의 아버지에게로 돌아가라고 말합니다(17절). 유다가 자기들 모두가 요셉의 종이 되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요셉은 다시 한번 베냐민만 두고 다른 형제들은 돌아가라고 말하였는데, 이러한 요셉의 말에 다른 형제들이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베냐민을 포기하고 그들만 돌아갈 수도 있었을 것이기에, 요셉은 그러한 형들의 태도를 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형제들은 서로를 돌아보며,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서로 넘어지지 않게 붙들어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요셉의 형들은 요셉이 꾼 꿈과 아버지의 편애를 받는 요셉을 못마땅하게 여겨 없애버리려고 하였었습니다. 만약 요셉의 형들이 여전히 그러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면 강력한 권력의 자리에 오른 요셉은 그들에게 무자비하게 복수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요셉의 형제들은 서로 감싸주고, 서로 책임을 져주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6절에서 유다가 “하나님이 종들의 죄악을 찾아내셨으니”라고 고백했는데, 이 말은 은잔을 자기들이 훔치는 죄를 지었다는 말이 아닙니다. 요셉도 자기가 은잔을 베냐민의 자루에 숨기도록 청지기에서 지시했었기에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죄악은 오래전에 요셉을 없애려고 이방 상인들에게 노예로 팔아버린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 죄악을 철저하게 후회하고 있었고, 그 죄책감이 여전히 그들에게 남아있음을 보여줍니다.
한 형제, 한 자매가 된 자들은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서로 감싸주고, 서로 돌봐주고, 서로 책임져 주어야 합니다. 교회공동체 안에서 그리스도의 한 몸이 된 다른 지체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지금 다른 지체들을 사랑으로 잘 돌보며 책임져 주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돌아보며, 한 몸 된 다른 지체들을 더 사랑하며 돌봐주는 삶이 되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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