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팔과 다리 모두가 불편하여 걷기도 힘든 분이십니다. 물론 말하기도 어둔하여 힘들어하십니다. 이제 겨우 30이 된 한 남자의 부인이고 한 아이의 어머니입니다. 거의 10개월만에 보는 그녀의 모습은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밝고 그녀가 웃는 모습은 천사의 미소 같아 보였습니다. 아마도 그녀의 고통은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녀의 고통의 시작은 약 5년전 부터라고 합니다. 뇌종양 진단을 받고 두 번에 걸친 수술은 그녀의 생명을 연장 시켜 주었을 지 모르지만 통증과 함께 오른쪽 반신마비라는 고통을 안겨 주었습니다. 반신마비는 어쩔 수 없다 하여도 잠들기조차 힘든 통증은 그녀를 고통스럽게 하였고, 옆에서 지켜 보아야만 하는 남편의 마음은 너무나 힘든 것이었습니다. 착하고 그녀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그녀의 남편은 그녀를 위하여 무엇이든 해주고 싶었답니다. 2년 가까이 여러 병원을 다녀 보았지만 그녀의 고통을 없애기는 그만두고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 동안 뇌종양에 대한 나름대로의 치료 방법과 고통을 줄이기 위한 약물과 치료에 대한 지식을 알기 위하여 모든 방법을 다 해보았고 여러 곳에 자문을 구하기도 하였답니다. 그러던 중에 저희 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녀를 위한 남편의 정성은 정말로 대단하였습니다. 그가 알고 있는 뇌종양의 치료 방법이나 약물은 제가 알고 있는 대부분을 알고 있었습니다. 저라고 해서 어떤 특별한 방법이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단지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녀나 그 가족과 함께 고통을 이해해주는 것 밖에는 없었으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알려진 신경치료와 약물치료를 하면서 같이 노력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약 3개월의 치료 중에 그녀의 소식이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저 역시 조금은 걱정이 되면서도 잊어가고 있는데 6∼7개월 후에 그녀가 다시 저를 찾은 것입니다. 그 동안 또다시 좋다는 다른 병원을 찾아 다녀 보았으나 역시 마찬가지였다며 저를 다시 찾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치료를 위해서 집을 저희 병원 근처로 이사하겠다는 것입니다. 아내를 위한 그녀 남편의 정성을 무조건 만류할 수는 없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치료하는 신경치료나 약물치료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저 마음 편하게 이야기라도 할 수 있어 그런 것 같았습니다. 병원에 오는 날, 철모르는 그녀의 아들은 그저 즐겁기만 합니다. 또다시 신경치료와 약물치료를 하여 보았으나 어떠한 약도 그녀의 고통을 덜어주지 못하고 오히려 그녀를 힘들게만 하였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모든 약들을 사용해 보았으나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물론 저 보다 더 많은 연구를 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자문도 구해 보았지만 기대할 만한 결과는 없었습니다. 결국은 그나마 부작용이 없고 조금이라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신경치료인 성상신경절치료 만을 계속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남편이 재수술에 대한 상담을 하는 것입니다. 전에 수술을 했던 병원에서 다시 수술을 해보자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통증도 나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부인을 사랑하는 남편으로서는 무엇이든지 해보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나 기대감으로 시행한 수술은 결과가 그리 신통치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녀에게 또 하나의 불편함이 가중되었습니다. 걷기도 더욱 힘들어졌고 한쪽 눈이 떠지지를 않는 것입니다. 수술 후에 몇 번 그녀의 남편이 상태를 상의하려 병원에 들렸지만 저 역시 무어라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그저 좋아질 테니 기다려보자는 이야기 밖에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그녀가 10개월만에 힘든 몸을 이끌고 저를 다시 찾은 것입니다. 치료를 받기 위한 것이 아니고 저희 병원 식구들이 보고 싶어 찾았답니다. 불편한 몸에 한 손에 떡을 사들고 말입니다. 그 떡 맛을 아마도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전에 살던 집으로 이사를 가기로 하였다며 자주 병원에 오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고통은 신앙으로 이겨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 불편한 몸으로 새벽기도를 다니고 있답니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그녀의 얼굴은 어두움이 없는 밝은 표정입니다. 아마도 그녀의 이러한 고통은 하나님이 그녀에게 주신 또 다른 뜻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인사를 하고 병원 문을 나서는 그녀의 얼굴에 비치는 미소는 천사의 미소였습니다.
첫댓글 이 아침에 조용히 글을 읽어보니 잔잔한 감동이 밀려오네요. 의사분도 아주머니도 신랑도 모두 천사네요. 천사가 따로 없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주 안에서 늘 보람찬 하루 되세요.
그 의사가 바로 제 형이네요 ㅎㅎㅎ!
^^형님또한 의사로서 사명을 다하는 분이란걸 느꼈네요. 집사님 어머니도 형이나 집사님볼때에 뿌듯하시겠어요.또한 어머니도 인상이 좋으시구요.곱게 늙으셨단 생각이 드네요.울 와이프도 나이가 먹어도 곱게 늙어야 될텐데하고 가끔 푸념하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