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와 인천의 경계를 걷다
1. 김포시 ‘대명항’에 갔다. 이곳은 3개의 걷기 코스가 겹쳐진다. <평화누리길>과 <경기 둘레길>의 출발점이자, <서해랑길>이 지나는 곳이다. 지난 번에 이어 <서해랑길> 탐사를 이어갔다. 그런데 방향안내표가 제멋대로 설치되어 있었다. 지시는 혼란스러웠고 안내도 부실했다. 결국 원래 코스와는 달리 다만 도착 목표인 인천 <검암역>을 찾아 걷기 시작했다.
2. 둘레길을 벗어나 갈 수 있는 방법은 큰 도로를 따라 걷는 것이다. ‘인천’ 안내 표시를 따라 도로변을 걸었다. 이러한 걷기 방식은 오래 전 대학시절 전국 순례 때 하던 방식이다. 차가 질주하는 가운데 그 옆을 위태롭게 걸으면서 불안과 싸우려 했던 도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에는 도로 옆을 걷는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차들은 마구 달렸고 최소한 보호표지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전히 위험하지만 옆에 만들어진 작은 공간을 따라 걸었다. 끊임없이 들리는 차의 소음이 오히려 적막감과 유사한 효과를 준다. 반복되는 소리가 소리의 구체적인 실체를 망각시키고 있었다.
3. 김포에서 인천의 도로를 따라 걸으면서 보이는 것은 각 지역 빈 땅에 만들어지고 있는 산업단지와 수많은 공장들이었다. 특히 김포와 인천은 자연적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곳이 많다. 서울과 가까운 관계로 수많은 아파트들이 만들어졌고 나머지 땅에는 공장들이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공장 사이를 지나면서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2/3가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수도권은 점차 여유로운 공간을 상실하고 있는 중이다.
4. 원래와는 다른 방식으로 걸었지만 나름 이익은 있었다. 인천과 김포 사이의 경계에 대한 직관적 감각을 얻을 수 있었고, ‘검단’이라는 이름으로만 익숙한, 지역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코 의도적으로는 걷지 않을 길을 5시간 이상 걸으면서 공항철도와 인천철도과 교차하는 <검암역>에 도착했다.
5. 다시 버스를 타고 대명항에 돌아가서 <서해랑길>의 방향을 찾았다. 색깔이 바랜 표시판이 숨어있었다.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친 작은 표지가 전혀 다른 곳으로 나를 안내했다. 길은 그런 것이진 모른다. 때론 어떤 방향을 잡고 움직이지만 진행하는 동안 수많은 변수가 다른 곳으로 방향을 전환시킬 수 있다. 예측하지 못한 결과는 다양한 느낌을 동반한다. 하지만 그런 ‘예측할 수 없음’이 길을 걷는 또다른 즐거움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대명항에 다시 와서 제대로 <서해랑 길> 코스를 걸어야겠다. 대명항에 올 때마다 먹는 ‘튀김’의 맛이 익숙해질 것이다.
첫댓글 새로운 경험이 주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