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논평]
위기의 버스시스템, 그대로 둘 것인가 ①
버스사업을 둘러싼 관-노-사의
담합 구조를 내버려 둘 것인가
1.
전국적으로 버스가 난리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최근 발생한 한국노총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의 28일 버스 파업 방침과, 목포시내버스 인수인계 동의안 통과과정은 현행 버스시스템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태라고 본다. 그 이유는 이렇다.
2.
서울시내버스 총파업의 본질은 서울시의 버스준공영제다.
당장 28일부터 서울지역 버스가 멈출 수 있다. 최근 사용자단체인 서울시버스사업자조합과 대표노동조합인 한국노총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임금인상의 수준을 두고 협상을 하다 결렬 선언을 했다. 노동조합은 12.7%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서울시버스조합은 서울시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유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작년에 대폭적인 요금인상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논란 자체가 우습기 짝이 없다. 먼저 요금인상 전에도 매년 매우 높은 이익을 배당하고 있던 사업자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2019년에는 배당성향이 83.9%까지 올라가기도 했으며, 연평균 700억 원 수준의 당기순이익을 얻고 있다. 현행 버스준공영제는 모든 업체에 동일한 임금을 주라는 기준이 아니라, 최소한의 표준적인 원가를 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개별 업체는 서울시가 지급하는 보조금 외에 별도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버스사업자가 이익을 남겨도 노동자들은 임금이 오르지 않는, 이익의 독점이 발생한다. 기본적으로 임금은 고용을 책임진 사업자가 감수해야 하는 비용이다. 그런데 현행 버스사업자는 운수사업의 최대 비용인 노동자의 임금을 책임지지 않는다.
노동조합의 대응 역시 아쉽다.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12.7%의 인상 요구는 인천시의 준공영제와 비교한 결과다. 하지만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경기도의 버스 노동자들은 서울시의 임금 수준과 비교해 파업을 한 바 있다. 이처럼 지역의 특수성과 사업의 규모가 다른데 이처럼 서로 임금 올리기 경쟁을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더구나 해당 임금이 사업자의 이익이 아니라 시민들의 세금으로 지급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더욱 그렇다. 이제까지 노동조합은 실제 자신들의 임금을 지급하는 시민들에게는 어떤 설명도 설득도 하지 않은 채 바지사장 흉내를 내고있는 사업자 단체와 단체협상이라는 ‘연극’을 반복해왔다. 이번에도 뻔히 서울시의 보조금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더구나 작년 요금인상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쟁이 벌어졌을 때 한국노총 버스노동조합이 보인 태도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사회적 정당성이 없는 파업이 성공할 리가 없다.
안타까운 것은 서울시의 태도다. 이제라도 서울시 버스정책을 이용자인 시민들에게 개방하라. 실제로 비용을 부담하는 이용자를 배제하고 관료들이나 전문가들 그리고 사업자들만 참여하는 거버넌스는 그 자체로 비민주적이다. 특히 작년 교통요금을 심의하는 물가대책위원회에 소비자 단체들이 모두 불참한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사실상 교통요금인상은 사업자와 서울시를 위해 이용자 시민을 희생시킨 것이다. 이제라도 버스 정책의 결정과정에 시민들을 참여시켜야 한다. 매번 서울자동차노동조합과 사업자조합 간의 협상 결렬 이후, 파업 엄포 그리고 서울시의 중재 끝에 보조금 인상으로 일단락되는 지겨운 연극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3.
다음은 목포시 버스의 양도양수 문제다.
목포시의회는 목포시와 사업자 간에 노선권 등의 자산 양도양수에 대한 계약서에 대한 동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지난 2월 한 차례 상임위 부결을 통해 문제점들이 드러났지만 이번에는 별반 달라지지 않은 내용에도 불구하고 통과되었다. 이 과정에서 목포시의 무능과 사업자의 몰염치 그리고 지역 버스노동조합의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 나타났다.
우선 목포시는 시민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미리 정해놓은 인수가격을 고집하면서 ‘왜 시민들에게 불편을 안긴 사업자에게 특혜를 주는가’라는 시민들의 질문을 무시했다. 애당초 목포시 버스 운영이 엉망진창인 것은 관리감독청인 목포시가 제대로 행정을 하지 못한 탓이다. 그러니까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면서도 방치한 것이라면 공범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에는 아랑곳없이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에게 ‘잘 몰라서 하는 소리’라거나 ‘시민단체들의 고집 때문에 문제가 꼬인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헌법은 공무원에 대해 국민들을 봉사하도록 하지만 목포시 행정의 태도는 ‘무오류의 확신’을 가진 오만 그 자체였을 뿐이다.
이런 태도는 사업자의 태도에서도 확인된다. 지역 대책위와 미팅 과정에서 기존 태원유진 사업체는 ‘이제까지 손해를 감수하고 지역사회에 봉사를 해왔다’는 태도를 보였다. 마치 버스사업이 자선사업이라도 되는 양 보이는 태도에, 왜 이 업체가 목포시민들에 대해 일방적인 운행 중단 등의 행태를 반복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이들이 지역의 유지로 군림하고 지역검찰이나 법원에 각종 위원회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은 독점적인 버스사업자의 지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법을 위반해서 무단으로 버스운행을 두 번이나 멈췄다. 이것은 현행 운수사업법상 면허취소의 대상이지만, 목포시는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사유로 면허취소를 하지 않았다. 법에 면허취소 사유라고 명시된 일이 벌어졌는데 행정청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법적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행정의 자의성이 법치주의를 압도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의 임금을 떼어먹고 퇴직금을 착복한 사업자와 유착하는 노동조합이 있다. 목포시와 사업자 간의 양도양수가 잘 되어야 그 돈으로 퇴직금도 받고 밀린 월급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갖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목포시의회의 정상적인 행정부 견제활동에 대해 ‘당신들 때문에 우리가 손해를 본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노동조합 활동의 정도를 벗어난 일이다. 무엇보다 자신을 고용한 이들에게는 한없이 순종적이면서도 목포시민들의 세금을 통해서 권리를 보장하려는 창피한 일이기도 하다. 체불임금은 당연히 사업자의 책임이다. 자신의 자산을 매각해서 이를 갚도록 하는 것이 정상이지, 목포시민을 겁박하면서 제 사업자를 싸고 도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4.
한국의 버스시스템은 거대한 구체제의 지대추구자 연합이라는 모습을 띈다. 여기서는 행정도 사업자도 노동자도 구분이 없다. 모두 요금과 보조금이라는 구조하에서 동일한 이익구조를 가지면서 담합하고 협력한다. 여기서 피해를 보는 것은 점차 취약해지는 버스체계와 더 높아지는 이용 요금을 감수해야 하는 시민들밖에 없다. 특히 해당 피해가 자가용을 가진 시민들이 아니라 자가용을 갖지 못한 시민들에게 집중한다는 점에서 차별적이기까지 하다.
사실 이런 담합 문제는 이미 2004년 버스준공영제 이후 노골화된 흐름이다. 그래서 새로운 문제라고 보긴 힘들다. 하지만 최근 이와 같은 문제가 더 심해지고 자주 발생한다. 이는 기존 시스템이 임계치에 다달았다는 의미다. 문제는 시스템의 붕괴 이전에 자가용 대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선택했던 시민들이 먼저 줄어드는 것이다. 즉, 나쁜 시스템이 사회의 선순환 구조를 파괴하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버스에 실망해 자가용을 구입한 시민이 다시 버스 이용자로 돌아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버스시스템의 붕괴는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정책적 개입을 필요로 한다.
5.
공공교통네트워크는 기존 사업자 지원 중심의 운수사업자 법체계를 이용자와 사회적 형평성을 고려하는 별도의 버스법으로 분법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하고 있다. 또한 교통의 공공성을 고려한 공공교통의 가치를 보장하는 교통기본법의 제정을 제안한다. 이는 단순히 법률이 만들어지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에 기댄 것은 아니다.
오히려 10년도 넘게 전국 각지에서 시민대책위를 구성해서 목소리를 내온 지역 주민들의 경험이 다다른 결론이다. 이는 버스라는 공공재를 두고 사실상 지대추구로 변질된 현행 버스준공영제를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하고 관료-사업자-노동조합의 담합 구조를 극복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6.
이것이 최근 전국에서 벌어지는 버스 논란을 예의 주시해야 할 이유다. (끝)
2024년 3월 27일
공공교통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