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을 기다리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윤 철
2014년은 스포츠제전의 해라고 할 수 있다. 2월에 동계올림픽이 막을 올리고 6월에는 브라질에서 FIFA월드컵이 열린다. 9월에는 우리나라 인천에서 제17회 아시안게임이 개최된다. 금년 내내 TV에서 눈을 떼지 못할 것 같다.
2014 동계올림픽이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2월7일부터 23일까지 17일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다. 올림픽은 하계와 동계로 나뉘어 4년마다 열린다. 하계올림픽 사이사이에 동계올림픽이 열리므로 올림픽은 결국 매 짝수 년마다 열리게 되는 셈이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는 스케이트, 컬링, 아이스하키 같은 빙상(氷上)종목과 스키, 썰매, 스노보드 등 설상(雪上)종목의 경기가 펼쳐진다. 모두 15개 종목 98개 세부종목으로 나뉘어 열린다. 80여 나라 5천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하여 제각기 나라의 명예를 걸고 기량을 겨루는 세계 최대, 최고의 동계스포츠 제전이다.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에 110여명의 선수단이 출전하여 금메달 5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목표를 이루게 된다면 세계 7위정도의 성적이 될 것이다. 아시아국가 중에서는 최고의 성적을 예상하고 있다. 하계종목은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에서 중국을 따라가기가 역불급이다. 그러나 동계종목만큼은 지금까지 일본은 물론 중국도 제쳐왔다. 선수층의 두께나 등록 선수의 규모면에서 중국과 일본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는 우리나라가 아시아 제일의 동계스포츠 강국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일당백을 넘는 뛰어난 기량 덕이다. 피겨스케이트의 김연아를 필두로 스피드스케이트의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 쇼트트랙의 심석희 같은 선수들이 그들이다.
생각은 어느새 17년 전으로 돌아간다. 1997년 2월에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동계종합스포츠 대회인 《97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가 우리 고장 무주와 전주에서 열렸다. 무주에서는 설상종목이, 전주에서는 빙상종목이 개최되었다. 당시에 나는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준비단장으로서 빙상분야의 대회준비와 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었다.
그때까지 우리나라는 빙상의 불모지였다. 쇼트트랙 한 종목을 제외하고는 세계무대에 이름을 올린 선수가 거의 없었다. 국제규격의 실내아이스링크도 서울 목동에 하나밖에 없었다. 그런 여건에서 아이스링크 건설에서부터 경기진행과 문화행사, 자원봉사, 홍보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준비하는데 왜 어려움이 없었겠는가. 몸으로 겪은 어려움이나 에피소드, 비화를 일일이 열거하자면 어머니들께서 흔히 쓰시는 말처럼 소설책 한 권으로는 부족하리라.
《97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가 우리나라 동계스포츠 발전에 밑거름이 되었음을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 무렵부터 스키와 스케이트 붐이 일고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선수로 우뚝 선 김연아 선수, 이상화 선수가 그 즈음에 스케이트를 배우기 시작했음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다음 동계올림픽은 2018년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다. 동계종목 불모지에서 세계적으로 열손가락 안에 꼽는 강국이 되었고 올림픽까지 개최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발전의 단초에 티끌 같지만 나의 힘도 보태졌다는 사실이 항상 가슴 뿌듯하다.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보람이다. 내가 스케이트 종목에 애착을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바라는 것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이 연습한대로 제 기량을 실수 없이 발휘해주면 좋겠다. 스케이트 종목은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아주 노련한 선수도 순한 들숨과 날숨으로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호흡이 흐트러지면 스텝이 꼬이게 된다. 착지가 불안하고 출발이 늦어지는 원인이 된다. 메달의 색깔은 실력이 아니라 실수가 좌우한다. 국민들의 기대도 크지만 선수들의 압박감은 더 크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런 심리적 부담이 실수로 이어지기도 한다. 제발 편안한 마음으로 연기를 펼치고 얼음을 지쳤으면 좋겠다.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쳐주기를 기도한다.
우리나라 선수 중에는 올림픽에만 여섯 번째 출전하는 선수가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의 이규혁 선수다. 그는 우리 나이로 37살이다. 빙상선수로는 환갑, 진갑을 다 넘긴 노인네에 속한다. 이규혁 선수를 지도하는 외국인 코치가 1998년도 나가노동계올림픽에서 그와 선수로 겨루었을 정도이다. 이규혁 선수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네 번이나 우승했던 실력자이다. 유독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번번이 고배를 들었고 또 그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이번이 마지막이란다. 제발 이번에는 그의 목에 메달이 걸리고 20년 한이 풀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스포츠 시청에 대한 나의 징크스도 깨졌으면 좋겠다. 축구 A매치라든지 올림픽 같은 중요한 경기에서 내가 시청을 하면 지는 때가 이길 때보다 더 많았다. 지고이기는 비율이 7:3쯤 되는 것 같다. 그런데 객관적인 실력 차가 두드러지고 반드시 이기리라고 예상한 경기를 비기거나 지고 마는 경우가 있다. 너무 아쉽고 서운하다. 결과에 대한 언론의 평가가 분분하지만 나만의 결론은 내가 시청했기 때문이다. 나의 징크스가 작용했다는 자책이 앞서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때는, 아주 중요한 경기는 일부러 시청을 하지 않을 때도 있다. 징크스가 스스로도 두렵기 때문이다. 시차 때문에 경기시간대가 비록 한밤중이겠지만 TV앞에 모여 앉아 단체로 응원을 펼칠 궁리를 하고 있다. 내 개인의 징크스가 여러 사람의 기(氣)에 묻히기를 바라는 속셈에서다.
기왕이면 봅슬레이나 스키 같은 종목에서도 기대하지 않았던 메달이 나왔으면 좋겠다. 지난 밴쿠버대회에서 모태범, 이승훈 선수가 의외의 금메달을 선물했던 것처럼……. 어느 대회에서나 승리의 기쁨과 석패의 아쉬움이 교차되기 마련이다. 그때마다 새로운 깜짝 스타의 탄생과 지는 해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게 된다. 이번 대회 만큼은 눈물을 흘리며 뒤로 밀려나는 스타가 한명도 없었으면 좋겠다. 승리의 기쁨에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된 채 울먹이면서도 할 말은 야무지게 다하는 새로운 스타의 감동적인 인터뷰를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 동계올림픽을 향한 나의 바람을 하나님께서 빠짐없이 들어 주시기를 기도하고 있다. 마지막 담금질에 땀을 쏟고 있을 국가대표선수와 임원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대회기간 내내 새벽마다 내 집, 앞집, 옆집, 뒷집, 온 동네에서 기쁨의 함성이 울렸으면 좋겠다. 합창이 되어 하늘 멀리까지 울려 퍼지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선수단 파이팅!
(2013. 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