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배낭여행자들의 삶을 들여다본 전작 <On The Road: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여행의 매혹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신간 <꿈꾸는 사람들의 도시, 뉴욕-네 멋대로 행복하라>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무엇인가요?
살아 있는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하나 고민이 될 때 기왕 존재해야 하는 것이라면 아름답게 존재해야겠다고 나 자신을 추스르곤 합니다. 우리가 만족하며 사는 데 필요한 것은 ‘열정’이라는 말을 뉴요커들의 사는 이야기를 통해 하고 싶었습니다. 뉴요커의 삶을 동경하는 게 아니라 뉴요커의 열정을 느끼면서 우리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돌아보고 싶었구요.
삶의 열정을 이야기하는데 왜 하필 뉴욕이어야 했나요?
뉴요커의 가장 주요한 특징은 뉴욕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죠. 전세계에서 꿈을 안고 뉴욕으로 모여 든 사람들입니다. 자기가 태어난 곳을 떠나 외국의 낯선 도시에서 사는 게 쉬울까요?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안주하지 못하고 뉴욕으로 모여든 이들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겠다고 삶을 결단한 사람들이지요. 뉴요커들을 보면 제 삶을 온전히 선택하고 사는 일이 그렇게 대단한 일 같지 않습니다. 저는 뉴욕이 세계의 다른 도시와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도시의 에너지를 갖고 있다면 그것은 뉴요커가 가슴에 품고 있는 삶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작품들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인터뷰입니다. 특별히 인터뷰 형식을 고집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인터뷰 글이 가진 가장 커다란 힘은 생생한 현장감입니다. 인터뷰어로서 내 역할은 인터뷰이가 제 삶을 온전히 드러내 표현할 수 있게 만드는 일입니다. 그 과정에서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는 삶에 대한 인간적인 공감대를 형성해가는데 서로를 이해해가는 그 과정은 매우 짜릿하지요. 영어를 잘 해야 영어 인터뷰를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인터뷰이의 삶에 대한 깊은 공감과 관대한 시선이 훌륭한 인터뷰를 가능하게 합니다. 나는 인터뷰이를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애쓰지 않고 아주 편하게 하고 있어요. (웃음)
94년부터 지금까지 3권의 여권에 2백 개가 넘는 스탬프를 찍었고, 지금도 여전히 장/단기 여행을 하시는 줄로 알고 있습니다. 박준 작가가 생각하시는 여행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그 질문의 답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오히려 여행의 의미를 알면서도 왜 여행을 떠나지 않느냐고 묻고 싶네요. 우리는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하면서 여행을 갈 수 없는 이유만을 생각해내지요. 여행은 삶의 틀을 확장시켜 줍니다. 한 가지 방식으로 살아가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꼭 외국으로 여행을 가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책을 읽는 것도, 한국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도 하나의 여행이 될 수 있습니다. 미니멀한 세계를 탐색하는 여행도 있지요. 중요한 것은 자신을 세계의 중심에 두는 일입니다.
이미 여행한 곳 중 다시 찾고 싶은 곳이나, 아니면 아직 가보지 못한 곳 중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어디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행은, 아무도 없는 낯선 길 위에 섰을 때 불어오는 바람이 주는 설렘 같습니다. 요즘은 페루의 마추픽추와 아르헨티나의 바람을 맞고 싶어졌습니다. 단순히 마추픽추나 아르헨티나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어떤 친구가 가지고 있는 마추픽추와 탱고의 경험을 나누고 싶어서지요.
평소 독서 습관은 어떻습니까? 어떤 장르를 선호하시는지, 좋아하는 독서 장소는 어디인지, 독특한 독서 습관이 있다면 무엇인지, 책을 좋아하는 북로거에게 권하고 싶은 나만의 독서 비법이 있다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고3 수험생처럼 형광 펜으로 밑줄을 긋습니다. 심지어 소설책에도 그을 때가 있어요. 형광 펜 대신 빨간색 사인펜을 쓸 때도 있구요. 줄을 긋지 않으면 책을 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정말 기억하고 싶은 문장은 형광 펜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밑줄을 긋습니다.
가장 최근에 읽은 책 중에 북로거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 해 주세요.
김지은 아나운서가 쓴 <서늘한 미인>을 읽고 있습니다. 읽어갈수록 제목이 주는 매력은 책의 아주 작은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책에서 소개한 작품을 느끼는 데 정작 자신의 글은 군더더기일지도 모른다는 겸손한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녀는 작품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눈길로 따뜻하게 바라봅니다.
박준 작가의 책을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우리는 어차피 한 번 밖에 살지 못해요. 가슴에 따뜻한 물이 차오르는 느낌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장기 여행자로 살건 뉴요커로 살건 서울의 수많은 사람들 중 한 사람으로 살건 삶을 안정적이며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내가 원하는 삶을 선택해 열심히 사는 데서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