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주 어릴 때였나 우리집에 살던 백구 해마다 봄가을이면 귀여운 강아지 낳았지 어느해에 가을엔가 강아지를 낳다가 가엾은 우리 백구는 그만 쓰러져 버렸지 나하고 아빠 둘이서 백구를 품에 안고 학교앞의 동물병원에 조심스레 찾아갔었지 무서운 가죽끈에 입을 꽁꽁 묶인채 슬픈듯이 나만 빤히 쳐다봐 울음이 터질것 같았지 하얀옷의 의사 선생님 아픈주사 놓으시는데 가엾은 우리 백구는 너무 너무 아팠었나봐 주사를 채다 맞기전 문밖으로 달아나 어디가는 거니 백구는 가는길도 모르잖아 긴다리에 새하얀 백구 음음음 음음 음음음음 학교문을 지켜 주시는 할아버지한테 달려가 우리 백구 못 봤느냐고 다급하게 물어 봤더니 웬 하얀개가 와서 쓰다듬어 달라길래 머리털을 쓸어줬더니 저리로 가더구나 토끼장이 있는 뒤뜰엔 아무것도 뵈지 않았고 운동장에 노는 아이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줄넘기를 하는 아이 팔방하는 아이들아 우리 백구 어디 있는지 알면 가리켜 주려마 학교 문을 나서려는데 어느 아주머니 한분이 내 앞을 지나가면서 혼잣말로 하는 말씀이 웬 하얀개 한마리 길을 건너가려다 커다란 차에 치여서 그만 긴다리에 새하얀 백구 음음음 음음 음음음음 백구를 안고 돌아와 뒷동산에 헤매이다가 빨갛게 핀 맨드라미꽃 그곁에 묻어 주었지 그날밤엔 꿈을 꿨어 눈이 내리는 꿈을 철 이른 흰무늬 빗속에 소복소복 쌓이던 꿈을 긴다리에 새하얀 백구 음음음 음음 음음음음 내가 아주 어릴때에 같이 살던 백구는 나만 보면 괜히 으르렁하고 심술을 부렸지 나나나나나 나나나 나나 음음음 음음 음음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