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부터 날씨가 차고 바람이 거세게 불어 걱정이 되어 눈이 일찍 떠졌습니다. 밖을 나서니 바람은 자고 흔적이 없는데 날씨가 무척
쌀쌀합니다. 우리들의 열기로 언 날씨를 녹여 내야 하겠습니다.
오늘 일정은 12시부터 시작됩니다. 12시에 오실 수 있는 분들은 천막을 치고 걸개 그림을 모두 같이 걸도록 합시다. 또 장승과 솟대도 세우고 소원지도 만들도록 합시다. 날씨가 추운 만큼 오시는 분들이 따뜻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행사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따뜻한 국물도 준비가 되었고 신명 학생들이 와서 부침개도 굽고 하니 우선은 화기가
행사장에 있어서 오시는 분들이 언제든지 몸을 녹일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뜨거운 차를 준비하면 어지간한 추위는 견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녹차와 몇가지 몸을 데우는 차를 준비하여 가겠습니다. 음식뿐아니라 관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야 추위를 덜 느낄 수 있습니다. 소원지도 그런 측면에서 준비를 했습니다. 왼새끼는 포항에서 방원식씨가 준비를 해 오고 한지는 제가 준비를 해 가지고 가겠습니다.
치배들의 복장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추우니 우선 내복을 입어야 하겠는데 뛰면 땀이 난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고 또 내복이 치복 위로 드러나지 않도록 신경을 써 주십시오. 될 수 있으면 내복을 입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추우면 위의 옷을 걸치고 있다가 공연할 때는 벗는 방법이 가장 좋습니다. 쇠와 징은 부포를 잊지 마시고 그외 치배들은 머리띠와 꽃을 잊지 말고 챙겨 오십시오. 그리고 바슴새 총무님은 머리띠가 남는 것이 있으면 모두 챙겨 오시면 좋겠습니다.
가능하면 빨리 준비를 하여 2시 반에 길놀이를 나가는 것이 아니라 길놀이는 2시 정도에 출발하고 이때부터 본 공연을 시작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판이 좀 길기 때문에 4시 반 전에 마치려면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찍 서두르십시오.
솟을흥의 이번 공연은 정말 어렵게 준비되었습니다. 연습 장소가 없어서 영덕까지 매일 다녔고 그나마 주말 연습은 거의 없이 평일에만
진행되어 연습기간도 아주 짧았습니다. 그러나 그러는 중에도 모두
열심히 연습에 참여해 주셨고 이제 공연만 남겨 놓았습니다. 공연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시면 그동안의 고생은
모두 잊을 수가 있습니다.
오늘 아침 넉넉한 마음으로 집을 나서시고 끝까지 여유있는 마음으로 굿판을 끌어나가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