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들녘 글/나천수 남도 들녘 너른 평야 하늘의 햇살과 땅의 이파리들이 서로 뺏기 시합을 하고 있다. 하늘에서 햇살(矢) 쏘아대면 땅에서는 이파리로 방패삼아 잎 새 칼로 햇살 베어내니, 칼, 창, 화살 어지럽게 부딪치는 소리, 공수(攻守)의 함성소리, 화살 맞은 비명소리, 부상자의 신음소리, 들녘에 서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햇살 군사들 밤에 바닷속에 은폐하여 있다가 갑자기 일출(日出) 작전으로 급습하여 이파리들 벌겋게 핏 물 들이더니 한낮에는 불화살 공격하다가 저녁에는 일몰 햇살로 연막탄 뿌리며 유유히 바닷속으로 사라진다. 이파리 군사들 사면초가의 위기에서도 쏟아지는 햇살(矢) 온몸으로 막아내며 전사와 부상을 무서워하지 않고 베어낸 햇살 전리품으로 차곡차곡 쌓았다. 전흔(戰痕)이 지나간 들녘에는 쓰러진 전상자들 지푸라기 되어 누어있고 떨어져 나간 팔, 다리들이 낙엽 되어 흩어지고 있다. 햇살이 이겼다, 햇살(矢) 맞은 이파리들 벌겋게 햇물 들고, 고추며, 과일들 피로 얼룩지게 했으니, 이파리들이 이겼다. 햇살 전리품 벼 알 만큼 많고, 과일 수만큼 많고, 베어낸 전리품 죽이지 않고 가두어, 겨울 내내 봄이 올 때까지 햇살 전리품 먹을 수 있으니 누가 이긴들 어떠랴, 싸움 구경하는 농부들, 들녘에 널려진 전리품, 햇살 맞은 알곡이며 과일들 두 손으로 따 농부의 가슴에 넣자, 농부도 황금물결 따라 춤을 추는 것이 햇살(矢) 맞은 것이다. 가을은 가을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