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구속동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구교도소에서 건설노동자 박해욱 인사드립니다. 투쟁!
몹시도 무덥던 더위는 물러가고 전형적인 가을 날씨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여름 내 울어대던 매미 소리는 어느 순간 사라지고 이름 모를 풀벌래 소리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추석을 맞이하여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되었음을 뉴스는 알리고 있습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을 자축하고 있습니다. TV에서는 차려입은 귀향객들의 행복한 모습들이 보입니다. 풍년든 황금들녘이 보입니다. 그러나 뉴스의 어느 곳에도 노동자들의 삶에 지친 목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힘겨워하는 모습은 뉴스의 어디에도 보도되지 않습니다. 장기투쟁 사업장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추석을 어떻게 지내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자유를 구속당한 우리들은 특수공무집행을 방해했고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입니다. 죄명이 이쯤되면 조직폭력배를 했거나 그와 유사한 범죄가 연상됩니다. 우리들의 죄명 어디에도 노동운동을 하였다는 느낌이 들거나 알 수 있는 죄명이 없습니다. 죄명으로만 본다면 흉악한 강력범죄자들과 조금도 다를바가 없습니다.
수 천억원의 회사돈을 횡령한 현대가의 정회장을 집행유예로 풀어주었습니다. 조직폭력배를 동원하여 보복폭행을 한 한화집단의 김회장도 집행유예로 풀어주었습니다. 그러나 국가공권력에 항의하고 자본에 대항하는 용기있는 노동자들에게는 무시무시한 조직폭력배가 연상되는 죄명을 붙여서 엄벌에 처해지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이유있는 항의와 정당한 투쟁이 새 세상을 만들어가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희망하며 오늘도 투쟁하고 단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랜드 투쟁과 코스콤 비정규지부 투쟁이 비정규 노동해방 투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특수고용 동지들의 노동3권 쟁취투쟁이 이어지고 수 많은 장기투쟁사업장 동지들도 끝장투쟁으로 수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건설노동자들의 원청 사용자성 인정 문제는 대법원의 줏대 없는 오락가락 뒤집기 판결로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요구사항 어느것 하나 양보할 수 없는 우리들의 생명줄 같은 요구들인 것입니다. 노동자들의 삶에 지친 함성이 분노에 찬 함성이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하반기 총력투쟁의 목표지점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투쟁하는 동지들께 마음으로라도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노동자들의 투쟁은 담장 안에서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제한된 공간에서 감시와 억압의 굴레를 쓰고 분노하고 있지만 이것은 분명 또다른 투쟁이고 새로운 준비인 것입니다.
안동교도소에서 낙후된 시설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하던 심진보 정창윤 동지의 승리 소식을 들었습니다. 담장 밖에서 포항건설노조 구속동지회의 천막농성 투쟁이 함께하여 쟁취한 값진 승리라고 합니다. 또한 마산교도소의 정승종 동지와 원주교도소의 변외성 동지가 접견문제 등을 해결하고자 투쟁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이든 시정을 요구할 수 있고 교정당국의 도움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동지들이 참아내기가 힘들다면 무엇이든지 당당하게 요구하십시오. 투쟁하십시오. 용기있는 투쟁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을 민주노조 운동을 통해서 우리는 배웠습니다. 담장 밖에서든 안에서든 노동자들의 무기는 투쟁이라는 것을 기억합시다.
이제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하반기 투쟁을 지켜보아야 겠습니다. 비정규 문제의 해방구가 될 하반기 투쟁을 격려하면서 파업가를 불러봅시다. 비록 우리가 투쟁 현장에 함께하지 못하지만 우리들의 목표는 “승리의 그날까지”입니다. 구속동지 여러분 건강하십시오.
구노회 동지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름 내 구속노동자들 옥바라지 하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더욱 여유있는 가을이 되시길 빌겠습니다. 다음에 또 소식드리겠습니다.
2007. 9. 25. 대구교도소에서 건설노동자 박해욱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