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多産)의 이유
권현숙
구피 산바라지만 벌써 몇 번째던가. 영락없이 나는 구피 산파에다 전문가 아닌 전문가가 다되었다. 몸집이 꼭 잔 멸치만한 열대어 구피들. 한달이 멀다하고 새끼를 낳아대니 오글대는 저 것들을 다 어쩌누.
지난겨울 선물로 받은 구피 세 마리. 문우B의 아들 준우가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구피는 열대어지만 키우기가 수월하다. 급한 대로 투명한 플라스틱 젤리 통에 보금자리를 꾸며주었다. 조약돌 몇 개와 개음죽 몇 뿌리를 넣어주니 그럴듯한 미니 수족관이 되었다. 그 세상이 죽을 만큼 답답했던지 탈출을 시도한 한 마리는 행방불명되었다. 외롭지 말라고 나는 세 마리를 더 사다 넣었다.
잦은 눈길과 함께 먹이도 살뜰히 챙겨준다. 갈수록 깊어가는 내 사랑에 식구들의 시샘도 늘어간다.
“엄마는 구피가 우리보다 좋아요?”
“내한테 좀 그래보지. 자꾸 그라마 그것들 확 다 갖다 쏟아 뿐대이.”
그러거나 말거나. 뉘라서 내 사랑을 말릴까.
녀석들이 제법 자라 암컷은 수컷보다 몸집이 배로 커졌고 수컷은 더욱 화려해졌다. 고운 몸빛과 꼬리지느러미를 하늘거리며 구애의 몸짓을 보낸다. 암컷 하나를 두고 수컷 세 마리가 안달이다. 자그만 몸을 ‘ㄱ’자로 구부려 파르르~ 애타게 ‘날 좀 보소’다. 온종일 지치지도 않는 모양이다. 몸이 단 수컷들과 달리 암컷은 냉랭하다. 자꾸 꼬여드는 파리를 쫒는 소처럼 무덤덤한 반응이다. 아님 도도하거나. 어찌 저럴꼬. 그 정성 갸륵히 여겨 어지간하면 사정 좀 봐주지.
두 달 만에 첫 새끼들이 태어났다. 모두 스물두 마리. 실 같은 몸 양 옆으로 새까만 두 눈만 보인다. 어미의 몸에서 튕겨져 나오자마자 바로 올챙이처럼 꼬물대며 헤엄치는 고 귀여운 모습이라니! 대부분의 어류들이 알을 낳는데 비해 구피는 바로 새끼를 낳는다. 한번 교미 후 수컷의 도움 없이도 몇 번이나 새끼를 낳을 수 있다니 암컷의 그 반응이 이해도 된다.
옹색한 어항에 부화기도 없는 터라 낳자마자 서로를 격리 시켜야한다. 어미가 제 새끼를 먹이로 착각해 한입에 꿀꺽 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낳기만 할 뿐 그것으로 어미의 역할은 끝이다. 녀석들에게는 생래적으로 모정이란 없는 것일까. 자그맣고 예쁜 생김새와는 영 딴판인 녀석들의 비정한 행위가 도무지 이해되진 않지만 여전히 녀석들은 사랑스럽다. 그 도도하던 암컷이 어찌? 대체 언제? 저 세 마리 중 아빠는 누구? 요런 앙큼한 녀석들.
첫 출산 후 한달에 한번 꼴로 새끼를 낳더니 그 새끼가 자라서 또 새끼를 낳는다. 이제는 가까운 친구들에게 분양해 주기도 바쁠 지경이다.
“세상에, 어쩜 요놈들도 주인 닮나 봐.”
“이집 큰 뿌리 쥔장 기를 받아서 쟤들도 혹시?”
“혹 구피계의 강쇠와 옹녀?”
“하긴 이집에만 오면 뭐든 다 쑴풍쑴풍이잖어.”
구피 값 대신 친구들의 익살스런 농이 푸지게 쏟아진다.
베란다에 놓인 투박한 옹기어항 속에는 다슬기들이 몇 년째 대대손손 살고 있다. 때가되면 누에알만한 새끼를 어항 가득 새까맣게 낳아놓는다. 그들의 대단한 환경적응력에 감탄한다. 너무 잘아서 된장찌개 행 신세를 면한 어린 논우렁이들도 하루가 다르게 몸집이 커간다. 생김새와 달리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어항의 벽면을 타고 오르내린다. 녀석들도 때가되면 진홍빛 포도송이 같은 알들을 낳을 테지. 그러면 금방 불어날 녀석들을 또 어쩌나.
햄스터 한 쌍도 기른 적이 있다. 한달이 멀다하고 새끼를 낳아대는 바람에 온통 햄스터 사육장으로 변해버린 베란다. 분양을 해도 자꾸 늘어나자 대책이 서질 않았다. 사육장이며 먹이에 톱밥까지 사다가 힘들게 길렀는데 공짜로 수족관에 도로 가져다주는 수밖에. 줄줄이 다산을 한 우리 집 구피와 햄스터. 피라미와 붕어 미꾸라지 금붕어 청개구리도 잘 자라주었다.
자연 그대로의 환경은 아니지만 녀석들 대부분이 제 명만큼은 살다가 갔노라고 나는 믿는다. 모두들 튼실하게 자라는 걸 보면 그 방면으로 내게 어떤 특별한 재주라도 있거나 아니면 친구들의 농처럼 주인장 닮아 그런 건지 알 수가 없다. 다만 어떤 생명이건 살가운 눈길과 관심만 준다면 무탈하게 잘 자라준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미물일지라도 녀석들이 주인을 알아볼 거라고 나는 믿는다. 어항 앞에 내 그림자만 얼쩡거려도 일제히 내 앞으로 몰려드는 구피 떼들. 작은 인기척에도 쪼르르 창살로 고개를 내미는 귀여운 햄스터. 야들한 상추 이파리에 신이 난 다슬기와 우렁이들을 보면...
저녁시간, 구피어항의 물을 갈아주느라 부산스러운데 탐탁찮은 눈길을 보내던 그에게서 핀잔이 날아든다. 제발 정성 좀 그만 쏟으란다. 쓸데없이 새끼만 퍼질러 낳아대는 걸 다 어쩔 거냐고. 그 말 속에 감지되는 밉지 않은 그의 질투심.
“어쩌겠수. 얘들이 다 이집 쥔장 닮아서 그렇다는데.”
늘 자신의 남성다움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그에게 이 한마디로 입막음을 해볼 참인데 야릇한 웃음을 날리며 그가 던진 한마디.
“우리 애들 셋, 내가 당신 생각해서 많이 봐 준거야. 흐흐...”
2009. 구미문협 시낭송회의 밤 및 등축제 참가........(금오산도립공원 잔디광장)
첫댓글 아하 다산의 이유가 있었군요..쥔장을 닮아서웃으라고 하신 말씀이지만 애정과 정성이 없으면 그리 번식이 힘들꺼인데 가족이 질투할 정도로 정성들여 잘 키우시나 봅니다 .. 미물 일지라도 주인의 정성과 애정을 느끼겠지요 (더러는 귀찮을 때도 있을 것 같은데)..헤헤헤 구피의 새끼들 지한테도 분양을 좀 (농임다)솜다리님이 권현숙 작가님 헤헤헤 몰랐네요 지송여앞의 게시글과 사진을 보고 알았네요..아주 미인이시고 어려 보이셔유(정말 이어용)..솜다리님 글과 사진 감 하구 갑니다..감사합니데이
녀석들이 하도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귀찮다는 생각은 아직 안해봤습니다. 처음에 세마리로 시작한 녀석들이 이젠 수도 헤아릴 수 없을만큼 불어났네요. 주위 사람들이나 친구들에게 여러마리씩 다 분양해주고도 어찌나 새끼를 잘 낳아대는지 이젠 아예 수족관영업에 나서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하하하....그리구요 희망님, 저 사진이 쬐그맣게 나와서 그렇지 실제로보면 불혹의 중반을 지나는 푯대(?)가 팍팍 난다네요.ㅎㅎㅎ고맙습니다.^^
구피가 뭔지 몰랐는데 솜다리 아우님 수필에서 알게되었네요 예전 그러니까 오래전에는 집에서 어항만들어 물고기를 키웟는데 고거기 어느날 기찮은 존재가되었어요 1달에 한 번씩 어항 청소를 해야 하는데 만만치 않더라고요 그래서 어느날 이웃집에 어항 채 시집 보내고 난에 흠치하여 한동안은 푹 빠졌드랩니다 근디 지금은 호호 아무것도 안합니다 솜다리 아우님 수필 잘 읽었습니다,
꼭 한달에 한번 안갈아줘도 괜찮더라구요 오라버니. 녀석들이 키우기에 까탈스럽지않아서 좋습니다. 다슬기 몇마리 넣어줬더니 이끼도 덜 끼고요. 늘어가는 녀석들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구피를 못보신 오라버니를 위해 제방에 방금 찍은 울집 구피녀석들 사진 올려두겠습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ㅎㅎㅎㅎ.....열대어라믄 한달에 한번씩 물갈이 안해도 되는것 같던뎅 ^^동생집에 열대어들이 항아리 항아리 몇항아리가 되는지 모를정도로 많더마는 울집에선 추워서 그런가 다 죽어뿌릿어요 ^^ 쥔장님을 닮아서 숨풍숨풍 잘도 새끼치나봅니다 ^^ 호호호 ..그람 솜다리님은 머일까여? 옹녀?
열대어는 추우면 절대로 안됩니다요. 그렇다고 물을 미지근하게 데피지않아도 괜찮구요. 그냥 일반 수돗물을 하루정도 받쳐뒀다가 갈아주면 되지요. 녀석들이 하도 새끼를 낳아대는 통에 쥔장 닮아 그런거 아니냐는 말을 배부르도록 듣습니다. 이번엔 우리 수필문우님들이 단체로 분양을 해달라는 통에 녀석들을 부지런히 잘 키워야된답니다. 아무래도 울집 구피는 구피계의 강쇠와 옹녀가 맞지 싶슴다 가을님.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