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이번에는 말러의 교향곡 6번 일명 <비극적>에 대해서 썼습니다. 이 음반은 라이센스 LP로 처음 구입하여 들어보았는데, 정말 감동적이어서 지금도 가끔씩 듣습니다. 원래 라이센스 LP 음질이 어떤 것은 괜찮고 어떤 것은 영 신통치가 않아서 잘 고르기가 어려운데... 이 음반은 꽤 잘 복사했더라구요.... <p>
지금 소개해드리는 음반은 제가 들었던 LP와 같은 연주와 곡이 CD로 발매된 것입니다.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나오는 <디 오리지날> 시리즈예요... 음질도 좋고 거기에 덧붙여서 뤼케르트 가곡과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도 들어있어요!!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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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구스타프 말러<p>
말러의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교향곡 6번 일명 <비극적>이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디 오리지널스>시리즈로 재발매 되었다. 2장의 CD로 이번에 재발매되는 음반에는 레코드로 발매 당시 포함되지 않았던 작곡가의 대표적인 가곡 2편이 수록되어 있다.<p>
이 작품은 1903년에서 1904년 사이에 작곡된 곡으로, 성악이 제외된 순수 관현악 곡으로 구성되어 있는 작품이다. 전 악장은 4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악장의 연주 시간이 각각 대략 22분, 13분, 17분, 30분으로 전체 연주 시간이 82분이나 소요되는 대곡이다. <p>
특별히 <비극적(Tragic)>이라는 부제를 달고있는 이 곡은 말러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정형적(formal)인 교향곡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데, 이는 비극이라는 극적 요소를 순수 기악곡의 형식을 통해서 가장 극명하게 표현해내었기 때문이다. 그가 쓴 여러 곡 중에서 가장 신변잡기(身邊雜記)적이고 또 감정적으로 충만한 작품이며, 분명한 극적 구성을 가진 이 곡이 가장 정형적으로 분류되는 것은 참으로 역설적이다.<p>
말러의 유일한 비극적 교향곡이기도 한 이 곡은 영웅의 패배를 상징적으로 그려낸다. 여기서 영웅은 작곡가 자신일지도 모르겠다. (이 점에서 이 곡은 베토벤의 영웅 교향곡이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와 비교 감상이 가능하다. 이들 곡에서도 영웅이란 작곡가 자신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말러는 이 점을 아주 독특하게 살리고 있는데 그 방식을 눈 여겨 둘 만하다. <p>
곡은 전체적으로 A단조로, 중간에 장조로 바뀌거나 E♭의 느린 악장도 끼여있지만 결국은 A단조로 회기한다. 이런 조(key)의 측면에서 A단조로의 일관된 지향은 운명의 엄정하고 냉정한 모습을 상징하며 이것은 영웅의 패배라는 비극을 나타낸다. <p>
화이트헤드(A. N. Whitehead)는 비극의 본질을 설명함에 있어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p>
"비극의 본질은 불행을 보여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비극의 본질은 사물의 무자비한 움직임이 가지고 있는 엄숙성에 있다."<p>
인간의 삶에 있어서 어떤 사건의 불가피성을 보여주는 것. 그 원인과 결과의 필연성을 낱낱이 밝혀 보여주는 것이 비극의 핵심이라는 말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 교향곡은 A단조라는 일관된 조(key) 지향을 통해서 영웅의 운명과 죽음은 피할 출구가 없다(there is no escape!)라는 숙명성을 작품 전체를 통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p>
이 곡의 이러한 성격은 마지막 악장 알레그로 에네르지코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말러 교향곡 악장 중에서 가장 길고 가장 거대한 (massive) 악장 중에 하나인 종악장은 3번의 환상적인 장면 전환을 통해서 작곡가 자신의 내면을 표현한다. 마치 자신에게 닥친 3가지의 비극처럼(장녀의 죽음, 회복 불가능한 자신의 병, 비엔나 오페라 감독직의 사임) 그렇게 4악장은 듣는 이에게 무한한 호소력으로 다가온다.<p>
관현악법 측면에서 타악기의 다양한 독특한 사용이 특히 주목되는데 유래없이 많은 13종이나 사용되었다. 그 중 소방울은 이 세상에서 듣는 최후의 쓸쓸한 음으로, 나무조각을 두드리는 호르츠크라파는 죽음의 발자국 소리로 사용했다고 한다. 말러는 특히 타악기 사용에 뛰어난 재주를 발휘하는 데, 이 곡에서는 말러의 그러한 장기를 충분히 감상할 수가 있다.<p>
베르크나 베베른 같은 많은 뛰어난 작곡가들은 제 6 교향곡을 말러의 여러 위대한 작품 가운데서 최고로 손꼽고 있는데, 이것은 이 곡이 형식과 극적 요소 사이의 뛰어난 평형감(equilibrium)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다른 곡들은 이런 요소 사이의 긴장감(tension)이 조금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p>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의 연주가 이러한 말러 음악의 비극적 정수를 잘 표현했다. 카라얀은 바그너 음악을 연주할 때 실내악적 접근을 통해서 (하지만 그는 이러한 평을 싫어했다.) 고음과 중음과 저음 간의 이상적인 균형을 추구함으로써 거대한 편성의 곡을 깔끔하게 연주하였는데, 이러한 카라얀의 지휘 기술상의 장점은 말러의 곡에서도 잘 적용이 된다. 말러는 엄청난 규모의 관현악 곡을 실내악과도 같이 정갈하게 작곡함으로써 후배 작곡가들에게 모범이 되었는데, 이러한 말러의 이상(理想)을 카라얀은 잘 이루어내고 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