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여, 나 죽거든
/C. 로제티 (1830~1894 영국의 시인, 작가)
사랑하는 그대여, 나 죽거든
슬픈 노래는 부르지 마세요.
머리맡에 장미도 심지 말고
그늘 짓는 사이프러스도 심지 마세요.
내 위로 초록색 풀이 덮이게 하여
비와 이슬 방울에 젖게 해 주세요.
그리고 당신이 원한다면 나를 기억해 주고
또 잊어 버리고 싶으면 잊어 주세요.
나는 그늘을 볼 수 없을 거예요.
비가 내리는 것도 모를 거예요.
두견새 구슬프게 우는 것도
나는 들을 수 없을거예요.
나는 해가 뜨거나 지는 일 없는
어둠 속에 꿈꾸며 누워 있으니리
나는 당신을 생각할지 몰라요.
아니, 어쩌면 잊을지도 몰라요.
//이 시는 지은이인 크리스티나 로제티의 삶을 모르면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녀가 이 시를 쓴 시기는 그녀가 30대 였을 때였다. 그녀의 20대에 두 번의 결혼 기회가 있었지만 종교적 이유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세 번째 남자가 나타나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였을 때 그녀는 이미 결혼에 대한 환상이 사라진 때였다. 당시 영국에서 여성은 상속을 받지 못했고, 장자만 상속을 받을 수 있었다. 딸들은 단지 결혼 지참금을 받는 그런 존재였다. 딸서 사회적 지위는 남편에 따라 정해졌다는 것이다. 흥미가 있는 분은 '오만과 편견'이란 소설을 읽어 보시면 잘 알 수 있다.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니 영화를 봐도 좋을 것이다. 각설하고 노처녀 시인 로제티에게는 삶에 기대하는 것이 없는 만큼 산다는 것이 죽음과 별 다를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란 표현을 쓴 것이다. 이런 표현의 말들은 보편적 감상적인 언어를 넘어 관조적인 언어가 되었다는데 이 시의 묘미가 있다. - 이해우