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에 많은 사람들이 퇴출당했잖아? 나도 그런 거지 뭐. 은퇴한 지 꽤 오래됐어. 그래도 예전에는 TV 과학프로그램에서도 많이 불러줬는데, 이제는 내가 죽은
줄 아는지 전화도 없어. 고려장 당한 거지.”
그러나 김정흠 교수는‘고려장 당한 사람’치고는 무척 바쁘다. 현재 고려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선문대 신소재학과 교수,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직함만 이렇지 각종 강연과 과학잡지 원고쓰기까지 합치면
늘 ‘분 단위’로 하루를 나눠 쓰고 있다. 특히 한 달에 원고지 200장 분량의 글을
각종 잡지에 기고하고 있다.
“평생 동안 공부한 걸 이제는 사람들에게 알려줘야지. 젊은 과학자들은 경험이
부족해서 과학을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어렵게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소화불량에 걸리거든. 하지만 난 그들보다는 몇 십 배 더 쉽고 재미있게 과학이야기를 해줄 수 있어. 그게 내 마지막 할 일이지.”
김정흠 교수의 활동은 늘 그랬다. TV 과학프로그램에 출연해 복잡하고 어려운 과학원리도 간단명료하면서도 명쾌하게 해설했다. 삶의 상당 부분을‘과학의 대중화’에 바쳤다.
“세상은 물리학 투성이야. 볼펜, 화장품, 옷, 일상생활의 모든 것에 다 물리학이
들어 있지. 숨쉬는 것도 물리학이야. 우리가 하루에 쉬는 숨을 통해 0.5ℓ에서 0.7ℓ의 물이 몸에서 배출된다는 거 알아? 일반인들이 생활 속에서 과학을 발견하게
될 때 사람들은 좀더 지혜로워질 수 있어. 그러면서 우주의 신비, 자연의 위대함도
알게 되고 겸손해지기도 하지.” |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 잠은 보통 6시간 자는데 생활하면서 수시로 5분, 10분씩 잠을 자면서 모자라는 2시간을 보충하지. 사람은 하루에 8시간은
자야 해. 먹는 거? 밥은 아주 조금 먹고, 고기랑 야채를 많이 먹어. 주량은 무제한인데, 요즘엔 집에서 적당히만 마셔. 의식동원(醫食同源)이라고 하잖아. 먹는 것이
곧 약이야. 그런 점에서 인삼은 예로부터 우리나라의‘명약’이라고 할 수 있어.
아침 저녁으로 차로 마시거나 말린 삼을 그냥 먹어도 건강에 많이 도움이 되지.”
일반인에 ‘과학 알리기’ 큰 보람
그는 무엇보다 사람들을 만나서 과학이야기를 하는 것이 제일 즐겁다. 천재과학자
아인슈타인은 과학자들이 모인 학회에 나가서 논문을 발표하라고 하면 무척이나
싫어했다. 반면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라고 하면 신이 나서 달려가곤 했다고 한다. 한평생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서 힘써온 김정흠 교수. 그는 한국의 아인슈타인이다. 그렇기에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과학을 알려주러 나가는 자리가 즐겁고 신이 난다. 정부는 이런 그에게 과학기술의 대중화에 대한 공로를 인정해 2001년에는 동백장, 2002년에는 과학기술혁신상을 수여했다.‘국민배우’,‘국민가수’라는 말이 있듯이, 그는 우리 시대의 ‘국민과학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