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풍 범죄 무비로 1천만 관객을 사로잡은 ‘도둑들’, 천만 고지를 눈앞에 둔 ‘광해’,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거머쥐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피에타’ 등…. 주춤했던 한국영화 열풍이 다시 부는 분위기다. 또 한 편의 한국영화 ‘용의자 X’가 지난 18일 개봉, 열풍에 힘을 보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화는 일본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이 원작이다.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과 더불어 ‘이 미스터리가 최고’,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주간문춘 미스터리10’ 등에 선정되며 일본 미스터리 소설부문 최초로 3관왕의 영예를 차지한 스테디셀러다.
천재로 자라며 완전수의 아름다움에 빠져 있던 고등학교 수학교사 ‘석고’(류승범 )는 시간이 갈수록 퇴보하는 자신의 두뇌에 좌절해 죽음까지 생각한다. 하지만 옆집에 이사 온 ‘화선’(이요원)을 보고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다. 수학만이 아름다운, 그것이 전부였던 세상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녀를 남몰래 사랑하며 지켜봤던 석고는 어느 날 화선이 전 남편을 우발적 살인을 보고 완벽한 알리바이를 설계한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던 화선은 형사들의 추적에도 거짓말 탐지기까지 통과하며 용의선상에서 멀어져 간다.
수학이 전부였던 천재에게 그보다 더 사랑하는 화선을 위한 알리바이는 어떤 것이었을까. 원작 소설은 이 알리바이를 만들고 풀어내는 두 남자의 두뇌싸움에 집중한다. 하지만 배우로서도 독특한 색의 연기를 선보였던 방은진 감독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방 감독은 전작 ‘오로라공주’로 국내 유수 영화제에서 여성 감독 특유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연출력을 인정받아 감독상을 차지했었다. 이번에도 방 감독만의 색깔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두뇌싸움보다 한 남자의 헌신적인 사랑을 세밀하게 집중하면서 추리의 외피를 입은 감성멜로로 마무리한 것. 그 때문에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완벽한 퍼즐을 맞춰가는 듯한 추리의 쾌감보다는, 원작에서 크게 드러나지 않았던 한 남자의 숨겨진 마음과 그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부담을 느끼는 가련한 여인의 감정선이 감상 포인트다.
천의 얼굴로 다채로운 캐릭터를 소화해 온 영화배우 류승범과 섬세하면서도 강인한 여성상을 연기했던 이요원이 각각 남녀 주인공을 맡았다.
영화 홍보 영상물에는 석고의 대사 중 하나인 “제가 시키는 대로만 하세요. 반드시 지켜드리겠습니다.”가 뜬다. 마치 관객에게 믿고 보라고 설득하는 느낌이다. 그 유혹에 넘어가 영화를 본 관객들이 만족할 수 있을지, 새로운 한국영화로 자리매김할 지 주목된다.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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