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는 잔치가 있습니다. 모든 잔치가 다 마음을 끌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은 잔치도 있게 마련입니다. 지난 3월 1일, 삼일절 날 다수교회에서 경북서지방 여전도회 연합회 임원 모임이 있었습니다. 임원들과 임원들의 소속 교회 담임 목사님들이 함께 모여 간단히 예배를 드리고 식사를 하는 성격의 모임이었습니다. 그때 다수교회 문사무엘 목사님이 임직식 광고를 하며 꼭 참석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다수교회는 향천제일교회와 함께 저희 교회에서 가장 가까운 교회에 속합니다. 그래서 특별한 친근감이 발동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만은 아니겠지요. 사교적인, 아니 우리가 쓰는 말로 코이노니아(Koinonia)의 기술이 남다른 문 목사님에게 마음이 끌렸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확할 것입니다. 거기에다 김상규 장로님도 자주 사랑의 마음을 표현해 줍니다. 벌써 재작년이군요. 제가 다리 수술을 받고 두 달 만에 퇴원할 때, 문 목사님과 김 장로님이 특별히 부산 병원까지 와서 직접 교통편까지 제공해 주어 편하게 귀가했던 적도 있습니다. 감사함으로 마음에 오래 남이 있을 것입니다.
'다수교회'하면 저는 많은 성도들과 큰 교회가 쉽게 연상됩니다. 아마 '다수'를 한자어 '多數'로 지레짐작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김천 다수동에 있는 다수교회의 '다수'는 한자로 '많을 다(多)'에 '목숨 수(壽)'자를 쓰더군요. 목숨은 생명이 붙어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니까 바로 사람으로 생각해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많은 사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름이 내용과 형식을 규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기관과 단체 이름뿐만 아니라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수교회의 '다수' 속에는 그래서 그 교회 성도들의 바람과 비전이 함께 포함되어 있다고 봐도 좋겠습니다.
주일 오후 2시 예배 끝나고 할머니들을 먼저 모셔다 드렸습니다. 뒤이어 학생회 아아들을 제 차로 데려다 주었는데, 마음이 몹시 급했습니다. 4시로 잡혀 있는 임직예배 10분 전에 다수교회에 도착했습니다. 차량이 교회 마당에 그리고 산자락 밑에 따로 마련된 주차장에 가득했습니다. 입구 공터에 주차를 하고 바로 예배당으로 올라갔습니다. 온전한 잔치 분위기입니다. 형형색색 예쁜 한복을 입은 권사님들이 입구에서 식순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저는 이번에 권사로 취임하는 조은숙 집사님에 축하의 덕담을 전하고 식순을 받아 쥐었습니다. 안내하는 다수교회 성도들도, 또 축하하러 온 다른 교회 사람들도 모두 싱글벙글이었습니다. 모름지기 잔치는 이런 분위기여야 합니다.
지난 금요일(3월 4일)이었습니다. 저녁쯤에 문사무엘 목사님이 전화를 해왔습니다. 안수집사 안수위원으로 제가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저는 순간 좀 당황했습니다. 왜냐하면 늦게 신학을 했기 때문에 나이는 지긋하지만 안수 연수는 아직 한 자리 숫자를 벗어나기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교계는 아직 안수 받은 연수가 바로 계급장마냥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는 마당에 제가 나설 자리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군데 전화를 해서 상황을 파악한 뒤 문 목사님에게 완강하게 고사를 했습니다. 완강함에는 그도 뒤지지 않았습니다. 순서를 맡은 분들, 모실만한 분들은 다 모셨고, 몇몇 분들은 특별한 관계성을 고려해서 모셨다는 것입니다.
안수위원들을 쭉 살펴보니 꼭 넣을 분들에 더해 몇 사람을 배려한 마음이 읽혀졌습니다. 저를 비롯해서 윤종식, 김홍일, 옥승영, 이진상, 장병일, 양 훈 등의 목사님들이 그들이라고 생각하는데, 지방회 전입 일자가 후순위여서 그동안 소외받은 감이 있는 목사님들입니다. 어떤 분들은 이런 식의 안수위원 안배를 사시적(斜視的)으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존의 틀을 깨고 변화의 모습을 꾀했다는 데서 신선함으로 수용되었습니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했다는 말씀(전 1:10)도 그렇고 예수님의 가르침 속에서도 늘 변화를 강조하신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고여 있는 물은 썩기 마련입니다. 그런 점에서 교계의 현실에 우려의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변화를 위한 돌은 누군가가 던져야 할 터인데 그런 용기를 내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어제 다수교회 임직식은 장로 장립 1명, 안수집사 안수 4명, 권사 취임 14명 이렇게 해서 모두 19명이 새로 주님의 일꾼으로 임직을 받았습니다. 교회에 충성하고 주님의 일이라고 하면 앞 다투어 달려올 수 있는 분들인 것 같았습니다. 권면과 축사 시간에 순서를 맡은 목사님들이 이 점을 유난히 강조했습니다. 임직을 받는 것은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더 봉사하고 충성하고 일 많이 하는 자리임을 주지시켰습니다. 야당이 되지 말고 담임 목사님의 좋은 동역자가 될 것을 권면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부흥하는 교회를 보면 담임 목사님과 장로님들 등 직분자들이 좋은 동역 관계가 될 때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수교회도 그런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임직 예배 감사 헌금 봉투에 이렇게 썼습니다.
"성도가 다수(多數)여서 좋은 다수교회, 이번 임직이 교회 부흥의 지름길이 되기를 빕니다."
교회 부흥에 대한 노력은 다각도로 경주될 수 있습니다. 봉사를 많이 하고, 가가호호 전도를 나가고, 교육 프로그램을 잘 운영해서 성도들의 신앙을 키워주며, 부흥회를 개최하여 뭇 영혼들을 교회로 초청하는 일 등,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노력들은 다양합니다. 그 중 임직식도 빠지지 않을 것입니다. 임직식이라는 것은 일할 일꾼이 있을 때 거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임직식을 자주 한다는 것은 그만큼 교회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가 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다수교회 임직식도 교회의 부흥을 기약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좋은 영적 지도자로 인해 교회 분위기가 바뀌고 성도들의 자세가 변화되고 지역 사회에 좋은 인상을 준다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다수교회에 문사무엘 목사님이 부임하고 크고 작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듯합니다. 예배당 분위부터 다릅니다. 사면의 벽에 붙어 있는 펼침막들도 온통 전도에 맞춘 구호들이 적혀 있습니다. 예배당 왼쪽 상단 부분에는 태신자로 작정한 사람들인 듯, 100여명의 명단이 전도자의 이름과 함께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전도는 영적 전쟁임을 선포하고 나가서 승리한 십자가 군병들의 깃발들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영적으로 침체되어 있는 우리 지역에 성령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으로 보여 좋았습니다.
문사무엘 목사는 체구가 작은 목회자입니다. 체구가 작다 해서 그를 낮춰보면 큰 코 다칩니다. 그를 잘 아는 목사님들의 말에 의하면 믿음의 집안에서 자라 다방면에 관계를 하면서 주님의 영광을 위해 애쓰는 목회자라고 합니다. 그는 지금 서울신대 신학대학원(M. Div.) 총동문회 수석부회장으로 섬기며 이달 22일 총동문회 총회 때 회장으로 추대될 예정으로 있다고 합니다. 전국을 망라해서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어 앞으로 그에게 기대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어제 임직 예배 말미에 간단한 식이 첨가 되었습니다. 문 목사님이 금년 초 박사학위(Ph. D.)를 받았는데, 따로 축하 예배를 드려야 하지만 목사님이 고사해서 성도들이 마음을 모아 간단한 축하 패로 대신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장 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덕장이자 지장의 목회자로 우뚝 서기를 바랍니다.
임직 예배가 다 끝나고 예배당을 나오면서 "목회자 성격 유형과 직무 및 결혼 만족도의 상관관계 연구"라는 문 목사님의 박사 논문집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1층 카페로 가서 교회에서 직접 준비한 저녁 식사를 맛있게 들고 기쁜 마음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목회자의 권위, 하향곡선을 긋고 있는 교계의 분위기, 세상 권위를 압도할 만큼 공고한 굳어 있는 위계질서를 무너뜨릴 가능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좋은 기회였음도 저에겐 큰 유익이었습니다.
첫댓글 다수교회 임직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