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기자에게 요즘 같은 장마철에는 비가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이다. '우중산행'의 독특한 정취를 즐기는 산꾼들도 많지만, 퍼붓는 빗속에서 사진을 찍고, 메모를 작성하고, 지도를 그리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게릴라성 폭우라도 쏟아지면 순식간에 계곡 물이 불어 고립될 수도 있고, 물기 젖은 암벽을 타는 것은 늘 조마조마하다.
반면 올해는 '반쪽 장마', '마른장마', '거꾸로 장마'라는 별명처럼 장마 같지 않은 장마로 속이 탄다. 폭우 피해가 컸던 중부지방과 달리 부산을 비롯한 남부지방에서는 6월 중순 이후 비 같은 비를 구경하지 못했다. 여름 산행하면 곧 계곡 산행인데, 제대로 된 비가 내리지 않다 보니 웬만큼 이름난 계곡이나 폭포도 물줄기를 시원하게 토해내기는커녕 전립선염으로 고생하는 남성의 오줌발처럼 찔찔 흐르기만 한다. 마치 봄꽃 산행에 나섰다가 채 여물지도 않은 쌀알 같은 꽃봉오리에 실망하고 돌아서는 것처럼 맥이 탁 풀린다.
사철 마르지 않는 소와 깊은 골짜기
여름철 계곡 트레킹에 제격
군데군데 계곡수·폭포 이어져
산행하면서 더위 식히기 좋아
편백나무 빽빽한 명품숲은 산림욕에 그만
이럴 때는 사철 마르지 않는 소와 널찍한 계곡, 시원한 폭포가 있는 산을 찾아야 계곡 산행 맛이라도 볼 수 있다. 영남 제일의 탁족처로 예로부터 명성이 자자한 내원암 계곡을 품고 있는 대운산(大雲山·742.7m)이 딱 그런 산이다.
경남 양산시와 울산 울주군의 경계에 있는 대운산은 남동쪽으로 부산까지 자락을 드리우고 있어 부산과 울산, 경남 산꾼들이 두고두고 찾아가는 산이다. 해발 고도는 그리 높은 편은 못 되지만, 산세가 광활하고 골이 깊어 도통골, 박치골, 시명골, 내원암 계곡 등 산줄기 사이마다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낸다. 산자락을 따라 내려갈수록 여러 개의 지류가 합류되지만 수심이 깊은 곳이 그리 많지 않아 무난히 계곡 트레킹을 즐길 수 있고, '영남의 소금강'이라 불릴 만큼 그 비경도 절륜하다.
산&산 310회에서 장안사를 출발해 척판암~424봉~불광산~대운산 정상을 거쳐 도통골로 내려오는 계곡산행 코스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번 주 산&산은 내원암골을 거슬러 올라간 뒤 정상을 찍고 박치골로 내려서는 계곡 트레킹 코스를 꾸며 봤다. 울산 12경의 하나인 내원암 계곡은 통상 내원암골과 도통골, 박치골의 대운산 3대 계곡을 통틀어서 일컫는 말이다.
구체적인 등로는 대운산 제3공영주차장을 출발해 금강폭포~이끼폭포~내원암골~내원암~제2봉~대운산 정상~전망바위~사방댐~박치골~명품숲~애기소를 거쳐 3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방식이다. 총 산행거리 12.5㎞에 순수 이동시간은 4시간 20분이 걸렸다. 군데군데 계곡수에 뛰어들어야 하는 구간이 있기 때문에 반바지와 샌들, 여벌의 옷 등을 챙겨가는 게 좋겠다.
기점은 울산 울주군 온양읍 운화리 상대마을의 대운산 제3공영주차장이다. 포장 임도를 따라 대운교를 지난다. 마른장마에 계곡물도 바짝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정표상 내원암 방면으로 5분쯤 더 가면 이화농원 입석과 함께 두 번째 다리가 나타난다. 다리를 건너지 말고 왼쪽 계곡 능선으로 들어선다. 산꾼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다. 대운산을 오르는 산꾼들은 앞서 지나쳤던 이정표 갈림길에서 곧바로 능선을 타거나, 혹은 임도를 따라 그대로 내원암까지 가는 게 보통이다.
원시림 분위기를 풍기는 수풀을 지나면, 곧 올망졸망한 반석과 바위들이 등산로를 가득 메운다. 바위군을 타고 넘으면 곧 내원암 계곡이다. 적당한 크기의 바위가 고르게 깔려 있어 역동적이라기보다 잔잔한 계곡미를 자아낸다.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바짓단을 걷고 계곡 속으로 뛰어들었다. 반석을 밟고 지나면 돼 길이 따로 없다. 유량이 많지 않아 물이 발목 정도만 간지럽힌다. 이내 기암을 병풍처럼 두른 10여m 높이의 2단 폭포가 막아선다. 금강폭포다. 평소 같았으면 골짜기를 가득 메운 우레 같은 폭포 소리에 귀가 먹먹해질 만한데, 오랜 가뭄 탓에 실폭포로 변했다. 그래도 폭포 아래 소(沼)는 허리까지 물이 차오른다. 높은 산에서 흘러내려온 물이라 얼음장처럼 차갑다.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린다. 폭포 하단부는 경사가 완만해 발을 디디고 쉽게 올라설 수 있지만, 깎아지른 상단은 자일 없이는 오르기가 힘들다. 계단참에 해당하는 곳에서 다시 능선 쪽으로 붙는다. 홈통 같은 바위틈을 디디고 올라서야 하는데, 미끄러운 바위 탓에 자칫 실족했다가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안전을 위해서라면 내원암까지 임도를 따라 우회해 가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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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골 계곡에는 군데군데 몸을 담그기에 좋은 소가 여럿 있다. |
금강폭포를 지나면 다시 높이 8m가량의 이끼폭포와 마주한다. 폭포수를 받쳐 든 소가 대중목욕탕의 욕실처럼 아늑해 무턱대고 뛰어들었는데 물속이 한길이다.
이끼폭포를 뒤로 하고 임도에 붙는다. 임도를 따라 12분쯤 걸으면 어른 키 10배 높이의 수령 500년 된 팽나무가 꼿꼿이 초입을 지키고 있는 내원암에 이른다. 대웅전 앞 음수대에서 목을 축인 뒤 제2봉 이정표를 따라 등산로로 들어선다. 바짝 마른 계곡가에 붙어 가다 곧 능선으로 치고 오른다. 계곡물로 식었던 몸이 이내 바싹 달아오른다. 매미 소리 풀벌레 소리가 숲 속을 가득 메운다. 샛노랗게 별처럼 빛나는 원추리 꽃이 초록의 무료함을 덜어준다. 1시간가량 만만치 않은 된비알과 씨름하다 보면 나무 전망대가 설치된 제2봉(670m)에 오른다. 울산시가지 너머 울산항과 동해가 어스름하다.
정상 왼쪽 데크 계단을 따라 능선으로 내려선다. 상수리나무와 전나무, 참나무가 도열해 산림욕장처럼 유순한 산길을 따라 정상 방면으로 간다. 30분 뒤 철쭉군락지로 들어선다. 4월에는 진달래, 5월에는 철쭉이 만개하는 능선이다. 대운산 철쭉제 행사장에서 70m쯤 북쪽으로 들어서면 제법 서늘한 토간수가 흐르는 약수터가 있다. 도통골에서 올라오는 능선과 합류하는 사거리와 용당동으로 내려가는 탈출로가 있는 삼거리를 연이어 지나면 곧 헬기장이다. 25분 소요. 헬기장 우측은 서창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철쭉 터널 사이로 난 데크계단을 오르면 정상석과 삼각점이 있는 대운산 정상이다. 서쪽으로는 천성산 취서산 신불산 운문산 가지산 등 영남알프스의 산군이 뻗어나가고, 북쪽 울산시가지 너머로 문수산과 치술령, 남으로는 달음산과 부산의 진산 금정산이 우뚝하다.
산행안내도 옆 샛길을 따라 하산한다. 간이 쉼터를 지나면 다소 가파른 흙비탈길이다. 15분 뒤 시명산 쪽 지능선과 주능선이 합류하는 고갯마루 삼거리다. 장안사 방면을 따라 오르면 10분 뒤 전망바위가 보인다. 전망바위 못 가 20m 앞에서 왼쪽 박치골로 내려서는 능선을 타고 가야 한다. 무심코 전망바위를 지나쳤다가는 시명산 가는 길로 빠져버리므로 주의한다(리본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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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골 계곡가에 조성된 명품 숲은 산림욕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
낙엽 깔린 산비탈이 이어진다. 초반에는 길이 흐릿하지만 내려갈수록 또렷해진다. 25분쯤 내려가면 돌돌거리는 물소리가 들린다. 박치골 계곡이 시작되는 곳이다. 계곡 상류에는 인공석으로 물막이 공사를 해놓았다. 산사태 피해를 막고 계류 보전사업의 일환으로 올해 사방댐을 설치했단다. 물놀이에는 그만이지만, 아무래도 조붓한 자연미는 퇴색됐다. 인공석 구간이 1㎞가량 되는데 하류로 내려갈수록 자연미가 살아난다. 계곡가로 쭉쭉 뻗은 편백나무와 아름드리 굴참, 졸참나무를 심어 산림욕을 즐길 수 있도록 명품숲을 가꿔 놓았다. 싱그러운 공기와 시원한 계곡물이 어우러진 천혜의 피서지다. 하류로 내려갈수록 수량도 많아지고, 군데군데 몸을 담그기 좋은 소도 여럿 나타난다. 너른 반석이 있고, 하상이 완만한 명당자리는 일찌감치 물놀이객들이 점령했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다 애기소를 지나면 곧 종점인 제3주차장이다. 산행 문의: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글·사진=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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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주 대운산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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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주 대운산 구글 어스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산&산] <415> 울주 대운산 가는길 먹을곳
■ 찾아가기
원점회귀 코스인데다 부산에서 접근성도 좋아 자가용, 대중교통편 어느 쪽을 택해도 무방하다.
자가운전의 경우 부산울산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장안나들목을 빠져 나온다. 14번 국도로 갈아타고 울산·온양 방면으로 올라가다 명례휴게소를 지난 뒤 5분쯤 더 가다 대운산 내원암계곡 이정표가 보이면 좌회전한다. 대운천을 끼고 상대교를 지나 2㎞쯤 더 들어가면 기점인 대운산 제3공영주차장이다. 부산시청 기준으로 55분쯤 걸린다.
대중교통편은 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하다. 부전역에서 동해남부선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남창역(1544-7788)에서 내리면 된다. 부전역에서 오전 6시, 7시 10분, 7시 40분, 9시 5분, 9시 20분, 9시 36분, 11시 50분, 오후 1시 55분에 출발한다. 50~60분쯤 걸리며 요금은 3천200원이다. 동래 해운대 송정 기장역을 차례로 지난다. 부산으로 오는 열차는 오후 1시 49분, 3시 16분, 4시 10분, 5시 56분, 6시 8분, 7시 40분, 8시 28분에 있다. 남창역에서 상대마을 제3공영주차장까지는 마을버스를 타면 된다. 오전 6시 30분, 7시 40분, 9시 10분, 10시 30분, 11시 35분, 오후 1시 35분에 버스가 출발한다. 상대마을에서 남창역 가는 버스는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있다. 20분 걸리고, 요금은 900원이다.
■ 먹을거리
종점인 상대마을 인근에 식당과 민박집이 여럿 있다. 가볍게 요기를 하려면 들깨칼국수나 빈대떡, 녹차요리를 파는 '평사리 가는 길'(052-239-1951)이나 비빔국수 전문점인 '손영환 비빔국수'(052-239-3342) 등을 찾으면 된다. '산여울'(052-238-7422)은 흑삼겹바비큐와 오리탕 등을 내놓는다. 박태우 기자
[산&산] <415> 울주 대운산 산행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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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점은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운화리 상대마을의 대운산 제3공영주차장이다. 포장임도를 따라 대운교를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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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표 상 내원암 방면으로 5분쯤 더 가면 이화농원 입석과 함께 두번째 다리가 나타난다. 다리를 건너지 말고 왼쪽 계곡 능선으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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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시림 분위기를 풍기는 수풀을 지나면, 곧 올망졸망한 반석과 바위들이 등산로를 가득 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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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원암계곡의 금강폭포. 평소 같았으면 골짜기를 가득 메운 우레같은 폭포 소리에 귀가 먹먹해질 만 한데, 오랜 가뭄 탓에 실폭포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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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폭포 지나 마주치는 이끼폭포. 폭포수를 받쳐든 소가 제법 깊다. 폭포 왼쪽으로 빠져나온 뒤 임도로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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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원암 초입에는 수령 500년 된 팽나무가 늠름한 자태로 암자를 지키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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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원암 대웅전 앞 음수대에서 목을 축인 뒤 제2봉 이정표를 따라 등산로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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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짝 마른 계곡가에 붙어 가다 곧 능선으로 치고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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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크 전망대가 설치된 제2봉(670m). 울산시가지 너머 울산항과 동해가 어스름히 시야에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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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봉에서 대운산 정상 가는 길 중간 철쭉군락지. 이곳에서 70m쯤 북쪽으로 들어서면 제법 서늘한 토간수가 흐르는 약수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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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쭉 터널 사이로 난 데크계단을 오르면 정상석과 삼각점이 있는 대운산 정상(742.7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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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안내도 옆 샛길을 따라 하산한다. 간이 쉼터를 지나면 다소 가파른 흙비탈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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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갯마루 삼거리에서 장안사 방면으로 10분쯤 가면 이르는 전망바위. 전망바위 못가 20m 앞에서 왼쪽 박치골로 내려서는 능선을 타고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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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치골 계곡 상류에는 산사태를 막고, 계류 보전을 위해 인공석으로 물막이 공사를 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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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석 구간이 1㎞ 가량 이어지는데 물놀이에는 그만이지만, 아무래도 조붓한 자연미는 퇴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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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치골 계곡가에 조성된 명품 숲은 산림욕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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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치골 계곡에는 너른 반석 위에 군데군데 몸을 담그기에 좋은 소가 여럿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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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른 반석이 있고, 하상이 완만해 물놀이 명당으로 꼽히는 박치골계곡의 애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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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곧 산행 종점인 제3주차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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