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했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생과 사를 달리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한달음에 달려가지 못하였습니다. 너무 멀리 있어서
오래 전 인연이 20 년의 세월을 두고 맞이한 모습은 피폐한 모습이었습니다.
차마 앞에 두고 볼 수 없어 먼 발치에서만 안부를 확인하고 돌아오곤 했지요.
몇 번을 병실 밖에서 서성이다 주변의 북돋음에 면회를 결정하였습니다.
고향에 내려온 지 한 달 되는 날.
선배를 만나려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전하니 오늘은 힘이 없어서 다음에 보자고 친구가 전해주었습니다.
마침 선배가 입원한 병원에 저의 절친이 책임간호사로 있어서 선배의 소식도 전해듣게 되었습니다. 선배의 여자 친구가 다시 한 번 이야기 해보겠다며 다시 병실로 들어가서는 마음 먹고 시간 내서 왔는데 잠시만 만나보라고 설득을 한 연후에 병실로 들어 갈 수 있었습니다. 그나마 과일을 조금 먹는다며 과일을 사오라는 친구의 귀뜸으로 과일봉지를 들고 천연스럽게 웃으며
" 나 왔어. 근데 왜 누워있냐 ? "
라고 첫 마디를 던졌습니다.
" 운명이야. "
그래도 왜 왔느냐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 형 좋아한데서 오렌지 사왔어."
" 뭔데?"
" 오렌지 좋아한다며 "
하나씩 봉지에서 과일을 꺼내 보여주었습니다.
" 알았어. "
" 전에 봤을 때보다 좋아보인다 " 라고 선배도 안부를 물었습니다. 5 개의 암덩어리를 끌어 안고 고향에 돌아와서 하는 말
" 6 년 후에 내려와 정착하려 했는데 너무 빨리 내려왔다 "라고
고향 집에 황토방 지어서 살거라고
20 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아주 자주 본 사람들처럼 어린시절의 친구가 나란히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보고 싶은 내가 왔는데도 일어나 앉을 힘이 없어 누워서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병실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내 보여 주며 몸이 아픈 선배 먹으라고 외삼촌이 주신 '사향' 이라며 자랑을 하였습니다. 먹고 남은 거라며 깨끼 손톱만큼 남은 사향을요.
" 내가 먹어도 돼 ?" 라고 물었습니다. " 아픈 내가 먹어야지."
" 나 조금만 떼서 먹을께.안돼 ?"
" 그럼 조금만 떼서 먹어봐." 아무에게도 주지않았던 사향을 내게 먹어보라 했습니다.
" 옛날 보다 손이 예뻐졌구나 !"
그냥 아직도 오래 전 기억 속에 내가 남아있구나 !
슬펐지만 슬퍼할 수 없는 상황.
앙상하게 말라 광대뼈가 툭 튀어나온 선배의 모습은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황달끼가 계속 되면서 얼굴도, 눈에 낀 눈꼽도 모두 노랗게 변해있었습니다.
좋은 모습으로 만났어야 하는데 그래서 차마 마주보기 힘들어 할까봐 몇 번을 망설인 연후의 만남이
" 다음에 또 와도 돼? "
" 응,또 와."
또오라네.
" 또 다른거 먹고 싶은거 있어? "
" 없어."
" 그래도 말해봐. "
" 김씨형 뭐 먹고 싶어요. 얘가 사 온다네요."
멀리 같은 병실 형에게 물었습니다. 본인은 먹지도 못하면서 괜찮다는 그 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내게 하는 말
" 이따 9 시에 굽네치킨 1 마리 배달시켜. "
우스웠어요. 정신도 제대로 없으면서 옆 침대 환자에게 먹일 치킨을 보내라고
" 알았어. 9 시에 배달시킬께. 그리고 또 올께. 힘들어하니 오늘은 이만 갈께."
" 그래."
해후
또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돌아섰습니다. 이 틀이 지나 삼일째 되는날 다시 병실을 찾았을때 침대에 선배가 없었습니다.
좋아져서 밖에 외출했나 생각했죠.
또 한참을 복도에서 서성거리고 있을때 마침 선배의 여자친구가 나왔습니다. 보자마자 들어가보라고 안쪽 침대에 있다고...
목요일에 내가 본 이후로 상태가 점점 악화되면서 간성혼수가 와서 정신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친구의 말에 황달에 흑달이 진행되면 간성혼수가 오고 복수가 차서 곧 운명할거라는 진행상황을 알려주었습니다.
선배의 부모님도 와 계셨고 그 와중에도 나는 선배의 이름을 부르며 " 눈 좀 떠봐. 나 왔는데 얼굴은 봐야지."
몇 번을 흔들어 깨우니 겨우 눈꺼풀을 올리며 힘없이 형의 눈은 나를 응시하자마자 금새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한참을 선배어머님과 이야기를 나누고는
" 수요일에 다시 오겠습니다."
" 또 올거유. 그 땐 내가 장이랑 고추장이랑 수요일에 갖다놓을테니 갖고 가요. 고마워.이렇게 와줘서."
선배어머님의 고마움의 표시였습니다.
셋째 아들도 간암으로 둘째 아들도 간암으로 저 세상으로 보낼 준비를 하고 계신 어머니는 자신이 B 형 간염 보균자여서 자식 둘을 저 세상으로 보낼 지경이었습니다. 부모님의 마음이 오래된 친구가 찾아와준 것이 얼마나 고마웠으면 직접 담근 고추장 된장을 주시겠다고...
그런데 그것이 제가 본 선배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딱 ! 한 달 후면 44 번 째 생일인데 생일 밥이라도 먹고 가지 조금만 더 참지 그새를 못 참고...
망설이지말고 몇 번 더 볼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남습니다.
한 번은 다시 보고 싶었던 사람.
낭만파. 넝마주의 선배는 가는 날도 최고로 멋있는 날 갔습니다.
그제 밤 비가 내리는 듯 하더니 밤사이 하얀 눈이 온세상을 하얗게 뒤덮인 날 멋지게 갔습니다.
하얀 눈 꽃이 형의 가는 길을 장식해주었습니다. 안개가 아주 낮게 드리워 있어 안개를 타고 멋지게 갔습니다.
조치원 화장터에서 한줌의 흙이 되어.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절 밖에서 나는 추운 줄도 모른 채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추억 속에 친구가 이제는 영원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그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첫댓글 님은 갔습니다/하얀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눈꽃속으로/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어찌하라고
오고가는것에 자유로울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