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전국국공사립미술관 큐레이터 컨퍼런스가 7월 29일(목)과 30일(금) 양일간 경기도미술관 및 경기창작센터에서 열렸다. 국립현대미술관과 경기도미술관이 공동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부산, 대전, 광주 시립미술관과 전북도립미술관을 비롯한 공립미술관과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남송미술관, 사비나미술관, 서호미술관, 여진불교미술관 등 사립미술관을 포함하여 모두 40여 명의 큐레이터가 참가했다.
공사립미술관 네트워크 활성화 의견 나눠
첫째 날에는 박우찬 경기도미술관 학예팀장의 사회로 심상용 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 교수의 ‘새 시대 큐레이터십 정립을 위한 한 제언’을 시작으로, 서진석 대안공간 루프 디렉터의 ‘21세기 아시아 현대미술계가 요구하는 매개 공간에 대한 제안’, 필자의 ‘지역미술관을 둘러싼, 지독한 동상이몽’ 순으로 발제와 참여자들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세미나 후에는 경기도미술관의 기획전 《2010 경기미술프로젝트 경기도의 힘》과 《이란 현대미술전》과 《유원지에서 생긴 일》 등을 자유롭게 관람한 후, 숙소인 대부도 경기창작센터로 이동, 저녁 식사와 함께 비공식 토론을 계속했다. 미술관마다 역사와 배경, 규모가 다른 만큼 활발한 정보 교환이 이루어졌으며, 일부 참가자들을 중심으로 자정까지 각 미술관의 상황, 문제점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둘째 날에는 김기태 세명대 교수의 ‘미술저작물과 저작권’ 특강에 이어, 경기도미술관 김현정 큐레이터, 사비나미술관 강재현 큐레이터, 가일미술관 홍성미 큐레이터가 각각 해당 미술관의 중장기 전시 계획에 대해 소개했다.
이어서, 김종길 경기도 미술관 학예연구사의 사회로 진행된 ‘공사립 미술관 네트워크 활성화 방안에 대한 전체 토론’은 이번 행사의 핵심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참가자들이 각각 세 개의 조로 나누어 조별 토론을 통해 다양한 제언을 나누었다.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열띤 토론 결과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다. 첫째, 각 지역별 소모임 형태로 모임의 활성화 기반을 닦고 전체 모임을 조직하자는 의견, 둘째 이번 컨퍼런스와 같은 행사를 정례화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특히 올 가을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가 개최되는 만큼 광주에서 컨퍼런스 개최 후 부산으로 이동하자는 의견이 제안되기도 했다. 셋째, 오프라인 모임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블로그 등 온라인상에서 소식을 전하고 자료를 공유하는 모임을 활성화시키자는 제언도 있었다.
고립된 업무환경…재교육, 네트워크 필요성 절실
타 직종에 비해 소수이고 기관 내에서도 소수인 큐레이터들은 각 미술관에서 섬과 같은 존재로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규모가 큰 미술관의 경우에는 상황이 낫지만, 사립미술관의 경우에는 관장 1인에 큐레이터 1인인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관장 개인의 독단에 의해 업무의 방향이 추진되는 경향이 많다는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 한 큐레이터십 정착이 요원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런 만큼 큐레이터로서의 정체성과 사명감에 대해 생각하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동료 혹은 공동체를 찾기 쉽지 않다. 그런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컨퍼런스는 전체적으로 프로그램의 구성이나 취지가 현장에서 전문적인 재교육 및 교류 활성화를 원하는 큐레이터들에게 의미 있는 자리였다.
현장에서 꼭 필요한 전문 정보를 다룬 저작권 관련 특강은 많은 참석자들의 질문이 이어지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대부분의 큐레이터들이 소장품을 직접 다루고 저작권 관련 업무를 처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인 만큼 실무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효과적인 교육은 이와 같은 재교육의 유용성에 대해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각 미술관마다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기획, 실시하고 있지만 정작 지속적으로 재교육을 받아야 할 대상인 큐레이터들에 대한 재교육이 전무한 상황이며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릴 수밖에 없다. 그만큼 전국 국공사립미술관 큐레이터들에 대한 수준 높은 재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은 취지나 효용 면에서 모두 바람직하고 의미 있는 시도라 생각되었다.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미술관에서 큐레이터의 재교육 및 자기계발은 철저하게 개인의 자율성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기존에도 보존 및 복원 업무에 대한 세미나 및 미술관 교육 세미나 등 특정 주제에 대한 세미나가 개최되어왔지만, 바쁘게 쫓기는 업무 속에 함몰되어 창조적인 사고와 발상의 전환을 시도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큐레이터들에게 재교육 및 반성과 사고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뜻 깊은 자리였다.
“토론, 사례발표 등 보강되었으면”
그러나 아쉬움도 남는다. 무엇보다 짧은 기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니 발제와 강의 위주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고 정작 네트워크 구축이나 의견 교환이 기대만큼 이루어질 수 없었다는 점이다. 참여 기관의 호응이 높지 않은 점도 아쉬웠다. 관외 출장이 자유롭지 못한 국공립미술관의 경우 관외 출장 허가를 받지 못한 학예직이 많아 참여를 희망하는 이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참여율이 저조했다. 또한 사립미술관의 경우 학예직 인원이 적어 참석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아울러 지방 미술관에서 온 참여자의 비중이 높고 수도권 미술관의 참가자가 적은 것에 대해 다양한 기관과의 정보교류와 친목도모를 기대했던 원거리 참가자들이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광주시립미술관의 김희랑 학예사는 “전체적으로 만족하나, 토론이나 커뮤니티 형성이 안 되어 있다는 점이 아쉽다. 토론을 늘리고 사례발표 등 현실성 있는 발제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아쉬움을 지적했다. 또한 사립미술관의 열악한 현실에 대해 들으면서 “타 기관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아졌으며, 공립미술관 큐레이터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경남도립미술관의 장여진 큐레이터도 “전체적인 프로그램에 만족하며, 업무 추진 중에 느끼는 문제점과 개선 방향들에 대해 논의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일부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하였지만 첫 번째 시도였던 만큼 앞으로 국공사립미술관 큐레이터 컨퍼런스가 정례화 되고 제도적으로 정착된다면, 개별 큐레이터의 발전과 나아가 미술관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