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재 운송 막혀” 둔촌주공 공사중단 위기… 철강 8000t 발묶여
[민노총 파업] 화물연대 파업 첫날 물류 차질
중소 레미콘사 하루도 못버틸 상황… 정유업계 “파업 장기화땐 대책없어”
운송개시명령 발동 검토에 勞 반발
시멘트 출하장 입구서 파업 결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충북지부 조합원들이 24일 오전 충북 단양군 매포읍 한일시멘트 출하장 입구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전국에서 화물연대 조합원 2만2000명 가운데 9600명(43%)이 파업에 참여했다. 단양=뉴시스
24일 오전 10시 20분 수도권 물류 허브인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제1터미널 왕복 4차로 진입로. 출정식에 나선 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 조합원 1000명이 진입로를 막아섰다.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른 이들은 “안전운임제 사수하고 차종·품목 확대하라”고 외치며 800m 거리를 행진했다.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 첫날 전국 산업 현장 곳곳에서 물류 차질이 빚어졌다. 정부가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가운데 화물연대도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파업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레미콘 업계 “당장 내일부터 생산 중단”
당장 건설 현장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 포레온) 재건축 현장은 레미콘을 구하지 못해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시공단 관계자는 “제시간에 공사를 맞춰야 해 하루하루가 전쟁”이라며 “불가피할 경우 준공 일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이날 하루 업계 매출 손실은 190억 원에 이른다. 비화물연대 차주도 파업에 동조하거나 화물연대 위협을 우려해 영업을 멈추면서 시멘트를 나르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대부분이 운송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 강릉시 한라시멘트 공장에선 하루 평균 출하량 2만5000t 가운데 2만 t 물량을 내보내지 못했다. 동해시 쌍용시멘트는 철도로만 4000t가량을 출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파업을) 감내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운송의 경우 2일, 생산은 10일 정도”라고 말했다. 레미콘 업계도 영업 중단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배조웅 국민레미콘 대표는 “중소 레미콘사들은 당장 내일부터 레미콘 생산을 중단하는 곳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물류 차질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현장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 한국타이어는 대전과 충남 금산 공장에서 생산하는 타이어 10만 개가 거의 출하되지 못했다. 9월 태풍 ‘힌남노’로 침수된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복구에 필요한 각종 설비와 자재를 반입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현대제철 포항 공장에선 하루 출하량인 8000t의 물량이 나가지 못해 애를 먹었다.
석유화학업체 한 관계자는 “고객사 측에서 보통 일주일도 안 되는 재고들을 가지고 있는데 제품을 전달하지 못하면 말 그대로 공장이 멈추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개별 주유소는 (파업이) 장기화하면 사실상 대책이 없다”라며 “화물차 기사의 70% 이상이 화물연대 소속이라 나머지 비소속 운전기사들에게 최대한 협조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6단체는 이날 “시장 원리를 무시하는 안전운임제를 도입하면 수출업체의 경쟁력과 산업 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정부 “운송개시명령 검토” 화물연대 “협약 위반”
정부가 운송개시명령 발동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강경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화물연대도 강력 반발하고 있어 갈등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화물연대는 긴급 브리핑을 열고 “운송개시명령 엄포를 중단하라”며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105호 강제 근로 폐지 협약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국토부가 대화를 위해 물밑접촉을 하고 있지만 타협점을 찾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14조에 따르면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 운송을 집단 거부해 화물 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는 경우’ 국토부 장관이 업무 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 명령을 받은 화물차 기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자격 취소·정지도 가능하다.
민노총 산하 노조들은 잇달아 연대 의사를 밝혔다. 의료연대본부는 지지 성명을 냈고, 철도노조, 서울교통공사노조 등은 대체 수송을 거부하기로 했다. 공공운수노조는 국제 단체인 국제운수노련이 화물연대 지지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축복 기자, 군산=박영민 기자, 한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